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보여주기용 대화' 제의한 미국 의도 간파하다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9.12.19 06: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방한중이던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겸 부장관 지명자가 지난 16일 북한에 공개 대화를 촉구했습니다. “우리는 여기에 있고 당신들은 우리를 어떻게 접촉할지를 안다며 판문점에서 만날 것을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17일 비건은 북한으로부터 어떠한 응답을 받지 못한채 일본으로 출국했습니다. 일본에 머무른 비건은 19일 중국으로 가서 대북제재 균열을 막기 위해 중국 정부를 설득할 예정입니다. 북한은 여전히 답이 없습니다.  <결국 빈손으로 떠난 비건>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물밑협상'의 부재

비건이 북한에 공개대화를 제안했을 때 전문가들은 대부분 성사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예측한 바 있습니다. 비건의 공개대화 제안이 매우 대범해 보이지만 북미간 냉랭한 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비건 특별대표의 다른 발언들을 보면 협상은커녕 대화의 실마리도 찾기 힘든 상황임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대북 협상의 진전을 계속 모색하기 위해 서울에 왔다” “긴 한 해였고 우리가 바랐던 것만큼의 진전은 없었지만 포기하지 않을 것” "그들(북한)도 그들의 말이 평양, 뉴욕, 워싱턴DC, 싱가포르, 스톡홀름, 하노이, 판문점과 다른 곳에서 했던 미·북 간 토론의 정신이나 내용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잘 알 것" 등입니다. 당위성과 추상성은 매우 높고 회담 내용에 대한 진전된 내용을 시사하는 바는 전혀 없습니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미국과의 견해차이는 이미 하노이와 스톡홀름에서 확인한 바 있습니다. 진전된 안이 확인이 안되는 상황에서 굳이 미국의 대화제안을 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비건의 빈손은 예견된 사태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애초에 미 '국내용 쇼'

비건의 대북 대화제스처는 처음부터 북한 떠보기용인데다 미 국내용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미국 하원의 탄핵안 투표가 이뤄진 상황입니다. 민주당은 현재 전체 하원 의석 435석 중 233석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앤드루 존슨과 빌 클린턴에 이은 미 역사상 3번째 탄핵 대통령이란 불명예를 안게 됐습니다.

트럼프 정부가 북한에 대화를 제의함으로서 얻는 효과는 크게 3가지였습니다. 대표적인 외교성과인 북한 핵과 미사일실험 억제를 부각시키는 효과가 있었고, 온통 탄핵에 쏠린 미 국내 여론을 부분적이나마 북한 이슈로 돌릴 수 있으며, 북한의 추가도발을 막기 위해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대통령이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습니다. 만약 북한이 대화제안을 받기라도 한다면 그 효과는 극대화될 것입니다. 트럼프의 이런 상황을 간파한 북한이 대화에 나서지 않은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습니다. 북한은 우선 대북 제재 문제를 논의 테이블에 올리자고 주장해 왔지만 미국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3. 중러를 등에 업은 북

비건 특별대표가 북한에 대화를 제안한 상황에서 눈에 띄는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결의안 초안을 제출한 것입니다. 물론 미국 국무부는 즉각 반대했습니다. 중러가 대북제재 완화 필요성은 계속 제기했지만 결의안까지 제출해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초안에는 북한의 해산물과 섬유수출 금지 해체안, 그리고 남북간 철도 도로 협력을 제재에서 면제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물론 결의안이 채택되려면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 누구도 거부권 행사하지 않아야 합니다. 미국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향후에도 통과 가능성은 제로입니다. 북한이 ICBM 도발 가능성 등 대미 압박을 높이는 상황에서 미국도 대북 제재를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과 러시아사 대북제재 대열에서 이탈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을 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압박의 수위가 한결 약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라는 강력한 우방의 후원을 받은 북한이 크리스마스 즈음해서 사실상 ICBM 발사인 인공위성 발사등을 감행할 가능성, 새로운 강경한 길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중국 일본 정상을 만나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걸음이 더욱 무겁게 됐습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