"방위비 압박 폭력배 갈취" 미국에서 커지는 트럼프 비판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9.11.18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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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에도 방위비 분담금을 현재보다 약 4배이상 증액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교토통신은 지난 7월 방일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주일미군 방위비분담금을 약 9800억엔, 한국 돈으로 105천억원 정도를 요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현재 일본의 방위비 분담금은 약 21200억원 가량입니다. 미국의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도 존 볼턴이 일본에게 80억달러(93천억원)의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했다고 최근 보도했습니다. <일본에 80억달러 내라는 트럼프>,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물불 안가리는 트럼프

내년 11월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해외 주둔 미군의 경비부담 축소를 외교 성과로 내세우기 위해 한국과 일본, 나토 회원국 등에 대해 방위비 분담금을 늘리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우방을 이렇게 강하게 압박하는 이유는 미국 국내 정치 상황이 녹록치 않기 때문입니다.

지난 16일 공화당 강세지역인 루이지애나 주지사 선거에서 공화당이 패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 차례 선거 지원 유세를 펼친 바 있습니다. 지난 5일 실시된 4개주 지방선거에서도 켄터키 주지사를 포함해 3곳에서 공화당이 패배했습니다. 분위기 반전과 함께 실적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17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나는 당신이 있어야 할 곳에 데려다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며 빨리 행동해 합의를 이뤄야 한다. 곧 보자고 말했습니다. 한미연합 공중훈련 연기 발표 직후 나온 트윗입니다. 외교적 성과를 위해선 물불 가리지 않는 트럼프의 성향 때문에 한국과 일본에 대한 압박이 거세진 상황입니다.

 

2. 한일 갈등 이용한 트럼프

미국 고위관리는 오는 23일 종료가 예정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지소미아의 연장을 위해 일본과 한국을 잇따라 방문했습니다. 동시에 한국에서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카드를 올려 놨습니다. 지소미아와 함께 방위비를 거론하는 것은 한일 양국의 갈등 상황을 사실상 이용하겠다는 미국의 속셈이었습니다. 일본에는 미국이가 지소미아 연장에 힘을 써줄테니,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전향적으로 검토하라는 압박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에게는 지소미아 연장요청을 했지만, 일본의 태도 변화가 없기 때문에 한국이 지소미아를 연장하기 힘들 것이란 걸 분명 미국도 잘 알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 분담금 인상을 협상 테이블에 올린 것은 모든 미국의 요청을 한국이 거절하기는 힘든 상황을 이용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현재 1300억원을 분담하는 한국에는 50억달러, 56천억원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했고, 21200억원을 분담하는 일본에도 80억달러 약 93천억원 증액을 요구했습니다. 주한미군은 28500명, 주일미군은 54천명입니다. 비슷한 증액비율입니다.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 결과가 내년 3월에 계약이 종료되는 일본의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에도 분명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평소 같으면 비공식 라인을 통해 한일 양국이 미국의 무리한 요구에 어떻게 대응할지 협의를 했겠지만, 지금은 그런 대응이 힘듭니다. 

 

3. “폭력배 갈취커지는 비판

그레이스 멩 민주당 하원의원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이런 공격적인 협상 전략은 한미동맹의 가치가 과소평가 되고 있음을 의미한다미국의 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해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애덤 스미스 하원 군사이원장은 최근 외국에게 미군 주둔 비용을 부담하라고 권유할 수 있지만 폭력배가 돈을 갈취하듯 안보정책을 운영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라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빌 패스크렐 하원의원(뉴저지·민주)15(현지 시간) ‘한미 동맹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을 비판한다는 성명을 내고 최근의 외교적 갈취(shakedown)가 한반도에서의 핵심 (동맹) 관계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미 감정에 대한 우려도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의 보수성향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과도한 숫자 뿐 아니라 그것을 행하는 방식에서 이런 요구는 전통적 우방들에 반미주의를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일본 야후재팬은 미국의 방위비 인상 요구가 반미 세력을 키워주고, 미군 기지 철수를 요구하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무기한 경비 부담 요구는 국회 비준의 비토권을 강력하게 사용할 수밖에 없단 점을 단호히 말한다고 어제 밝혔습니다. 한국의 반미국 정서를 의식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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