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의도적 '국회 아수라장'...노림수가 있다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9.12.17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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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자유한국당이 16일 국회 앞마당에서 주최한 공수처법 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당원과 지지자 2천여명이 몰려들었습니다이들이 국회 본관 진입을 시도하자 본관 모든 출입구가 봉쇄됐습니다. 특히 국회의사당 앞 바른미래당과 정의당, 민주평화당이 설치한 농성장에선 격렬한 실랑이 벌어졌고 정의당 당직자는 집회 참가자들에게 폭행 당하기도 했습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렇게 국회에 들어오신 것은 이미 승리한 것이라며 목숨을 걸고 자유대한민국을 지켜야 된다. 저희와 함께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태극기와 성조기로 뒤덮인 국회>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분노의 정치벤치마킹

자유한국당이 폭력 집회를 국회에서 개최한 이유는 뭘까요. 한국당이 지지자들에게 직접 국회에 모이라고 요청한 것은 아닙니다. 전광훈 목사 등 보수유튜버들이 집회를 홍보했고 지지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것입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이들을 방치했기에 '국회 아수라장'의 책임은 사실상 한국당에게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협상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자유한국당의 선택지가 강경투쟁과 장외집회로 귀결되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하지만 한국당의 장외집회는 굉장히 전략적인 선택입니다. 끊임없이 집회를 열고 '분노의 언어'를 쏟아내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태극기 부대로 대표되는 보수우파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진보의 권력찬탈'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진보좌파가 가짜뉴스를 근거로 끊임없이 집회를 열고 박근혜 정부를 압박해서라고 보고 있습니다. 우파들 입장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을 탄핵하고 정권을 교체하는 것이 정의구현입니다. 이를 위해선 과거 진보가 그랬던 것처럼 지속적이고도 강력한 장외집회가 이어져야 합니다. 집회의 동력은 '분노'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나라를 북한에 넘긴다'는 등의 허위 정보는 보수층의 안보우려를 자극하고 분노에너지를 폭발시킬 수 있습니다. 유튜브와 카카오톡에서 확인되지 않은 허위정보가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보수의 이런 전략은 박근혜 정권 때 진보진영이 했던 방식을 벤치마킹한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몰락한데는 국정농단과 세월호 참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보수층에서는 진보에서 나온 가짜뉴스와 조작정치가 박근혜 탄핵을 이끌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인신공양설이나 태블릿PC 조작설 등이 예입니다. 최근 우파 유튜브에서 각종 음모론을 만들어내고 현 정권에 대한 증오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이런 피해의식의 일종입니다. 실제 집회에 나오는 보수우파 태극기 부대는 나라 걱정에 자발적으로 나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자유한국당의 국회 집회는 현재 위기국면을 타개하고 정권에 대한 분노를 일으키려는 전략적 선택입니다.

 

2. 혼돈의 선거법 협상

선거법 관련해서 자유한국당이 협상조차 거부하는 데에는 4+1협의체의 선거법 최종 합의가 쉽지 않으리라는 계산도 깔려 있습니다. 예상대로 선거법은 막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일단 석패율제 관련해서는 각 정당의 입장이 묘하게 바뀌었는데요. 석패율제는 지역구에서 2위로 낙선한 의원을 비례대표로 구제하는 제도입니다. 과거에는 석패율제에 부정적이었던 정의당은 진보정치를 위해 석패율제 도입에 적극적인 반면, 석패율제를 주장한 적 있는 민주당에선 오히려 석패율제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석패율제를 반대하는 이유는 '중진의원 구제용'이라는 주장이지만, 경쟁력 있는 타당 후보들이 지역구에 출마해 민주당 후보 표를 갉아 먹을 가능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비례의원 50석 중 30석에만 연동제를 적용하자는 일명 캡을 씌우는 방안에 대해서 민주당이 제안했지만 정의당은 적극 반대하고 있습니다. 연동형의 취지를 손상시키는 행위라는 겁니다. 이렇듯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자 민주당은 22575, 50% 준연동형이라는 원안을 상정하겠다고 합니다. 이럴 경우 지역구가 줄어들기 때문에 대안신당과 민주평화당 등 호남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아 부결이 확실시 됩니다. 그러자 한국당은 선거법 원안을 상정하면 표결에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등 복잡한 양상입니다. 선거법 협상은 사실상 정의당과 민주당 양당이 하고 있습니다. 양당이 일정 정도 양보를 하지 않으면 협상 타결은 힘들어 보입니다.

 

3. 갈림길에 선 '민주-정의 연대'

공식적으로 연정을 선언하지 않았을 뿐이지 사실상 민주당과 정의당은 공동여당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정의당이 의석은 6석에 불과하지만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상징성과 함께 그 존재감은 훨씬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양당은 여러 개혁법안 처리에 있어서 보폭을 같이 해왔습니다.  조국 사태에 있어서도 정의당은 당지지율 하락을 감수하면서도 민주당을 도와줬습니다. 그런데 최근 선거법 협상 과정에서 정의당과 민주당의 신뢰에 상당히 금이 갔습니다

만에 하나 선거법 합의 처리가 불발된다면, 정의당은 강경 노선을 선언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노동계는 정부의 노동정책에 부글부글 끓고 있는 상황입니다. 수차례 집회와 파업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정의당은 적극적으로 합류하지는 않았습니다. 만에 하나  선거법 통과가 실패하게 된다면 정의당은 진보정체성을 훨씬 강화해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에 반대하는 집회를 주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임기 후반 진보와 보수 모두에게 공격당한 노무현 정부가 떠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향후 선거법 협상 결과에 따라 2020년 총선 및 하반기 국정운영의 방향이 결정될 것입니다다만 과거 참여정부와 다른 점은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여전히 50%에 육박할 정도로 높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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