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무섭다"...'컷오프 이후' 대비하는 홍준표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20.03.05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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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경선을 앞두고 속속 컷오프 인사가 나오는 상황에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거취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지속적으로 수도권 험지 출마를 요구하고 있고 홍 전 대표는 고향인 경남 밀양에서 경남 양산 출마로 방향을 틀었지만 공천장을 따내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4일에는 양산을에 같이 공천을 신청한 나동연 전 양산시장과 호형호제하는 인연이었음을 강조하며 가슴이 아프고 사람이 이제 무서워진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사람이 무섭다는 홍준표>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초초한 홍

홍 전 대표는 4일 하루동안 페이스북에 6개의 글을 올렸습니다. 공관위의 합리적 결정을 기다린다는 내용, 나동연 전 양산시장이 지속적으로 양산 출마를 요청하더니 사흘전부터 연락이 안되고 본인이 양산을에 공천 신청을 했다는 내용 등입니다. 나 전 시장과의 인연을 언급한 것은 소위 '배신자 프레임'을 만들어 명분상 우위에 서려는 것입니다. 무섭다는 대상은 글에서는 나 전 시장이지만 사실상 자신을 컷오프 하려는 공관위를 저격한 것입니다. 

홍 전 대표가 SNS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기는 하지만 하루에 6개를 올린 것은 이례적입니다. 공관위의 결정을 기다리는 홍 전 대표의 심정이 매우 초조한 상태임을 보여줍니다. 4일 마지막으로 올린 포스팅에는 내가 지난 25년간 헌신한 이 당이 왜 저에게 이렇게 혹독하게 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속 시원히 말이라도 해 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말이 참 많았습니다. 여태 참고 기다리다가 지친 하루였습니다고 적었습니다. 이 글에 홍 전 대표의 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2. 쌓고 있는 명분

홍 전 대표의 페이스북 포스팅 중 눈에 띄는 것은 최근 막말로 컷오프된 민경욱 의원의 재심 신청을 지지하는 글입니다. 홍 전 대표는 민경욱 의원은 저에 대해 제명까지 하자고 주장한 적대적인 사람이지만, 모두가 겁이나 입 다물고 있을 때 홀로 대여 투쟁을 하면서 쎈말을 한 사람이지 결코 막말을 했다고 보지 않습니다. 재심에서 경선을 할 기회는 주셨으면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앞으로 대여투쟁을 할 사람은 나타나지 않을 겁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딱히 친분이 있지도 않은 민경욱 의원을 언급한 것은 동병상련 처지 때문입니다. 민 의원과 홍 전 대표는 상당히 닮은 캐릭터입니다. 돌출발언을 서슴치 않고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대중의 관심을 즐긴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민경욱 의원이란 단어 대신 홍준표라는 이름을 넣어도 전혀 어색하지가 않습니다.  홍 전 대표 입장에서는 민 의원의 컷오프가 남 일 같지 않습니다.

민 의원을 언급한 것은 다목적입니다. 만약 자신도 컷오프 된다면 재심 절차를 밟은 뒤 수용이 되지 않는다면 탈당해 무소속 출마할 수 있다고 공관위를 압박한 것입니다. 그리고 민경욱 의원 등 컷오프된 의원들과의 연대가능성도 열어둔 것입니다. 홍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단 한번도 당적 이탈을 하지 않은 저를 더 이상 시험하지 말았으면 합니다라고 적어 컷오프 상황에서의 탈당 가능성까지 열어둔 상태입니다.

 

3. 개혁공천의 딜레마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의원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지만, 보수진영내에서는 박수를 받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개혁공천 여부는 현역의원 물갈이 비율로 측정됩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현재 개혁공천에 있어서는 민주당보다는 통합당이 앞서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문제는 컷오프가 남발될 경우 현역 의원들이 집단 반발해 탈당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겁니다. 미래통합당 전신인 새누리당은 2016년 공천관리에 실패하면서 소위 옥새 파동을 겪었고 결국 민주당에 원내 1당을 내준 경험도 있습니다. 통합당 공관위는 이번주까지 공천을 마무리한다는 입장인데 특히 대구경북 지역의 중진들 컷오프가 관건입니다. TK 주류인 친박계에선 벌써부터 공천학살을 띄우며 무소속 출마하거나 수도권 출마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홍준표 전 대표의 거취는 매우 상징적입니다. 소위 험지출마를 거부하고 있는 홍준표와 김태호를 컷오프하지 않으면 TK 의원들을 쳐낼 명분이 적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홍준표 전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는 워낙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 컷오프 될 경우 무소속 출마 가능성이 높고, 이미 여러차례 당 지도부에 경고도 한 상황입니다. 홍 전 대표를 컷오프 할 경우 홍준표를 중심으로 집단 반발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당 지도부에서 우려하는 상황입니다. 한달째 결론을 못내리는 이유가 이것 때문입니다. 통합당 공관위는 주내에 공천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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