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패율제, 과거엔 민주당이 추진하고 진보정당 반대했다

  • 기자명 김수민
  • 기사승인 2019.12.17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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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 개정 연합' 내부에서의 선거제 논쟁은 근래 들어 연동율과 보정의석 규모를 두고 전개되어 왔다. 당초 선거법 개정안은 300석 중 75석을 지역구 외 비례대표 의석으로 잡고, 지지율만큼의 의석수에 지역구 확보 의석수가 못 미치는 정당에게 의석을 보태주는데(보정의석) 그 차이의 절반을 우선 보태준 뒤에(연동율 50%), 남은 비례대표 의석은 정당 지지율만큼 나누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역구 외 의석이 50석으로 줄어들면서, 연동율을 얼마로 할지, 또 보정의석에 쓰는 총한도(캡)를 얼마로 잡을지가 관건이 되었다.

이 시점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또다른 논쟁의 불씨를 지폈다. 석패율제다. 당초 개정안에는 각당이 비례대표 의석을 권역별 명부로 배분한 다음, 권역별 의석 일부를 자당의 해당 권역 지역구 출마 후보 중 상대적으로 아깝게 떨어진 후보에게 주는 내용이 들어가 있었다. 하지만 비례대표 의석이 줄어들 상황에서 석패율제는 축소 내지 폐지의 위기를 겪게 되었다. 

지난 16일 이해찬 대표는 “석패율제는 어려운 지역에서 정치하는 분들이 회생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였는데, 요즘 얘기되는 건 중진들 재선 보장용으로 악용돼 퇴색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밝혔다. 연동율이나 보정의석한도 말고도 석패율제 찬반 때문에 합의가 안 되고 있다는 의미였다. 선거제 협상에서 민주당과 갈등하던 정의당은 발끈했다. 심상정 대표는 “정의당의 유일한 중진인 저는 어떤 경우에도 석패율제로 구제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받았다.

대립은 민주당 대 정의당으로 국한되지 않았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까지 가세했다. "석패율 제도는 권역별로 부패한 중진 살리기와 정의당 의석 확보해주기에 불과하다"며 석패율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보다 더 나쁜 개악이라고 표현했다. 애초 선거법 개정안에 포함되어 있었던 석패율제가 왜 불현듯 선거제 최대의 이슈로 급속히 부상한 것일까. 한동안 뜸하다가 민주당과 한국당이 협공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석패율제는 어떤 성격을 지닌 제도일까.

 

 

1. 석패율제 논의 시작은?

→ 민주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숙원

석패율제 논의가 한국 정치권에서 본격화된 기점은 2000년이다. 새천년민주당 소속 노무현 후보가 그해 총선 부산 지역에서 낙선하며, 대중과 다수 언론은 "고질적인 지역주의"를 말했다. 당시 민주당의 부산·경남 지역 의석은 전무했다. 일각에서는 권역에서 득표한 만큼 그 권역의 의석을 받는 제도였면, 특정 권역을 특정 정당이 석권하는 결과는 없다고 지적했다. 득표에 비해 의석이 적은 정당에게 비례대표 의석을 보태주고 이를 통해 지역구에서 석패한 낙선자를 구제하자는 제안이 생겨났다. 석패율제는 당시 '노무현낙선방지법'이었던 셈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어서도 선거제도 개혁을 잊지 않았다. 그의 방법론은 소선거구제를 존치하면서도 지지율과 의석률을 일치시키는 독일식 비례대표제와 한 선거구에서 여러 명을 뽑는 중대선거구제에 모두 열려 있었다. 하지만 다 가로막히자 석패율제만이라도 이루려고 했다. "노 대통령은 2004년 17대 총선 때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한나라당에 제안했던 중·대선거구제로의 선거구제도 개편이 어렵게 되자 '석패율제라도 어떻게 노력을 해보라'고 당시 정무수석인 내게 지시했다." 유인태 전 청와대 정무수석(현 국회 사무총장)의 술회다. 

오늘날 민주당은 제1당이 되었지만, 어떤 지역에서는 지지율을 밑도는 의석률을 점하고 있다. 영남 지역이 그렇다. 표를 더 얻는 것 이외에 표에 근접하게 의석을 챙기고 그 일부를 낙선자 구제에 쓰는 것은 민주당에게도 여전히 솔깃할 만한 일이다. 특히 영남 지역 민주당원에게는 그렇다. 하지만 그럼에도 민주당이 이제 와서 석패율제를 저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 진보정당이 과거 석패율제를 반대한 이유?

→ 현재 석패율제와 내용이 달라

20여년만에 석패율제를 비판하고 나선 민주당과는 거꾸로, 진보 계열 정당은 과거 석패율제를 반대했다. 위의 유인태 전 수석 인터뷰가 보도된 것은 2012년 총선을 앞둔 시점이다. 민주당의 전신인 민주통합당이 석패율제 도입을 추진하자 통합진보당이 반발했고, 유 전 수석이 반대론을 다시 반박하는 상황이다. 결국 통합진보당과의 선거연대를 의식한 민주통합당이 석패율제를 내려놓았다. 문재인 대통령도 당시 통합진보당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때 통합진보당은 왜 석패율제를 반대했을까. 

석패율제는 어느 정당이 당내 후보의 당락을 결정하는 한 방식이다. 전체 의석을 각당에게 배분하는 방식이 아니다. 진보정당은 당내 배분방법보다 각 정당으로의 배분 방식을 중요시, 우선시했다. 전국 총의석과 정당별 지지율을 연계시키거나(전국단위 연동형 비례대표제), 그도 어렵다면 권역별 지지율을 그 권역의 전체 의석에 적용하기(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바랐던 것이다. 

그에 반해, 당시 민주통합당은 한정되어 있는 비례대표 의석을 권역별로 쪼개고자 했다. 그러잖아도 연동형 비례대표에 비해 지지율-의석율 비례성이 한참 떨어지는 혼합형 다수제(병립단순다수제)였다. 혼합형 다수제란 다수 의석을 지역구 후보자 득표순으로 뽑고 소수 의석만 비례대표로 선출하는 제도다. 거기에 이를 전국단위가 아니라 권역별로 쪼개면 비례성은 더욱 떨어진다. 당시 통합진보당이 민주통합당의 방안에 반대한 근본 취지는 석패율제 반대가 아니라, '적은 비례대표를 또 쪼개기'에 있다. 비례성을 높이는 가운데 석패율제를 추진했다면 양상은 다를 수 있었다. 

이번 선거법 개정안은 그때와는 정반대로 비례성을 높이는 방안이다. 한정된 비례대표 의석만을 정당 지지율에 맞게 나누는 것이 아니고, 지지율과 의석율의 괴리를 좁혀주는 것이다. 정의당 등은 이러한 개편안의 큰 틀에 동의하는 것이고, 석패율제는 당내 의석배분에 관한 세부사항이니 찬성해도 무방해진 것이다. 

 

3. 석패율제의 결정적 명분?

→ "비례대표는 내 손으로 뽑지 않는다"는 불신을 해소

석패율제를 피해갈 수 없는 여건은 국민 여론이 조성했다. 최근 몇 해간의 여론조사에서 양당제 선호보다 다당제 선호가 압도적으로 높다. 그렇다면 비례대표제 지지가 그만큼 높게 나타나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민심 그대로의 의석수'에 찬성하는 시민은 많지만 막상 '비례대표제'에는 적대적인 이도 숱하다. 그것은 주로 유권자가 비례대표 후보를 직접 지목하지 않는다는 불만에서 비롯된다. 당원이나 시민이 경선에 참여하는 제도도 있지만, 이 참가자 규모는 지지의향 시민에 비해서도 미미하다. 

석패율제는 지역구에 출마해서 당내 다른 인사보다는 경쟁력을 입증한 인물이 비례대표로 당선되는 제도다. 비례대표 확충에 깔린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책이다. 만일 '중소정당의 리더들이 자신의 공천권을 확보하기 위해 비례대표제 확대를 추진한다'고 비판했던 이들이 석패율제를 반대한다면, 그것은 자기모순이거나 어느 쪽으로든 비례성 확대를 봉쇄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3-1. 비례대표 경쟁 치열한 정당일수록 석패율제 도입 절실

2012년에는 비례대표제 역사에서나 소수정당 역사에서나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다. 통합진보당이 비례대표 경선 부정 논란으로 분당되었다. 통합진보당 지지층 일부조차 자신이 잘 알지도 못하는 정치인이 상위 순번을 차지한 것에 대한 분노를 표하는 분위기였다. 지역구 당선자에 비해 비례대표 당선자가 많은 소수정당이 비례대표 경선을 놓고 내홍에 휩싸인 적은 비일비재하다.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에서도 비례대표 경선을 노린 당내 경쟁이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또 한편으로 지역구에서 직접 선거운동을 하는 소수정당 후보들 대다수는 낙선을 기정사실화한 채, 오직 정당의 홍보를 위해 '총알받이'를 자처하기도 했다. 현행 선거법에 따르면 정당 지지율 10%를 얻은 정당에서는 비례대표 후보가 5명 가량 당선된다. 반면 자기 지역구에서 10%를 상회하는 득표율을 올린 후보도 당선이 안 되면 거기서 끝이다. 이런 마당에 비례대표 경선 파문은 당내에 환멸과 절망을 안겨다주고 유권자의 정치혐오도 심화시킨다. 이런 차원에서 지역구 출마자에게 비례대표 당선의 기회를 여는 석패율제는 건강성이 있다.  

 

4. 석패율제는 중진 구하기? 

→① 다선의원 없거나 적은 정당에 해당 안 돼 

→② 중진은 왜 떨어져야만 하나

물론 진보정당이나 진보적 시민단체에서 석패율제에 대한 반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 사유는 다름이 아닌 이해찬 대표가 꺼낸 그 이야기에 있다. 진보 진영에서도 석패율제가 '물갈이'를 방해한다고 반대한 측면이 있었던 것이다. 유인태 전 수석 인터뷰에서도 석패율제 반대자들을 두고 "전여옥, 나경원 살려주니 반대한다고 말하는 것은 석패율 제도의 기본조차 모르는 것"이라고 비판하는 대목이 나온다. 

석패율제는 여러 차례 의원에 당선된 의원을 우선 구제하지는 않는다. 구제 기준은 득표율일 뿐이다. 단지 현실적으로, 아깝게 떨어지는 의원은 아무래도 인지도가 높은 중진일 가능성이 크기에 '중진 구제' 이야기가 나올 뿐이다. 초선 도전자도 같은 당 다선 의원을 제치고 구제될 가능성이 있다. 

석패율제 적용 여부는 당내 경쟁임도 유념해야 한다. 정의당처럼 다선 의원이 드문 정당은 내년 총선 석패율이 도입되어 구제될 지역구 낙선자 대다수가 첫 당선자일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석패율제=중진 구제 제도'라고 강변하면, 정의당 등도 '중진이 그리 싫으면 중진이 별로 없는 정의당을 찍으라'고 되받아칠 수 있는 것이다. 급하게 꺼내든 해석이나 규정은 부메랑이 될 여지가 넓다. 

그리고 중진은 '구제되면 안 된다'는 통념도 점검이 필요하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본인이 바람직하지 않게 생각하는 정치인 중에 과연 초·재선은 없는지, 높은 물갈이 비율이 정말 국회를 발전시켰는지 돌아볼 일이다. 다선 의원을 석패율제의 예외로 두는 방안도 거론되기  시작했지만, 헌법재판관들이 위헌으로 판단할 위험이 있다. 

 

5. 일본 말고는 석패율제를 찾기 어려운 이유?

→어차피 한국, 독일, 일본 정도나 필요하고 가능해

석패율제에 대한 비토는 선거제가 그리 선진적이라고 볼 수 없는 일본에서 채택했다는 점에서 싹 튼 측면도 있다. 일본은 한국과 같은 혼합형다수제다. 여기에 "중진 의원이 지역구에서 떨어져도 자꾸만 살아난다"니 거부감은 더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 이외에 석패율제를 보기 힘든 이유는 간단하다. 타국의 선거제 사례를 살펴보면 안다. 

미국, 영국은 비례대표가 전혀 없다. 석패자를 구제할 수 있는 터전 자체가 없는 것이다. 민주주의 선진국으로 꼽히는 다수 나라는 지역구에서부터 여러 명의 당선자를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로 뽑는다. 이미 지역구 선거 결과부터가 비례성이 높고, 여러 명을 뽑기 때문에 '석패자'의 개념 자체가 희박하다. 지역구는 소선거구(1선거구-1당선자)여야 석패율제 도입을 논할 필요성이 있고, 그러면서 비례대표 의석이 있어야 석패율제 적용이 가능하다. 알려진 민주주의 선진국 중에서는 독일, 한국, 일본 정도가 여기 해당한다. 

독일은 석패율제가 아닌 지역구-비례대표 동시 입후보가능제도가 있다. <나는 달린다>라는 저서로 유명한 오슈카 피셔 전 외무장관도 녹색당 후보로 번번이 지역구에서 낙선했지만 비례대표 후보에도 동시에 올라 있음으로써 의원을 역임할 수 있었다. 다만 동시입후보제가 지역구 경쟁력을 따지지 않고 당락을 결정하게 된다면, 지역구 유권자의 선택이 전혀 작동을 하지 않아 "내 손으로 뽑지 않고 정당이 자기 마음대로 결정한 당선자"라는 유권자 불만은 해소할 길이 없다. 정당을 신뢰하고 맡겨두는 수준이 강하지 않은 사회는 동시입후보제 이상의 석패율제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6. 민주당은 왜 석패율제를 공격하는가?

→① 공천할 비례대표 숫자가 줄어들기 때문 

→② 정의당 지역구 출마로 민주당표 잠식 가능성

당초 선거법 개정안에도 포함되어 있었으며 노무현 이래 민주당의 숙원이었던 석패율제는 왜 작금에 이르러 민주당의 공격 대상이 되었을까. 영남 등지(특히 대구경북)에서 지역구 낙선자를 구제할 수도 있는데 말이다. 

당초 개정안에 따르면 비례대표가 75석이고, 75석 모두를 보정용으로 쓰는 게 아니라, 연동률을 50%로 하고 잔여 의석은 각당 지지율에 맞춰 배분하게 되어 있었다. 지지율만큼의 의석수 이상을 지역구에서 얻은 정당도 비례대표 의석을 받을 수 있었다. 만약 40석이 보정용으로 쓰이고 35석이 남는 경우, 지지율 40% 정당은 보정의석을 받지 않아도 잔여분 35석의 40%인 14석은 받는 것이다. 30% 정당은 최소 10석은 받는다. 

하지만 비례대표 의석수가 50으로 가닥이 잡히고, 중소정당들이 그 50석을 최대한 보정용으로 쓰려고 할수록 민주당의 비례대표 기대 의석수도 줄어든다. 비례대표 의석이 넉넉할 때야 지역구 석패자도 구하고, 정당이 자기 재량으로 명부에 올려서 당선시키는 비례대표자도 넉넉하게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파이가 줄면 석패자와 그 밖의 비례대표 후보자는 제로섬 관계다. 이 구조에서 민주당에게 석패율제는 곧 '당이 공천할 후보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비례대표 공천을 앞두고 인사를 영입할 동력이 작아지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민주당이 석패율제를 반대할 이유는 하나 더 보인다. 석패율제는 소수정당의 지역구 출마를 활성화한다. 지역구 낙선이 확실해보여도 같은 당 다른 출마자보다 선전할 자신이 있다면, 비례대표 당선을 바라보고 일단 출마할 후보들이 늘어난다. 정의당에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정의당 후보로 인해 다른 당보다 상대적으로 표밭을 크게 잠식당할 수 있는 민주당에게는 달갑지 않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타정당 지역구 후보를 줄이려고, 자신들이 주창해온 석패율제를 반대하는 것은 치졸하다. 소수정당 후보 출마가 반드시 민주당의 표밭을 잠식한다는 보장도 없다. 우리공화당이나 창당준비중인 새로운보수당의 지역구 출마를 촉진해서 자유한국당에게도 손실이 될 수 있다. 

선거 경험을 돌아보더라도, 소수정당 출마를 우려하느니 자당의 독자 선전에 신경을 쓰는 편이 낫다. 2016년 총선, 민주당과 정의당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후보단일화에 실패했고 거기 국민의당까지 민주당의 기존 표밭을 떼어내갔지만 민주당은 제1당이 되었다. 지난 대선에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독자 완주한 가운데서도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추격 후보들을 크게 따돌렸다. 선거 때만 되면 '소수정당 지지표는 사표'라는 선전선동을 펴온 민주당이 정의당 후보 출마 자체를 저해하려는 것은 정치개혁 의지를 의심케 할 일이다. 

 

보론: 민주당이 정의당 후보 다수의 출마가 우려된다면?

자당의 이익과 공정한 선거제도가 양취되는 게 가장 좋은 일일 것이다. 선거제 처리 시한이 많이 남아 있지 않아 보이지만 '단순다수제'를 '절대다수제'로 바꾸는 게 그 방법이다. 절대다수제에는 결선투표제와 선호투표제가 있다. 정의당 지지층은 결선투표 또는 2순위투표에서 한국당보다 민주당에 더 쏠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에 이론을 달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절대다수제는 표밭 분산에 의해 어느 당과 그 후보가 어부지리를 볼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결선투표가 2회 이상 투표에 따른 번거로움과 추가 비용이 있고, 선호투표제는 1순위부터 끝순위까지 지목해야 할 유권자의 수고를 초래하는 문제가 있다면, 한 번에 '1, 2순위'까지만 투표하는 제도도 만들 수 있다. 1순위 투표를 따져 1, 2위를 가린 뒤, 3위 이하 후보의 표들의 2순위를 살펴서 1, 2위 후보에게 표를 얹어준 다음, 최종적으로 더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승리하는 것이다. 

한국당이 이 제도를 반대할지라도 어차피 협상에 충실히 응하지 않았던 정당이니, 나머지 정당들이 합의해서 과반 찬성표를 확보하면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당 입장에서도 이 제도는 나쁘지만은 않다. 1순위개표 이후 2위 안에 들면, 우리공화당이나 새로운보수신당, 나아가 바른미래당 지지층의 표를 추가로 얹을 기회를 가지기 때문이다. 선거제도는 특정한 누군가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지 않다. 당장의 셈법에 골몰해 불공정을 존치·강화하거나 과거의 자신까지 가볍게 부정하는 이들이 논의를 어지럽힐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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