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미리 칼럼' 선거법 위반 가르는 '후보자 특정' 적용, 대법원 판례마다 달랐다

  • 기자명 전범진
  • 기사승인 2020.02.17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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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에서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는 칼럼을 쓴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와 경향신문을 검찰에 고발했던 더불어민주당이 고발을 취하했다고발 이후 당 안팎으로 나온 잇따른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비판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후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고발은 과했으나 분명한 정치적 목적이 있는 칼럼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런 가운데 언론중재위원회는 해당 교수의 칼럼이 선거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권고' 조치를 내놨다. 이는 경향신문이 정당의 정강·정책이나 후보자의 정견 등에 대해 보도와 논평을 하는 경우 공정하게 해야 한다고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8조를 위반했다는 것이다그렇다면 임미리 교수의 칼럼의 내용에 대해서 알아보고 공직선거법상으로 문제되는 점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경향신문 1월 28일자 '민주당만 빼고' 칼럼.
경향신문 1월 28일자 '민주당만 빼고' 칼럼.

 

1. 문제가 된 내용

임미리 교수의 경향신문 민주당만 빼고칼럼 (2020. 1. 28. 중 마지막 부분이 특히 문제되므로 그 부분만 발췌해 본다.

 

이제는 끊어버려야 한다. 이제는 선거에만 매달리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 더 이상 정당과 정치인이 국민을 농락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선거 과정의 달콤한 공약이 선거 뒤에 배신으로 돌아오는 일을 막아야 한다. 하지만 그 배신에는 국민도 책임이 있다.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최악을 피하고자 계속해서 차악에 표를 줬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그렇게 정당에 길들여져 갔다. 이번에는 거꾸로 해보자. 국민이 정당을 길들여보자. 정당과 정치인들에게 알려주자. 국민이 볼모가 아니라는 것을, 유권자도 배신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자. 선거가 끝난 뒤에도 국민의 눈치를 살피는 정당을 만들자. 그래서 제안한다.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

 

논란이 되는 부분은 마지막 부분인 [‘민주당만 빼고투표하자.]라는 부분으로 보인다그렇다면 이 부분이 공직선거법위반이 되는지 조심스럽게 살펴보기로 한다.

 

2. 공직선거법 제58조 제1의 선거운동에 해당되나

. 선거운동의 의미

위 조항에서 선거운동이라는 부분은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 위 조항은 단서는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견개진 및 의사표시, 입후보와 선거운동을 위한 준비행위, 정당의 후보자 추천에 관한 단순한 지지·반대의 의견개진 및 의사표시, 통상적인 정당활동, 설날·추석 등 명절 및 석가탄신일·기독탄신일 등에 하는 의례적인 인사말을 문자메시지로 전송하는 행위는 선거운동으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민주당만 빼고투표하자.]라는 부분은 민주당 또는 민주당 후보자 등을 당선되지 못하게 하는 행위로 위 조항의 단서 예외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일단 선거운동의 범주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다.

 

. 법원 판례의 경향

그런데 법원 등은 선거운동의 범위를 일반인들의 생각보다 한정적으로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 아무래도 공직선거법위반으로 처벌되는 사례를 한정하고자 하는 취지로 보인다.

대법원은 특정후보자의 당선 내지 득표나 낙선을 위하여 필요하고도 유리한 모든 행위로서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한다는 목적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능동적·계획적인 행위를 말한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가 선거운동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단순히 그 행위의 명목뿐만 아니라 그 행위의 태양, 즉 그 행위가 행하여지는 시기·장소·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관찰하여 그것이 특정후보자의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하는 목적의지를 수반하는 행위인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고고 판시(대법원 2005도 301 판결)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511812)에서도 기본적으로 선거운동에 관한 기존 개념을 유지하면서도, “‘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 판단을 할 때에는 당해 행위를 하는 주체 내부의 의사가 아니라 외부에 표시된 행위를 대상으로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여 구체적으로 선거운동 해당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명확하고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하였다.

대법원은 예비후보자 등록 무렵에서 선거기간 전까지 발송한 문자메세지에 대해서는 사전선거운동으로 보았으나, 예비후보자 등록으로부터 한참 전에 발송한 문자메세지는 사전선거운동으로 보지 않는다.”는 판시(대법원 201619447판결, 대법원 201620658판결) 등을 하여, 구체적으로 행위가 선거일에 가까울수록 선거운동 목적의사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고 선거일에서 멀어질수록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 노무현 대통령 탄핵기각 결정문

노무현 대통령은 2004년 총선 개입 혐의로 탄핵소추를 당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이 국민들이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을 기대한다와 같은 선거 발언을 한 것도 탄핵사유에 포함된 것이다.

당시 헌법재판소(헌법재판소 2004헌나1 결정)는 이 부분에 관하여 정당의 후보자가 결정되지 않아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발언을 선거운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결정한 바 있다.

 

. 원세훈 전 국정원장 공직선거법 위반 판결

대법원은 20184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정치 중립을 지켜야 할 공무원이 지위를 이용해 특정 후보자와 정당을 찬양·지지 하거나 비방·반대한 활동을 집단·동시다발적으로 했다""사이버팀의 활동은 객관적으로 공무원의 직위를 이용한 선거운동으로 인정된다"라고 확정하면서 대선에서 특정 정당에 대한 선거운동이 인정되는 시점은 그 정당의 대선후보자 확정일 이후부터라고 판시(대법원 2017도 14322 전원합의체 판결)하였다.

 

. 임미리 교수의 칼럼의 경우

후보자 특정의 문제 측면에서 보면, 임미리 교수의 칼럼은 2020. 1. 28. 오후 인터넷에 게시되었고, 29일자 경향신문에 실렸다. 2020. 2. 13. 자유한국당이 일부 후보자의 공천을 확정했고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은 1차 경선지역 52곳을 발표했다. 위 칼럼의 게시 시기는 후보자 공천 등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던 시기로 보인다. 그렇지만 예비후보자 등록 이후 시점임은 분명하다.

문제는 대법원이 후보자의 특정부분에 대해 판례마다 약간 다른 견해를 취하고 있어서 문제가 된다. 과거 대법원은 특정한 후보자란 반드시 이미 입후보한 후보자만 가리키는 것이 아니고 장래에 입후보하려고 하는 자도 포함되며 이때 입후보하려고 하는 자라 함은 입후보할 것을 예정하면 족하고 확정적 결의를 요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대법원 751659 판결)하여 이를 넓게 해석한 적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다고 하면 위 칼럼의 시점이 예비후보자 등록이후 이므로 선거운동에 해당된다고 볼 수도 있다.

결국 임미리 교수의 칼럼은 후보자의 특정범위를 넓게 해석하면 선거운동에 해당될 것이고, 좁게 해석한다면 선거운동에 해당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또한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한다는 목적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능동적·계획적인 행위라는 선거운동의 정의에 위 칼럼이 해당되는지는 보기에 따라서 논란의 여지를 남긴다.

 

3. 구체적인 공직선거법위반 적용여부

. 공직선거법 제2542항 사전선거운동죄 여부

임미리 교수의 칼럼은 선거운동 기간 전에 기고된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후보자의 특정’, ‘능동적·계획적인 행위인지 여부가 전제되어야 위 조항 적용여부가 가능하다.

사전선거운동을 한 자는 공직선거법에 의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 공직선거법 제8(언론기관의 공정보도의무) 위반 등

언론중재위원회는 임미리 교수의 칼럼이 아래의 공직선거법 규정을 위반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는 임미리 교수 개인에 대한 규정이 아니라 이를 게재한 경향신문에 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공직선거법 제8(언론기관의 공정보도의무)

방송·신문·통신·잡지 기타의 간행물을 경영·관리하거나 편집·취재·집필·보도하는 자와 제8조의5(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1항의 규정에 따른 인터넷언론사가 정당의 정강·정책이나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의 정견 기타사항에 관하여 보도·논평을 하는 경우와 정당의 대표자나 후보자 또는 그의 대리인을 참여하게 하여 대담을 하거나 토론을 행하고 이를 방송·보도하는 경우에는 공정하게 하여야 한다.

 

위 조항은 형사적인 처벌규정이 없고 다만 공직선거법 제8조의3(선거기사심의위원회), 8조의5(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의 정정보도문 또는 반론보도문 게재, 경고결정문 게재, 주의사실 게재, 경고, 주의 또는 권고 등을 통하여 문제를 시정할 수 있다.

 

4. 맺음말

임미리 교수의 경향신문 칼럼은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으로 보기에는 후보자 특정등의 문제가 있어 공직선거법상 사전선거운동죄 등으로 처벌되기는 불분명하다.

이제는 각 당의 후보자들이 특정되었다고 볼 수 있는 시기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위 임미리 교수의 칼럼이 몇 주 뒤에 기고되었다면 충분히 선거운동으로 처벌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것이 현실인 점을 감안하면, 총선까지의 나머지 기간에는 각자 공직선거법위반에 해당되지 않도록 조심해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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