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강사법은 '석사 이상'만 강사 자격 부여한다?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9.12.1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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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별신굿 전수조교 김정희씨 사망…“강사법 이후 해고통보”> 지난 12월 15일 소셜미디어를 달군 기사 가운데 하나입니다. 연합뉴스가 아침 6시 44분에 송고한 기사였고, 몇 시간 뒤 중앙일보를 비롯한 대부분의 언론이 받아서 보도했습니다.

부제는 ‘‘학위’ 없어 출강 못 하게 돼…극단적 선택 추정‘이었고, 기사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전 겸임교수이자 동해안별신굿 전수교육조교인 김정희 씨의 죽음은 강사법 때문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연합뉴스 홈페이지 갈무리
연합뉴스 홈페이지 갈무리

기사에서 문제를 제기한 ‘강사법’은 대학 시간강사의 처우 개선을 위한 법률로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정식명칭입니다. 2010년 고(故) 서정민 박사가 시간강사의 열악한 근로환경 등을 폭로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후 열악한 시간강사의 고용 안정성과 지위 향상을 목적으로 입안되었습니다.

2011년 첫 개정 이후 4차례에 걸쳐 7년간 시행이 유예되었다가 2018년 12월 18일 개정안이 확정되었습니다. 개정안에는 강사의 임용절차와 교수시간, 겸임교원 등에 대한 자격 요건 등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강사법의 시행으로 오히려 강사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지난 5월 대학교육연구소가 4년제 사립대 152개교의 대학 강사를 분석한 결과 대학 강사 수는 2011년 6만226명에서 2018년 3만7829명으로 37.2%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8월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대학들이 재정 부담을 피하고자 강사 정원을 줄였다는 분석입니다.

연합뉴스 기사도 “강사법은 시간강사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시행을 앞두고는 대학이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강사들을 대량해고 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며, 강사법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희 씨 죽음의 원인은 학위 때문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강사법 도입 전에는 예술 활동 경력만으로도 강사 자격이 부여됐는데, 강사법 도입으로 대학에서 석사 학위 이상을 요구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올해 8월 강사법이 시행되면서 대학 측이 ‘석사 학위 이상을 소지한 강사를 다시 뽑아야 한다’는 입장을 전해왔고, 김씨는 20여 년간 직장으로 삼았던 연희과에 더는 출강하지 못하게 됐다. 강사법 도입 전까지는 학위가 없어도 예술 활동 경력을 참작해 강사 자격이 부여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 연합뉴스 기사 본문

 

그런데, 새로 도입된 ‘강사법(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그런 규정이 없습니다. 고등교육법 제16조 교수·부교수·조교수·강사 및 조교의 자격기준 및 자격인정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기 위해 제정된 대통령령 제29814호 ‘대학교원 자격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①대학졸업자 또는 이와 동등 자격을 가진 자의 경우 ‘연구실적연수 1년’과 ‘교육경력연수 1년’으로 합계 연수 2년 ②전문대학졸업자 또는 이와 동등 자격을 가진 자의 경우 ‘연구 실적연수 1년’과 ‘교육경력연수 2년’으로 합계 연수 3년 ③연구실적 연수와 교육경력연수 중 어느 하나가 기준에 미달하더라도 각 연수의 합계가 해당 기준을 충족하면 자격기준을 갖춘 것으로 본다고 되어 있습니다.

출처 : 국가법령정보센터
출처 : 국가법령정보센터

 

또한 지난 6월 4일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 강사제도 운영매뉴얼’에 따르면, ①대학·전문대학졸업자 또는 이와 동등이상의 자격을 가진 자로서 그 졸업 또는 자격취득 후 별표의 직명별 연구실적과 교육경력의 합계연도의 2분의 1이상의 경력을 가진 자 ②대학·전문대학졸업자 또는 이와 동등이상의 자격을 가진 자로서 그 졸업 또는 자격취득 후 별표의 연구실적 연수와 대학·전문대학 또는 이와 동등정도의 학교이외의 학교에서 별표의 교육경력 연수에 해당하는 연수의 교육경력을 가진 자는 강사의 자격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추처 : 교육부 '대학 강사제도 운영매뉴얼'
추처 : 교육부 '대학 강사제도 운영매뉴얼'

김정희 씨는 이미 한예종 연희과에서 20여 년간 강의를 해 왔기 때문에 강사법이 규정한 강사의 자격을 충족하고 있습니다. 결국 연합뉴스 보도에서 강사법 시행과 함께 학교 측에서 석사 학위 이상 소지자를 강사로 뽑기로 했다는 것은 확인이 필요한 사항이었고, 포털 검색 등을 통해 강사법을 찾아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방적으로 한쪽의 주장을 그대로 전달하면 사실관계가 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강사법 시행에 따른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잘못된 사례나 인과관계는 독자들의 오해를 부를 수 있습니다. 학교측이 석사학위가 없다고 임용을 못하겠다고 한 것이 사실이라면 사망한 김씨에게 거짓말을 한 것입니다. 언론은 대학측의 거짓말을 기사에 제대로 지적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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