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팩트체크]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쓰러지는 사람 영상은 가짜?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20.02.03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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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쓰러지는 사람 영상’, ‘코로나 바이러스는 생물학 무기’, ‘코로나 바이러스로 총선 연기’,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확산과 함께 각종 허위정보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한 주 동안 언론에 보도된 팩트체킹 관련 주요 뉴스를 소개해 드립니다.

 

1.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쓰러지는 사람’ 영상 사실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불안한 사람들을 더욱 걱정하게 만드는 영상들이 인터넷에 계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SBS에서 확인했습니다.

SBS 방송화면 갈무리
SBS 방송화면 갈무리

마스크를 쓴 한 남성이 중심을 잃고 갑자기 앞으로 고꾸라집니다. 사람들이 일으켜 세우지만 정신을 못 차립니다. 신종 코로나 감염자라며 인터넷에 떠도는 영상의 내용입니다.

해당 영상은 지난 23일 한 트위터 계정에서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인도네시아의 한 방송사에서 이 영상을 소개했는데 국내에서는 외신에서도 보도됐다며 재인용 되며 급속도로 퍼졌습니다.

SBS에서 영상 게시자한테 연락을 시도해봤지만, 답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인도네시아 방송국은 영상을 유튜브에서 내렸고, 해외 유력 언론도 보도하지 않고 있습니다. 의사들은 신종 코로나 감염자가 영상처럼 쓰러지는 경우는 드물다고 했습니다.

우한에 사는 한 남성이 만든 “입만이 아니라 눈으로도 전파됩니다. 의사도 이 점을 확인했습니다”는 내용의 국내 조회 수 7백만의 동영상도 있습니다.

환자를 쳐다만 봐도 전염된다는 괴담이 퍼졌는데, 치료하던 의사가 보호 안경을 쓰지 않아 감염됐다는 현지 보도가 있었습니다.

실제로는 확진자의 비말이 눈의 점막에 닿으면 감염될 수 있다는 뜻이었는데 ‘눈으로도 전파’된다고 말하면서 와전된 것으로 보입니다.

 

2. 신종 코로나, 외국인 무료 진료 이유는?

중국 우한에서 한국으로 입국한 30대 중국 여성이 인천의료원에서 격리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이 여성에 대한 치료비를 한국 정부가 부담하는 것을 두고 “왜 공짜 치료해주냐”, “중국 눈치보기냐”, “세금 낭비다” 등의 주장이 나왔습니다. JTBC에서 확인했습니다.

JTBC 방송화면 갈무리
JTBC 방송화면 갈무리

국적과 관계없이, 누구든 한국에서 의심환자가 되는 순간 그 진료비는 개인이 내지 않습니다. 이런 무상 진료가 현행 감염병 예방의 근간이 되기 때문입니다.

국제보건규칙 40조를 보면, 거주 목적이 아닌 여행자, 즉 잠시 방문한 외국인에게는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진료, 접종, 격리 등에 따른 비용 청구를 해선 안 된다고 되어 있습니다.

또 한국의 감염병예방법 제67조 9항을 보면, 외국인 감염병 환자 등의 입원치료, 조사, 진찰 등에 드는 경비는 국가가 부담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재난 상황에서 내·외국인을 차별하지 말라는 것은 인도주의적, 인권 차원에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질병 확산을 막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격리조치라는 것은 ‘개인의 자유’, 기본권을 일시적으로 빼앗는 아주 강력한 수단인데, “우리 정부의 통제에 따르라”는 의무를 지우는 대신에 그에 맞는 보상책으로 진료비나 유급휴가, 생계비 등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이걸 하지 않으면 특히 외국인의 경우 자진해서 신고하지 않을 수가 있고, 그래서 방역체계에 구멍이 뚫립니다. 내국인, 외국인 구분 없이 의심이 되는 사람은 정부 검역 통제 하에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작은 약 15년 전부터이며, 현재 한중 관계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2005년에 국제보건규칙이 개정됐고, 이에 따라 각 나라들이 자국의 법을 정비했습니다.

한국도 꾸준히 준비를 해서 2009년에 외국인 감염병 환자에 대한 진료비를 국가가 부담한다는 내용을 법에 넣었습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환자 1인당 평균 진료비가 남성은 320만 원, 여성은 263만 원이었습니다. 환자가 총 4779명이었고, 진료비에만 소요된 돈이 전체 140억 원 정도가 됩니다.

당시 메르스 관련 중앙 정부가 지출한 전체 예산이 총액이 9223억 원이었기 때문에 내국인, 외국인 다 합쳐서 환자 진료비로만 나간 돈은 전체 예산에서 1.5% 수준입니다.

 

3. 신종 코로나 관련 괴담과 가짜 뉴스 팩트 체크

“박쥐탕 먹는 중국인”, “중국의 생물학 무기”, “중국의 기획 범죄”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공포가 확산하면서, 가짜 뉴스가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BBC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가짜 뉴스’를 정리했습니다.

1) “박쥐탕 먹는 중국인들 탓이다”

인터넷에 중국인이 박쥐탕을 끓여 먹는 영상이 돌면서 박쥐를 먹는 중국인 때문에 이번 사태가 벌어졌다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한 영상에서는 중국 여성이 웃으며 조리된 박쥐를 카메라에 보여주며 “닭고기와 맛이 비슷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해당 영상은 2016년 유명 여행 블로거 왕멍원의 팔라우 여행을 담은 것입니다.

우한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발견되기 시작한 지난해 말, 해당 영상이 다시 인터넷에 돌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왕멍원은 과거 그가 올린 여행 동영상에 대해 사과하고 해당 영상을 삭제했습니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위치한 해산물 시장이 발원지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화난시장에서는 해산물뿐만 아니라 오소리, 대나무쥐, 코알라 등 다양한 야생 동물이 식용으로 사육되고 도축됐습니다.

보건 전문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박쥐에서 파생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박쥐탕은 중국에서 흔한 음식이 아니며 정확한 전파 경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2)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기획된 국제범죄”

지난주 미국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하자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의학 전문가들이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이미 몇 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내용을 추측한 특허 문권이 나돌았습니다. 음모설을 처음 공식적으로 제기한 사람은 유튜버인 조던 세더입니다.

해당 문서는 영국에 있는 퍼브라이트 연구소가 2015년 제출한 특허 문권으로, 약화시킨 코로나바이러스를 사용해 호흡기 질환 치료법을 개발하는 기술을 다루고 있습니다. 해당 주장은 ‘백신 거부’ 커뮤니티와 음모설 그룹에서 활발히 공유됐습니다.

세더는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이 퍼브라이트 연구소와 해당 백신 개발 프로그램의 자금을 기부했다는 것을 강조하며, 백신 개발에 더 많은 후원금을 모으기 위해 이번 우한시 코로나바이러스를 제조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퍼브라이트의 특허권은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다루지 않았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중 하나인 닭 전염성 기관지염 바이러스 치료법 관련 특허 문건이었습니다. 퍼브라이트 대변인인 테레사 머간은 버즈피드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연구는 빌 앤 멜린다 재단에서 받은 후원금으로 진행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3) ‘생물학 무기’

중국 정부가 ‘생물학 무기’를 개발하다 바이러스가 연구실에서 유출됐다는 가짜뉴스도 돌고 있습니다.

이 주장은 워싱턴 타임즈의 기사에서 시작됐습니다. 전 이스라엘 군사 정보 요원과의 인터뷰가 담긴 이 기사는 “정보요원이 ‘생물학 무기’의 존재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아직 이를 뒷받침할 증거나 근거가 없다”고 보도했습니다.

4) ‘중국 간첩’

캐나다의 방송국 CBC는 지난해 중국 출신의 바이러스학자인 샹궈 치우 박사 부부와 그의 학생들이 캐나다 국립 미생물학연구소에서 일하다 ‘학칙 위반’으로 정직된 사례를 보도했습니다. 당시 캐나다 경찰은 “공공 안전에 위험”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치우 박사가 캐나다에 있던 2년 동안 일 년에 두 번씩 우한시를 방문했다는 증거 없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1만 2천 회 이상 공유된 한 트윗은 아무런 증거 없이 치우 박사 부부가 ‘스파이 팀’ 소속이며 병원균을 우한 시설에 보냈다고 주장했습니다. CBC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치우 박사 기사나 트윗은 다 근거 없는 가짜 뉴스라고 확인했습니다.

5) ‘우한 간호사 영상’

후베이 성에서 찍힌 것으로 보이는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의 ‘폭로 비디오’도 SNS와 온라인 뉴스를 통해 인터넷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한 한국인 유튜버가 영어 자막과 한국어 자막을 달아 올린 영상은 결국 플랫폼에 의해 삭제됐습니다.

영상 속 자막에 따르면, 등장하는 여성은 우한시 병원의 간호사라고 소개되지만 실제로 자신이 의사나 간호사라고 언급하지는 않았습니다. 또 영상 속 여성은 의료 보호복으로 보이는 복장을 하고 있지만 실제 후베이성 의료진들이 입는 옷과 다릅니다.

영상 속 여성은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해 여러 추측성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의료진이라고 보기 힘든 부분입니다. 그가 주장하는 감염자 수와 중국 당국이 발표한 확진자 수는 크게 다릅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한 번에 최대 14명까지 감염시킬 수 있는 ‘돌연변이’ 바이러스일 수 있다고 시사했지만 WHO는 이번 바이러스의 전파력은 감염자 한 명당 1.4~2.5명 정도라고 추측했습니다.

 

4. ‘신종 코로나’ 여파로 총선 연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대통령이 총선을 연기한다는 주장이 SNS 등에서 퍼지고 있습니다. KBS에서 확인했습니다.

KBS 방송화면 갈무리
KBS 방송화면 갈무리

선거법에 따르면 천재지변 등의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선거를 실시할 수 없을 땐 대통령이 선거를 연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청와대는 현재까진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민 합의 없이 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1994년 공직 선거법으로 선거 날짜를 법으로 정해두는 선거일 법정주의가 도입된 이후, 현재까지 천재지변에 의한 연기 사례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또, 중국 정부가 제주도에 관광 온 우한 출신 자국민의 입국을 거부했는데, 이렇게 되면 국내에 중국인 난민이 급증할 것이란 주장도 확인했습니다.

현재 제주도에 우한에서 온 중국인 9명이 머물고 있는데 모두 관광 온 사람들입니다. 중국 당국은 격리시설 포화로 이들을 받을 수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들이 난민 신청을 하더라도 인정될 가능성은 없습니다.

한국 난민법은 난민을 ‘인종, 종교, 국적, 또는 정치적 견해로 박해받을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있는 자’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재해 피난민은 난민인정 사유가 아닙니다.

 

5. 추미애 장관 경북여고 동창회서 제명?

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의 중심에 있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모교 동창회에서 제명됐다는 글이 최근 보수 성향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온라인에서 퍼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에서 확인했습니다.

추 장관의 모교인 경북여고 총동창회 일동 명의로 작성됐다는 해당 글에는 “독기 어린 언동으로 법치의 심장에 칼을 꽂고 연일 온 국민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줄 뿐 아니라, 우리 동문들에게도 개교 이래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수치와 자괴감을 안겨 주고 있다”며, “부득이 모교와 동창의 자부심과 긍지를 지키자는 목소리를 모아, 추 동문을 파문하고, 동창의 이름에서 지우기로 했다”는 강력한 비난이 담겨 있습니다.

글의 말미에는 ‘2020.2’로 작성 시점이 표기됐고, 작성자는 ‘경북여자고등학교 총동창회 일동’으로 되어 있습니다.

연합뉴스가 경북여고 총동창회에 문의한 결과, 총동창회 차원에서 이 같은 문건을 낸 적이 없다는 답을 받았습니다. ‘경북여고 총동창회 일동’이라는 명의는 도용된 셈입니다.

총동창회 사무국장은 “총동창회에서 나간 문건이 아니다”며 “총동창회는 정치적인 문제에서 중립적인 입장을 취해왔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런 글이 있다는 말을 듣고 확인을 해본 결과 동문이 끼리끼리 만든 단톡방 중 하나에 ‘퍼온 글’이란 설명과 함께 해당 글이 올라와 있었다”며 “그 글에는 ‘경북여고 총동창회 일동’이라는 작성자 이름은 빠져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해당 단톡방에 ‘총동문회에서 발표한 문건이 아니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는 선에서 대응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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