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미터] 국공립 어린이집·유치원 40% 공약 '빨간불'

  • 기자명 이고은 기자
  • 기사승인 2018.10.24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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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사립유치원 비리가 공개되고 어린이집의 실태 또한 심각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보육의 공공성이 중요하게 거론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보육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여럿 제시했다. 집권 2년차에 접어드는 2018년 현재 문재인 정부의 보육 정책에서 ‘보육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은 얼마나 진행되고 있을까.

국공립 어린이집 13%, 유치원 25% 불과... '40% 공약' 달성 빨간불

문 대통령이 제시한 공약 중 대표적인 것은 ‘국공립 어린이집·유치원 이용 아동 기준 40% 수준까지 확대’다. 2018학년도 유치원 취학수요 조사결과, 학부모들은 사립유치원보다 국공립유치원을 훨씬 선호한다. 2018년 현재 이용 아동수 기준으로 봤을 때 국공립 유치원 이용률은 17만2370명으로 25%에 불과하다. 국공립 어린이집의 경우 2017년 기준으로 18만7000명으로 13%에 그치는 것이 현실이다. 교육부는 2017년 12월 27일 ‘유아교육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2022년까지 국공립 유치원 이용률을 40%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또 교육부는 이를 위해 5년간 최소 2600개 학급을 신·증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공립 유치원을 늘리기 위해서는 단설 공립유치원을 늘리거나 병설 공립유치원을 늘리는 방안이 있다. 국공립유치원 4985곳 중 국립유치원은 전국 3곳 뿐으로 모두 국립대 부설유치원이어서 논외다. 학부모들이 원하는 단설은 385곳으로 4%에 불과한데, 단설 수가 작고 증설이 어려운 이유는 단설유치원을 만들려면 토지매입비, 건설비 등 약 100억 원 안팎의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초등학교의 남는 교실을 활용한 병설유치원 확대가 주요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 다른 대안으로 서울시교육청은 ‘매입형 공립유치원’으로, 경영이 어려운 사립유치원을 사들여 공립유치원으로 전환하는 방식도 거론된다.

유치원 뿐만 아니라 초등학교 빈 교실 등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유휴지 및 유휴시설을 이용해 국공립어린이집을 짓도록 하는 방안도 나온다. 국공립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늘리기 위해서는 각기 다른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소관으로 영유아보육법의 영향을 받고, 유치원은 교육부 소관으로 유아교육법에 의해 운영되기 때문이다. 국공립어린이집을 초등학교 빈 교실에 짓는 내용을 담은 영유아보육법 개정안도 발의되어 있는 상태이지만, 2017년 12월 24일 보건복지위원회 의결을 거쳤음에도 같은 해 12월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한 채 보류되어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법사위는 “교육계와 충분한 협의가 없어 이해관계 충돌이 빚어질 수 있다”며 심의를 늦췄다. 바로 전국사립유치원연합회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등 각계의 반대 때문이다. 교육계는 어린이집이 보건복지부의 감독을 받기 때문에 교육 관할 기관과의 협의 없이 진행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고, 사립유치원 측은 국공립 어린이집까지 확대되면 사립 기관의 수요가 줄어드는 것을 우려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국공립 취원율 40% 공약에 '빨간 불'이 켜진 것이라는 지적도 벌써 나온다. 2018년 10월 21일 교육부의 발표에 따르면 당해 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은 25.5%에 불과했고, 서울 지역의 경우는 18%로 떨어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8년 10월 10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현재) 추세라면 (국공린어린이집 취원율이) 2022년에 27.5%에 그칠 것”이라며 “가속도를 내지 않는 한 이용률 40% 달성은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사회서비스공단에서 어린이집 교사 채용' 공약도 진척 없어

문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서 ‘광역지자체별로 사회서비스공단을 설립하고, 지자체가 공단을 통해 국공립 사회서비스 제공 시설을 직영하는 체계 구축’을 내세웠고, 공단 소속 직원으로 보육교사를 포함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돌봄노동자들의 고용구조 개선을 위해 ‘사회서비스공단’에서 직접 채용하는 방안이다. 보육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어린이집 보육 교사도 직접 채용하는 방안이 포함되었으나 이 역시 삐걱대는 상황이다. 

2017년 10월 11일 보건복지부가 ‘사회서비스진흥원 설립 추진계획(안)’을 공개하면서 공단이 아닌 진흥원을 설립하고 보육 분야를 대폭 축소하는 내용이 담겨, 시작부터 논란이 일었다. 2018년 4월까지 보건복지부는 ‘(가칭)사회서비스진흥원’의 설립방안을 논의하기 위함 포럼을 개최했을 뿐, 관련 법안조차 발의되지 않는 등 의지를 엿보기 힘든 상황이다.

국회에서는 2018년 5월 4일 남인순 의원 대표발의로 ‘사회서비스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된 바 있지만 계류 중이며 이 안에 보육이 포함된다는 명확한 표현이 담기지 않았다. 서울시가 보육 부문을 제외하고 추진 중인 ‘(가칭)서울 사회서비스원 설립 기본계획(안)’이 공개되면서, 관련 대책이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고 시민 사회도 반발하고 있다. 2018년 10월 12일 보육교사와 부모 등이 참여하는 보육 당사자 단체들이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자 서울시 공약대로 보육 분야를 포함해 사회서비스공단을 설립해야 한다”며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사회서비스공단에 보육을 제외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는 민간 어린이집 원장들로부터 나온다.

여권에서 이렇다 할 방안이 나오지 않자, 2018년 10월 16일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를 위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한 상태다. 윤 의원의 법안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와 사회서비스 공공인프라 확충을 위한 역할을 분명히 하고, 사회서비스 공공인프라 운영을 책임지는 사회서비스공단을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하도록 하는 근거 법률”이라는 취지다. 사회서비스공단의 사업에는 ‘보육’이라는 분야가 명시되어 있다.

문재인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사회서비스공단에 대한 구체적 구상이 법안으로 국회를 통과해 2018년부터는 각 지자체별로 공단이 설립됐어야 했다. 그러나 진행 정도는 예상보다 훨씬 느린 상황이다. 

국공립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늘리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2018년 10월 박용진 의원이 공개한 유치원 감사 결과 이후 후폭풍에서 알 수 있듯이, 사립유치원과 민간 어린이집 운영자가 이권을 위해 반발하는 문제다. 각종 관련 법안을 만들고 통과시키는 데 이들의 입김이 상당히 작용한다. 정부 역시 뚝심있게 밀어부치지 못하면서 여론의 화살은 교육부 등 정부 당국으로도 향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보육의 공공성’을 확보하겠다고 대선 공약으로 공언했지만, 현재로선 그 길이 요원해보인다. 여러 현황을 종합해볼 때, 문재인 정부의 ‘보육의 공공성’ 확보를 위한 대선 공약은 ‘지체’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 기사는 대선공약 체크 사이트인 문재인미터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와 SNU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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