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유럽의회 통과...'우파 포퓰리즘'이 한국에 주는 교훈은?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20.01.31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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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유럽의회에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정, 소위 브렉시트가 가결됐습니다. 찬성 621, 반대 49표였습니다. 의장의 망치 소리가 울려 퍼지자 의원들이 일제히 일어나 석별의 정을 담은 올드 랭 사인을 불렀습니다. 영국은 31일 오후 11, 한국 시간으로 2월 1일 오전 8시를 기해 유럽연합을 탈퇴하게 됩니다. 1973년에 유럽연합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영국이 합류한지 47년만입니다. 20166월 영국에서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가결된 뒤 37개월만에 영국의 탈퇴는 현실이 됐습니다. 하지만 영국도, 유럽도, 그리고 전 세계 다른 국가들도 브렉시트와 관련해 과제가 산적해 있씁니다. 브렉시트 비준한 유럽의회’,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우파 포퓰리즘의 승리

영국 국민투표와 37개월간의 브렉시트 과정은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영국내에서 브렉시트에 대한 여론을 보면, 대체로 젊은 층은 브렉시트를 반대했지만 노년층이 찬성했고, 도시에서는 반대했지만 시골에서 찬성했고, 고소득층이 반대했지만 저소득층이 찬성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런 보수 포퓰리즘의 성향은 2016년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서도 비슷하게 재현이 됐습니다.

진보가 정치적 올바름을 강조할 때, 보수 포퓰리즘은 자국중심주의와 위대한 국가, 과거의 영광을 회고했습니다. 보수 포퓰리즘이 득세한 곳을 보면 진보정권이 집권을 했지만 소득격차와 자산격차는 줄어들지 않았고 오히려 더 가중됐습니다.브렉시트가 한국에 시사하는 바는 큽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소득격차는 줄어들지 않고, 세대간 갈등은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인 입국금지에 50만명이 서명한 것은 한국에서도 포퓰리즘의 토양이 상당히 조성됐다는 징조입니다. 이번 총선에서 보수 포퓰리즘을 내건 정치세력이 얼마나 국회에 진출을 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2. 새로운 무역질서의 탄생

유럽의회 브렉시트 가결에 하루 앞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9일 북미자유무렵협정, 나프타(NAFTA)를 대체하는 미국·캐나다·멕시코 협정(USMCA)에 서명을 했습니다. 트럼프는 이번 협정을 '악몽의 끝'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나프타가 미국에게 악몽이었다는 의미입니다. 1994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주도로 체결된 나프타는 미국의 자본과 기술, 캐나다의 자원, 멕시코의 노동력을 결합해 북미지역 경제를 발전시키려는 목적의 협정이었습니다. 협정 체결 이후 회원국간 교역량은 4배 가량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자동차 산업의 침체, 일자리 감소 등 부작용을 겪기도 했습니다. 이게 반드시 나프타때문은 아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게 인식을 했고, 대선 공약으로 나프타 철폐와 새로운 협정체결을 내걸었습니다.

미국·캐나다·멕시코협정은 미국 중심의 새판짜기입니다. 미국이 힘을 발휘할 협상구도를 만들어 미국 제조업 부흥 기반을 닦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자협정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미국과의 11 협정입니다. 이로써 그간 세계무역기구(WTO)가 지탱해온 다자무역체제는 저물고 지역별, 분야별로 무역협정이 중첩된 '다층무역체제'가 본격화할 전망입니다. 무한 경쟁과 각자도생이 시작됐다는 의미입니다. 한국 경제도 빨리 적응 해야합니다. 새로운 무역질서하에서의 협상력이 한 나라의 경제를 좌우할 수도 있습니다.

 

3. 1년 남은 '노딜 폭탄'

외신은 브렉시트로 EU와 영국이 모두 손실을 봤다고 평가했습니다. 27개 회원국과 45천만명의 인구를 가진 EU는 여전히 세계 국내총생산(GDP)18%를 책임지고 있지만 이번 브렉시트로 인해 미국에 이어 두번째 경제규모로 밀리게 됐씁니다. 영국은 더 심각합니다. 브렉시트 후 영국의 GDP5%포인트 성장 기회를 놓치게 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2018년 기준 영국 수출의 45%, 수입의 53%EU가 차지했습니다. 

진짜 브렉시트는 이제 시작입니다. 영국과 EU는 이혼도장은 찍었지만 1년간 준비기간을 가지기로 했습니다. 영국은 일단 EU 집행부와 산하 기구에서 모두 탈퇴하는 정치·외교적 결별을 시작으로, 올해 말까지 세부규정을 마련해 경제적 브렉시트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당분간 영국은 EU 관세동맹과 단일시장에 잔류합니다. EU에 분담금도 내야합니다.

만약 1년간 협상에 실패해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영국이 받게될 타격은 엄청납니다. 양측은 교역 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 따른 최혜국대우(MFN) 세율을 적용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무관세였던 제품에 20211월부터는 10%의 관세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영국이 EU 국가들로부터 수입한 상품 규모가 2018년 기준 총 3012억유로(400조원)로 집계됐다영국이 합의 없이 관세동맹에서 탈퇴할 경우 이중 약 473억유로어치의 상품이 관세 부과 리스크에 노출된다고 분석했습니다.

202111일부터는 한·FTA도 발효될 예정입니다. 영국과 EU가 전환기간 내에 새로운 무역협정을 체결하지 못할 경우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한·FTA로 관세에는 영향이 없겠지만 통관 지연과 인증·표준 적용에 혼란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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