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7년 홋카이도 인구가 1만 명? 다큐 소개 '옥에 티'

  • 기자명 임영대
  • 기사승인 2019.12.10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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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노동자 강제연행에 관한 다큐멘터리 「끌려간 사람들, 증언」이 121일 밤에 MBC경남에서 방영이 되었다. 홋카이도의 탄광에 끌려간 조선인 노동자들이 말로 하기 힘든 고통을 겪었음에도 진상은 거의 밝혀지지 않고 피해자들이 보상도 받지 못했음을 통탄하는 방송이었다.

분명히 분개할 일이고 진상이 공개되기를 촉구해야 할 일이지만, 이 프로그램을 소개한 한 기사에는 상당히 심각한 문제가 하나 있었다.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한 구성작가 본인이 작성한 기사다.

 

우리나라 면적의 80%에 달할 정도로 넓은 땅을 자랑하는 홋카이도, 그러나 일제강점기인 1937년까지만 해도 대부분 지역은 개발되지 않아 불과 1.5% 지역에만 사람이 거주했다. 홋카이도 전체의 인구도 1만 명 남짓한 원주민들 뿐이었다. 전쟁에 열을 올리던 일본은 러시아의 남하를 막고 홋카이도에 묻혀 있는 엄청난 지하자원을 캐내기 위해 본격적으로 홋카이도를 개발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영하 30~40도를 오르내리는 혹한의 땅, 이 척박한 땅을 개발하는데 상당수의 조선인들을 끌고 와 강제노역에 종사시킨다.(강조 필자)

"사람 잡아먹는 곳이라.." 뒤늦게 드러난 일본의 끔찍한 만행(오마이뉴스, 입력 2019.12.01. 10:54 수정 2019.12.01. 11:57)

 

홋카이도가 매우 춥고 혹독한 기후를 가지고 있으며 탄광 등 이곳의 자원을 개발하기 위해 일제가 조선인 노동자들을 끌고 온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저 기사가 주장하듯, 1937년에 인구가 <원주민 1만 명>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홋카이도가 미개발된 땅이었을까?

홋카이도는 본래 원주민인 아이누가 사는 땅이다. 근대 이전까지 일본은 홋카이도 전체를 지배하지 않았으며, 일부에 거점을 구축하고 아이누와 교역하는 정도로 만족했다. 홋카이도의 인구를 조사한 최초의 기록은 겐로쿠(元禄) 14(1701) 9월의 것으로, 286명이 거주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누락된 원주민이 있을 것을 고려하면 당연히 그 숫자는 더 늘어난다.

그러다가 서양 세력이 동진하면서 일본 정부는 러시아의 남하를 경계하여 홋카이도와 쿠릴 열도에 주의를 쏟기 시작했다. 차츰 늘어난 홋카이도의 인구는 1850년대에 이미 6만 명을 넘나들었다.

메이지 유신(1868) 이후 일본 정부는 홋카이도 개척사를 설치(1869)하여 홋카이도를 본격적으로 개발한다. 개척사가 설치된 1869년의 홋카이도 인구는 58,467명인데, 전국에서 이주민이 모여들면서 홋카이도의 인구는 급격하게 늘었다.

20세기로 접어드는 1901(메이지 34)에는 홋카이도 인구가 922,508명을 찍었다. 불과 2년 뒤에는 100만 명을 돌파한다. 그 뒤에도 홋카이도 인구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저 기사에서 언급한 1937(쇼와 12)이 되면 3,096,571명을 기록한다. 기사에서 주장한 1만 명의 정확히 300배가 되는 셈이다.

(출처 : 北海道人口推移 18692018明治2平成30)、国勢調査人口推移 19202015(大正09平成27))

오마이뉴스 기사를 작성한 작가 측의 해명에 따르면 이 수치는 소개기사를 작성하다가 벌어진 단순한 착오에 의한 것으로 실제 다큐멘터리 내용과는 관련이 없다. 하지만 이 소개기사를 통해 해당 프로그램을 접한 이들, 특히 일본인들에게는 프로그램의 신뢰도를 저하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보다 깊은 주의가 요구된다.

*2019년 12월 11일 오후 12시 45분 1차 수정: 기사 작성자가 오마이뉴스 기사에서 해당 부분을 삭제했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기사의 뒷 문단을 빼고 새롭게 제작진 해명 문단을 넣었습니다.

*2019년 12월 11일 오후 4시 38분 2차 수정: 작가의 요청에 의해 제목 일부를 'MBC다큐 옥에 티'에서 '다큐 소개 옥에 티'로 변경했습니다.

* 2019년 12월 13일 오후 1시 50분 3차 수정: 작가 측의 요청으로 'MBC'를 'MBC경남'으로, '제작진의 해명에 따르면'을 '오마이뉴스 기사를 작성한 작가 측의 해명에 따르면'으로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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