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음식 37개 측정...전체 방사선 이상 없어

  • 기자명 뉴스톱
  • 기사승인 2019.12.06 11: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0년 한국 국가대표팀이 도쿄올림픽에 참가합니다. 원전사고 지역에서 약 67km 떨어진 후쿠시마 아즈마 스타디움에서도 경기가 열립니다. 한국 응원단 역시 이 지역을 방문해야 합니다.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 이후 최근까지 수 많은 한국 언론의 후쿠시마 방사능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8년째 똑같은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언론 보도를 봐서는 어디가 위험하고 어디가 안전한지 알 수가 없습니다. 팩트체크 미디어 <뉴스톱>은 후쿠시마 주요 지점 방사능을 직접 측정해 방사능 지도를 그렸습니다. 이 기사와 지도가 한국 국민과 정부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중요한 것은 팩트입니다.

[모두를 위해 '후쿠시마 방사능 지도'를 그리다] 시리즈

"그래서, 후쿠시마 어디가 위험하고 어디가 안전하다는 거야?"

JTBC는 왜 일본시민단체로부터 '방사능 편파보도' 항의를 받았나

③ 사고 5km 이내 높은 수치...후쿠시마 경기장 방사선은 '보통'

후쿠시마 음식 37개 측정...전체 방사선 이상 없어

⑤ '후쿠시마 방사능' 위험지역과 안전지역을 확인하다

⑥ "문제 없다"와 "끝났다" 사이에 '후쿠시마의 진실'이 있다

⑦ "후쿠시마 방사능 피해는 암이 아니다. 공동체와 산업의 파괴다"

⑧ "도쿄올림픽 후쿠시마 경기, 원전사고 종식되었다는 식으로 이용될까 우려"

⑨ "일본 방사능 데이터 은폐는 불가능하다. 민간에서 끊임없이 조사하기 때문"

⑩ [기고] 시민들이 측정해 만든 '일본 방사능 지도' 어디까지 믿을수 있나?

⑪ [팩트체크] 일본정부가 원전사고 뒤 방사능 기준치를 낮췄다?

⑫ 방사선 안전기준치와 선량한도치는 100배 차이가 난다

⑬ [팩트체크] 후쿠시마는 체르노빌보다 11배 큰 원전사고다?

⑭ [팩트체크] 후쿠시마 사고 후 도쿄전력 임원들 해외도피?

⑮ [팩트체크] ‘먹어서 응원하자’ 참여한 일본연예인 피폭?

■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와 서울대 SNU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습니다.

 

WTO는 제재하고 IOC는 무시한 일본산 식품의 위험성?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방사능 유출사고 후 8년이 흘렀으나 일본산 식품, 특히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에 대한 한국 사회의 불신과 공포가 여전히 두텁다. 2011년 3월 11일 사고 이후 일본산 식품에 대해 수입규제 조처를 취한 나라는 한국 포함 46개국이다. 이 중 미국, 중국 등 23개 국가가 여전히 수입규제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 2013년 유일하게 특별 조치를 추가 시행했다. 검사 품목에서 방사성 물질인 세슘이 일정량 이상 검출될 경우 다른 핵종에 대한 검사증명서를 요구하는 내용이다. 이를 빌미 삼아 일본은 2015년 ‘위생 및 식물위생(SPS) 협정’ 위반으로 한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사실심인 1심에서는 한국이 졌지만 올해 4월 12일 법리심인 2심에서는 이겼다.

판결이 났으나 논란은 가열되는 모양새다. 일본 정부는 내년 도쿄올림픽에서 선수단에 후쿠시마산 식자재를 공급하겠다고 밝혀왔다. 즉각 ‘방사능 올림픽’, ‘도쿄올림픽 보이콧’ 등 비난과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대한체육회는 “별도의 급식지원센터 운영을 고려하겠다”는 방안을 냈다. 일본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안심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달 10일 우치보리 마사오 후쿠시마 현 지사는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을 만나 “식품에 대한 방사성 핵종 오염 문제를 감시, 대응하기 위한 일본의 조치가 적절히 행해지고 있으며 유통 체계도 효과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선 9월경에도 아베 총리를 통해 같은 메시지가 바흐 위원장에 전달된 바 있다. 바흐 위원장은 “참가국에 알리겠다”고 답했다.

WTO 분쟁 기구는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가 무역 차별이 아니라고 결정했다. 반면 IOC를 비롯해 올림픽 참가국 다수는 한국의 방사능 문제제기에 호응하고 있지 않다. 복잡한 국면이다. ‘후쿠시마산 식품은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일본 정부의 말을 신뢰하는 한국인은 거의 없다. 각종 시민단체운동가들이 후쿠시마산 식품 공급 반대 목소리를 냈고 국내 언론 여럿이 여기에 힘을 실어 주었다. 유튜브 등 온라인 상에는 우라늄 커피, 후쿠시마 음식 먹고 숨진 연예인 등 괴담이 나돈다.

유튜브 화면 캡처.
유튜브 화면 캡처.

 

뉴스톱 측정 결과 샘플 전체 방사능 이상 없어

실제 후쿠시마산 식품의 방사능 오염은 얼마나 심각할까. 뉴스톱이 이번 후쿠시마 방사능 기획 취재 기간 동안 직접 현지 식품의 방사능 수치를 측정했다. 후쿠시마 현 일대에 위치한 지역 음식점과 호텔, 편의점, 마트 등 7개 구입처에서 구한 37개 품목을 조사했다. 현지 주민과 여행객 누구나 쉽게 먹고 마시는 음식을 대상으로 했다. 측정에 사용한 기기는 ‘써모피셔 사이언티픽(ThermoFisher Scientific)’사의 ‘라드아이 비20(RadEye B20)’이다. 후쿠시마를 취재한 국내 다른 언론사가 측정에 사용한 것과 같은 개발사의 기기다.

통상 식품 방사능 측정은 음식 샘플을 분쇄해 가루를 낸 다음 정밀 분석 기기를 거쳐 질량 단위로 방사선량을 재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 경우 단위는 Bq/kg(킬로그램 당 베크렐)이다('베크렐Bq'은 측정하려는 대상에 핵종 구분없이 방사성 물질에 들어있는 방사선을 방출하는 불안정한 핵의 양”을 지칭하는,  방사능 세기를 나타내는 절대값 개념이라면 '시버트Sv'는 방사능 물질로 부터 방출되는 유해한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정도를 수치화한 값이다). 뉴스톱은 장비 여건상 샘플을 분쇄하지 않고 음식 표면에서 나오는 방사선량을 측정했다. 따라서 단위는 Bq/㎠(제곱센티미터 당 베크렐)이다. 정밀도 면에서 떨어지나 음식의 이상 여부를 알아보는 데는 참고할 수 있다. 검사 결과를 정리한 표는 다음과 같다.

2019년 11월 4일부터 11월 9일까지 뉴스톱 취재팀이 측정한 후쿠시마 현지 식품 방사능 수치.
2019년 11월 4일부터 11월 9일까지 뉴스톱 취재팀이 측정한 후쿠시마 현지 식품 방사능 수치. 장비 여건상 정밀한 측정에 한계가 있다. 이 수치는 참고용이다.

 

측정 결과 전 품목에서 0.09~0.2Bq/㎠ 범위의 수치가 측정됐다. 품목별로 보면 도시락과 호텔 조식의 쌀이 0.12~0.2Bq/㎠, 샐러드 등 채소류가 0.09~0.12Bq/㎠, 소고기 등 육류가 0.1~0.16Bq/㎠, 초밥 등 생선류가 0.1~0.16Bq/㎠, 빵, 케이크 등 가공식품이 0.11~0.17Bq/㎠을 기록했다. 0.2 Bq/㎠을 넘는 경우는 없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규정한 한국의 방사성 세슘 기준은 식품 1kg당 100Bq이다. 단위무게와 단위면적이라는 차이가 있어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0.09~0.2Bq/㎠은 피폭 선량 관점으로 보면 매우 낮은 양이다(다음 기사에서 이부분은 따로 논할 예정이다), 방사능에 오염된 음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국과 일본 식품 방사능 기준치, 세계에서 가장 엄격

일본의 방사능 세슘 기준치도 한국과 같다. 일본은 사고 1주기를 조금 넘긴 2012년 4월 1일 기준치를 300Bq/kg에서 100Bq/kg로 강화했다. 한국의 경우 본래 기준치는 370Bq/kg이었으나 일본의 조치에 맞추어 같은 날 일본산 식품에 한정 기준치를 100Bq/kg으로 낮췄다. 이후 2013년 9월 기준치 적용 대상을 모든 국가 식품으로 확대했다. 한국과 일본의 방사능 기준은 세계적으로 봐도 가장 엄격한 수준이다. CODEX 국제식품규격위원회의 국제 기준치는 1000Bq/kg이고 미국은 1200Bq/kg, 유럽연합은 1250Bq/kg다. 10배를 웃도는 차이다.

후쿠시마 현 한국어 사이트 캡처.
후쿠시마 현 한국어 사이트 캡처.

 

대부분의 식품은 조금씩 자연방사선을 내뿜는다. 방사성 동위원소인 칼륨40 때문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칼륨40의 영향으로 쌀은 1kg당 30베크렐, 쇠고기는 1kg당 200베크렐, 버섯은 1kg당 700베크렐 수준의 자연방사선을 발산한다고 한다. 칼륨과 달리 세슘에 대해 식품 규제치가 있는 이유는 세슘이 인공 방사성 물질이기 때문이다. 인체에 미치는 피폭선량은 핵종과 연령대 등 요소에 따라 달라지므로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같은 베크렐 수치일 때 칼륨40과 세슘137, 세슘134의 위해성에 큰 차이는 없다.

뉴스톱은 쌀, 생선, 육류, 채소, 가공식품 등 다양한 식품을 측정했다. 전 품목에서 해당 지역의 자연방사선량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낮은 측정값이 나타났다. 식품 전용 장비로 정밀한 측정을 하지 못했다는 점, 후쿠시마 전역에 유통 중인 전체 식품의 극히 일부를 무작위 추출했다는 점, 후쿠시마 현 내 식당과 호텔, 마트 등을 이용했지만 식재료의 원산지가 실제 후쿠시마인지까지는 확인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번 조사만으로 100% 안전을 확언할 수는 없다. 다만 제조지가 후쿠시마로 명시된 ‘후쿠시마 특산품’ 5개 품목에서도 이상 수준의 방사선이 검출되지는 않았다. 현지 사람들도 대부분 의심 없이 식당이나 편의점을 이용하는 모습이었다.

 

"후쿠시마에 가면 뭐든지 먹는다. 일본 정부가 아니라 사람들을 믿어서다"

 

애즈비 브라운(Azby Brown) 세이프캐스트 수석연구원
애즈비 브라운(Azby Brown) 세이프캐스트 수석연구원

 

(사고 수습 과정에서) 일본 정부가 한 일 중 유일하게 옳은 일이 있다면 식품 방사능에 대한 모니터링 프로그램을 마련해 운영한 것이다. 무수히 많은 측정이 이루어졌고 여전히 시행 중이다. 기본적으로 음식은 매우 안전하다. 기준치를 넘는 음식의 양은 지난 몇 년간 거의 0에 가깝다.

또 다양한 시민 단체들 역시 독립적으로 음식에 대한 방사능 측정을 한다. 후쿠시마, 도쿄 등 일본 전역에서 시민들이 스스로 식품 모니터링을 실시 중이다. 우리는 이 수치를 정부의 수치와 비교해 판단할 수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라면 확신이 있다. 나는 후쿠시마에 가면 가리지 않고 먹는다. 정부를 믿어서가 아니다. 사람들을 믿기 때문이다. 그들은 관리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뉴스톱이 직접 인터뷰한 세이프캐스트(Safecast)애즈비 브라운 수석연구원의 말이다(전체 내용은 추후 공개될 뉴스톱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세이프캐스트는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바로 다음날부터 자발적으로 조직되어 지금까지 운영 중인 방사능 감시 시민 단체다. 각국의 IT 전문가, 과학자, 사회 운동가 등이 주축으로 참여했다. 일본을 비롯한 전세계 시민들에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를 보급하고 측정 정보를 모아 방사능 지도를 구축하는 등, 재난 당시 정보의 불투명성과 그로 인한 혼란을 타개하는 데 앞장 서 왔다. 일본 정부를 가장 철저하게 감시 중인 단체 중 하나이기도 하다.

“(재난 당시) 일본 정부는 사람들을 암흑 속에 내버려뒀다”고 비판해온 세이프캐스트지만 정부의 식품 방사능 오염 관리에 대한 판단은 조금 다르다. 2016년 발간된 ‘세이프캐스트 리포트 2016’에는 식품 영역에서 일본 정부의 대처가 신속하고 광범위하며 철저하게 이루어졌다는 평가가 담겼다. 다만 정부의 데이터를 믿을 수 없는 다수 사람들을 위해 여러 시민단체가 각자의 방식으로 식품 방사능 오염도를 측정하고 정보를 공개했다. 덕분에 방사능 크로스체크가 가능해졌다. 이러한 전방위적 노력이 어우러져 하나의 신뢰 시스템으로 자리잡았다는 것이 세이프캐스트의 분석이다.

 

일본 정부와 지자체의 식품 방사능 모니터링 시스템

일본 후생노동성은 도호쿠 대지진 발생 닷새 째인 2011년 3월 17일 식품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 운영해왔다. 후생노동성 홈페이지에는 2011년 3월 19일 샘플부터 측정한 지역별, 품목별 방사능 수치 검사 자료가 월 단위, 연 단위로 공개되어 있다. 연간 종합보고서를 보면 후쿠시마현 한정 검사 품목 중 방사능 기준치(100Bq/kg)를 넘어간 식품 비율이 2011년 사고 직후 1년간 3.33%, 2012년 3.95%, 2013년 1.49%, 2014년 0.73%, 2015년 0.17%, 2016년 0.77%, 2017년 0.22%, 2018년 0.41%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난다. 편차가 있으나 사고 초기에 비해 눈에 띄게 줄었다. 이들은 모두 유통 단계 이전에 검사된 것으로 기준치를 넘긴 식품은 시장으로 나오지 않는다.

일본 후생노동성 식품 방사능 모니터링 연간 보고서 캡처. 후쿠시마현 기준 측정 식품에 대해 기준치를 넘긴 품목의 수와 비율이 점차 감소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 식품 방사능 모니터링 연간 보고서 캡처. 후쿠시마현 기준 측정 식품에 대해 기준치를 넘긴 품목의 수와 비율이 점차 감소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일본 수산청 역시 2011년 5월 6일 공표된 ‘수산물 방사능 검사에 대한 기본 정책’에 의거해 각종 해산물, 민물 생물을 대상으로 방사능 모니터링을 시행 중이다. 지난 9월 27일에 업데이트된 보고서에 따르면 해산물의 경우 방사능 기준치를 넘긴 식품 비율은 2011년 2분기에 23.5%를 기록한 뒤 지속적으로 하락해 2014년 3분기 0.2%까지 떨어졌고 이후 0을 유지 중이다. 또한 수산청에서 제공하는 한국어 간행 자료에 따르면 지진이 있은 뒤 줄곧 후쿠시마 연안어업 및 저인망어업(그물을 해저에 닿게 해 끄는 방식으로 어족을 잡는 어법)이 금지되어 있으며, 후쿠시마 앞바다 오염도 측정을 위해 주기적으로 잡아들이는 150체 정도를 제외하면 포획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일본 수산청 사이트 캡처. 방사능 기준치를 넘긴 해산물 비율도 점차 하락해 현재는 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 수산청 사이트 캡처. 방사능 기준치를 넘긴 해산물 비율도 점차 하락해 현재는 0%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후쿠시마현은 자체적으로 현에서 생산된 각종 농림수산물의 방사능 수치를 측정한 뒤 그 결과를 채취일, 지역, 품목 별로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 대다수 품목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식품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또한 후쿠시마 내 생산자 단체, 유통 업체, 소매 사업자, 소비자 단체가 후쿠시마현과 함께 2012년 5월 설립한 ‘후쿠시마의 은혜 안전 대책 협의회’도 농림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측정 및 정보 공개를 시행 중이다. 출하 전 단계에서 원재료에 대한 검사가 이루어진다. 현지 농어민 등 재난 피해 당사자들의 극복 노력이 행정과 결합해 검증 시스템으로 발전된 사례다.

 

일본 시민 사회의 식품 방사능 모니터링 시스템

그 외에도 다양한 시민 단체와 민간 그룹이 정부 데이터에 대한 검증 혹은 해석 차원에서 식품 모니터링 정보를 제공한다. 일본 내 30개 방사능 측정 연구소의 시민 연합체인 ‘모두의 데이터(みんなのデータサイト, Minna-no Data)’는 2019년 11월 26일 기준 16119건의 음식 측정 데이터를 공개 중이다. 식품별, 지역별로 측정 수치를 검색할 수 있다. 후쿠시마현의 경우 2019년에는 160개 샘플 중 2개(1.2%), 2018년에는 195개(1.0%) 샘플 중 2개 품목이 방사능 기준치를 넘겼다. 기준치를 넘긴 품목 넷 중 셋이 야생 식물이다. 반면 2011년에는 623개 샘플 중 65개(10.4%) 품목이 기준치를 넘겼다.

후쿠시마 생활협동조합에서도 식품 방사능 측정 데이터를 볼 수 있다. 후쿠시마 생협은 매년 100~200개 가정의 실제 식사 샘플을 모아 실제 가정식을 대상으로 방사능 측정을 진행한다. 2011년부터 조사를 진행해 왔으며 가장 최근 측정그래프의 경우 모두 50Bq/kg 미만 수치를 기록한 것을 볼 수 있다. 결과 보고 페이지에는 이 수치가 대부분 세슘이 아닌 자연방사성 핵종 칼륨40에서 나온 것이라는 설명이 첨부되어 있다. 비영리(NPO) 법인 이와키 방사능 측정 센터 ‘타라치네(たらちね)’에서도 2011년 10월부터 매달 식품 측정 결과를 공개해 왔다. 최근 2019년 10월 측정표를 보면 일반 식품 쪽에서 기준치를 넘은 항목은 없으나 버섯과 산나물 일부가 높은 세슘 수치를 기록했다.

후쿠시마 생활협동조합 식품 방사능 측정 그래프 캡처. 전 가정식 샘플에서 50Bq/kg 미만의 측정값이 나타났다.
후쿠시마 생활협동조합 식품 방사능 측정 그래프 캡처. 전 가정식 샘플에서 50Bq/kg 미만의 측정값이 나타났다.

 

데이터 접근성 개선을 위해 기존 자료를 재가공한 작업물도 있다. 도쿄공예대학(Tokyo Polytechnic University) 인터렉티브 미디어 학과 소프트웨어 디자인 연구소에서는 후쿠시마 내 식품 방사능 오염도의 변화를 볼 수 있는 온라인 지도를 만들었다. 지도는 도쿄 전력과 후생노동성의 자료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정부와 도쿄전력의 조사 데이터 접근성이 낮고 데이터 해석도 쉽지 않기 때문에 이를 직관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인터렉티브 맵’을 만들었다고 제작자들은 밝힌다. 후쿠시마산 식품의 방사능 수치 변화를 지도상 색깔로 파악하고 개별 항목에 대한 세부사항도 확인할 수 있다.

일본 식품 방사능 오염 지도 화면 캡처. 2011년 3~5월 기간 지도와 2018년 8월~10월 지도를 비교하면 후쿠시마 내 방사능 기준치를 넘긴 농수산물 비율이 얼마나 개선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빨간색은 기준치를 넘긴 식품이 50% 이상인 지역이고 파랑색은 0~10%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일본 식품 방사능 오염 지도 화면 캡처. 2011년 3~5월 기간 지도와 2018년 8월~10월 지도를 비교하면 후쿠시마 내 방사능 기준치를 넘긴 농수산물 비율이 얼마나 개선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빨간색은 기준치를 넘긴 식품이 50% 이상인 지역이고 파란색은 0~10%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여전한 위험, 야생동식물 피폭

이처럼 일본 정부와 지자체, 민간 그룹과 시민 단체는 다층적으로 식품 방사능 모니터링을 실시 중이다. 누적된 데이터는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사고 이후 후쿠시마 등 일본산 식품의 방사능 오염도가 점진적이고 일관되게 개선되어 가는 경향성을 보여준다. 단, 이들 조사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위험도는 야생동식물에 관한 것이다. 일본 농림수산성에서 2015년에 발표한 보고서에는 식용 야생 식물, 야생 버섯, 야생 동물에서 높은 방사성 세슘이 검출되었으며 검출 결과를 토대로 식물의 경우 7개 현 102개 지역, 버섯은 10개 현 109개 지역, 동물은 9개 현 314개 지역에서 수렵, 채취, 유통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어 같은 부처의 2017년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관련 통계가 실렸다. 2015년 기준 일반 경작물 샘플에서는 237,845개 중 5개(0.005%)가 기준치 이상의 방사성 세슘 오염도를 보인 반면 야생동식물에서는 샘플 21,236개 중 259개(1.2%)가 기준치를 넘었다. 비율로 따지면 600배에 달한다. 이 조사는 일본 전역의 17개 현을 대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지역을 후쿠시마현으로 한정하면 비율이 더 높아질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모두의 데이터 사이트NPO 타라치네 측정 보고서에서도 야생 동식물과 산지 토양 등에 대한 높은 방사능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일본 농림수산성에서 2017년 발표한 농작물 방사능 오염 제거 방안 보고서 캡처. 야생동식물의 경우 방사능 오염 비율이 점차 줄어드는 경향성은 일반 식품과 같으나 표본 내 기준치를 넘긴 객체 비율은 큰 차이를 보인다.
일본 농림수산성에서 2017년 발표한 농작물 방사능 오염 제거 방안 보고서 캡처. 야생동식물의 경우 방사능 오염 비율이 점차 줄어드는 경향성은 일반 식품과 같으나 표본 내 기준치를 넘긴 객체 비율은 큰 차이를 보인다.

 

산지와 야생동식물의 방사능 수치가 유독 높은 이유는 산 속 제염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방사성 물질이 토양과 식생에 고착되었기 때문이다. 세이프캐스트의 방사능 지도를 보면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지점으로부터 북서쪽으로 오염도가 높은 구간을 볼 수 있는데 이 곳도 산간 지역이다. 일본의 식품 방사능 모니터링에 대한 연구 분석 결과를 소개하는 네이처지의 기사에서도 관련 설명이 나온다. 체르노빌과 20세기에 핵실험이 이루어졌던 지역에서 관찰된 바에 따르면 버섯은 토양의 방사성 물질을 흡수해 더 높은 방사능 수치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멧돼지 등 야생 생물은 이런 식물을 섭취하면서 방사성 핵종을 체내에 축적하고 그 결과 오염도가 높아진다. 소위 '방사능 멧돼지'가 위험하다는 내용은 한국에서도 수차례 기사화된 적이 있다. 

 

데이터를 거부하면 '사회적 신뢰'도 '정확한 위기 인식'도 없어

야생 동식물 방사능 수치에서 볼 수 있듯 잠재적 위험은 존재한다. 태풍 등 자연재해로 산지의 방사능 오염이 농지에 전이될 수도 있고 유출된 오염수가 해양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지난 4월 WTO 분쟁기구의 2심 재판부 판결도 이러한 ‘잠재적 위험성’을 인정받은 덕분에 얻어낸 결과다. 앞선 1심에서는 “일본산 식품의 위해성이 낮다는 사실심 판단”이 나왔다. 한국의 통상분쟁대응팀은 이 사실 관계를 논박해 뒤집은 것이 아니라 “식품은 안전하더라도 환경은 위험할 수 있다”는 잠재적 위험성을 법리심인 2심에서 설득해냈다.

후쿠시마의 재난은 아직 진행 중이다. 산과 숲에 제염되지 않은 미지의 땅이 남아 있고 처리 불능의 오염수가 쌓여 있다. 사고 원전의 폐로 작업이 쉼 없이 진행 중이며 8년 넘게 이어지는 피난민들의 어려움도 여전하다. 무엇보다 일본은 내외적으로 사회적 신뢰도에 큰 타격을 받았다. 어쩌면 이것이 가장 심각하고 오래 지속 중인 재난의 후유증이다.

일본 사회의 광범위하고 다층적인 식품 방사능 모니터링 체계는 바로 이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이들이 쌓아 올린 방대한 데이터는 유통 중인 식품만큼은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으며 그 오염 정도도 매우 낮아졌음을 보여준다. 약소하나마 뉴스톱의 실제 측정치도 이 경향성에 부합했다. 이 데이터 자체를 거부하기보다는 정보를 해석하고 공유하며 데이터 측정-공개 시스템이 꾸준히 작동할 수 있도록 지켜보는 일이 중요해 보인다.

 

*후쿠시마·도쿄 방사능 특별취재팀: 김준일·송영훈·지윤성·홍상현·강양구·김성수·박강수
*취재에 도움을 준 단체: 일본 최대 진보언론 <신문 아카하타>, 일본 방사능 측정 시민단체 <세이프캐스트>, 방사능 측정장비 기업 <램텍><써모피셔사이언티픽>
*12월 6일 15시 내용 수정
*현지 식품 방사능 실측 결과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측정 단위의 차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어 수정했습니다. 뉴스톱은 기사 내용 추가 및 수정에 있어서 IFCN(International Fact-Checking Network: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의 규정을 준수합니다.

기사에도 설명이 나와 있듯 본래 식품 방사능 측정은 무게 단위당 방사선량으로 이루어진다. 통용되는 식품 방사선 기준치의 단위도 Bq/kg이다. 반면 뉴스톱 취재팀은 장비의 한계가 있어 단위 면적당 방사선량 단위(Bq/㎠)로 식품 방사선을 측정했다. 따라서 이 측정값은 식품의 위험도를 알아보는 정확한 기준이 되기는 힘들다. 식품의 경우 핵심은 섭취 시 내부 피폭 여부인데, 표면만 측정할 경우  식품 내부 방사선원으로 부터 나오는 방사선 중 알파파와 베타파는 잡아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뉴스톱의 측정치는 식품의 이상을 확인하기 위한 참고 수치로 간주해야 한다. 이상의 이유로 제목을 비롯한 표현 일부를 수정하였으며 자세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전체 제목 '후쿠시마 음식 37개 측정...전체 방사선 기준치 아래'와 두 번째 소제목 '뉴스톱 측정 결과 샘플 전체 방사능 기준치 미만'에서 '기준치 아래'와 '기준치 미만'은 모두 '이상 없어'로 수정했다.

5번째 문단에 "정밀도 면에서 떨어지나 음식의 이상 여부를 알아보는 데는 무리가 없다"는 표현을 "참고 가능하다"로 수정했다.

37개 식품 측정치를 정리한 표 설명에 "장비 여건상 정밀한 측정에 한계가 있다. 이 수치는 참고용이다"라는 문장을 추가했다.

측정치 정리 표 바로 다음 문단 말미에 단위 차이를 고려해 "단위무게와 단위면적이라는 차이가 있어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0.09~0.2Bq/㎠은 피폭 선량 관점으로 보면 매우 낮은 양이다(다음 기사에서 이부분은 따로 논할 예정이다). 방사능에 오염된 음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라는 설명을 추가했다.

9번째 문단에 뉴스톱 조사만으로 100% 안전을 확언할 수 없는 이유에 "식품 전용 장비로 정밀한 측정을 하지 못했다는 점"을 추가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