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일촉즉발...한국의 호르무즈 파병도 고민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20.01.06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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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행간] 미국-이란 전쟁 ‘일촉즉발’

지난 3일 오전 미국은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에 도착한 이란의 2인자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을 드론 공격으로 사살했습니다. 지난달 27일 이라크 내 미군이 있는 기지가 로켓포 공격을 받아 미국인이 한 명 사망한 이후 나온 보복조치였습니다. 솔레이마니는 2018년부터 주로 이라크에서 활동하면서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에 큰 영향력을 행사해왔으며 중동에서의 각종 반미무장세력에게 무기를 조달해준 사람으로 지목받았습니다. 솔레이마니 사망 후 이란 정부 및 국민들은 붉은 깃발을 내걸고 "미국에 죽음을" 구호를 외치며 피의 복수를 다짐하고 있습니다. <미국-이란 전쟁 일촉즉발>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불리할 것 없다는 트럼프

솔레이마니 제거는 꽤 오래전부터 미 국방부에서 검토됐지만 실행가능성은 매우 낮았습니다. 트럼프는 지난달 28일까지만 해도 제거 작전을 거부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흘뒤인 31일 이라크 바그다드의 미군 대사관이 공격받자 트럼프가 불같이 화를 내며 솔레이마니 제거를 지시했다고 합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 별장에서 연말연시 휴가를 보내며 관련 보고를 받았고, 미군 당국은 도청, 정찰기 등을 통해 솔레이마니의 동선을 파악한 뒤 드론으로 그가 탄 자동차를 폭격했습니다. 솔레이마니 제거 보고를 받은 트럼프는 트위터에 성조기 사진을 올렸습니다.

이번 제거작전은 다목적 노림수가 있다는 분석입니다. 탄핵으로 궁지에 몰린 트럼프는 언론과 국민들의 시선을 해외로 돌리는데 성공했습니다. 20019.11테러 뒤 테러와의 전쟁에서 이미 검증됐듯이 테러단체와의 전쟁은 국민들의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높이는데 기여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이 중동에 있는 미국 대사관과 미군 부대에 테러를 가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주장한 바 있지만 어떤 첩보인지는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트럼프는 전임 대통령들의 중동전쟁을 실패로 규정하고 미군을 중동에서 철수시키기 위해우리 아이들을 집으로캠페인을 벌인 바 있습니다. 트럼프는 쿠르드족 학살을 방치하면서 시리아에서 미군을 철수시키기도 했습니다하지만 트럼프의 고립주의 노선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이 됐습니다. 그러자 트럼프는 강하게 보이고픈 욕망에 전격적으로 제거작전을 시행한 것으로 보입니다. 작전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군사장비에만 2조달러를 쓰고 있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단연 최고라면서 이란이 공격한다면 우린 아주 새롭고 아름다운 장비를 망설이지 않고 보낼 것이라고 했습니다. 어찌보면 유치하게 무기 자랑을 한 것인데, 트럼프의 정신상태를 보여주 일화입니다. .

 

2. 선택지 좁아진 김정은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으로 인해 미국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군사작전을 실행해 적대국의 주요인물을 제거할 수 있는 국가임에 확인됐습니다. 솔레이마니의 경우 동선을 노출하고 다니다 사살당했습니다. 북한은 이번 작전과 관련해 공식적인 반응은 자제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신변 보호 조치를 대폭 강화하고 당분간 백마타고 백두산 등정 같은 공개 활동을 자제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이 중동과 북한 두 곳에서 동시에 대규모 군사작전을 실행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중동지역에서 군사분쟁이 발생하면 오히려 북한은 안전해지는 상황입니다. 북한이 어지간한 도발을 하지 않는 이상 미국 직접 공격을 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다만 오바마 정부 때도 그랬던 것처럼 중동문제가 격화되면 북한 문제가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북한은 내부적으로는 미국의 침략 본성이 드러났다며 이번 사건을 군사력 강화를 정당화하는 계기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이 북한에까지 군사개입을 하기 힘든 상황을 이용해 무력시위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낼 가능성도 있습니다. 2월말에 실시되는 한미연합훈련이 무력시위의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3. '파병 고민' 깊어진 한국

미국은 지난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에 대한 피격이 잇따르자 한국 정부에 호르무즈 해협 공동방위 참여를 요청한 바 있습니다. 당초 정부는 아덴만 해역에서 임무를 수행중인 청해부대를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하는 것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이번 제거 작전으로 모든 것이 불투명해졌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으로 인해 한국이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가 없습니다. 이란이 미국에 대한 보복조치로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경우 이란과 직접 군사적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 하나의 변수는 중국과 러시아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이란이 중국 러시아와 연합 해상 훈련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호르무즈에서 한국군이 미군과 함께 활동할 경우 중국·러시아까지 적으로 돌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2003년 노무현 정부는 미국 부시정부의 요청으로 이라크 자이툰에 파병을 한 바 있습니다. 당시 이라크 파병을 놓고 상당한 진통이 있었습니다. 참여정부 때처럼 이번 파병도 진보진영의 분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선거를 앞둔 정부여당 입장에선 상당한 부담입니다미국-이란 전쟁가능성이 높아진다면 파병안의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정부는 6일 외교·국방·산업부 등이 참석하는 합동 대책회의를 열기로 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 비상 사태에 대비한 원유 수송과 체류 중인 한국인의 안전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7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있고, 이라크에 1600, 이란에는 290명의 한국인이 체류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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