컷오프에 '북받친' 홍준표가 탈당을 안 한 이유는?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20.03.10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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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래통합당 공천에서 컷오프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9일 경남 양산 선거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홍 대표는 이건 공천이 아니라 막가는 막천이라며 이 막천을 황교안 대표가 직접 나서서 바로잡아 달라고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홍 대표는 탈당과 무소속 출마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습니다. 홍 전 대표는 기다렸다는 듯이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 할 수 없는 것은 300만 당원들이 눈에 밟혀서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홍준표는 왜 탈당선언을 안했는지,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명분, 또 명분

컷오프된 김태호 전 경남지사의 입장을 이해한다면서도 김 전 지사와 다르게 바로 무소속출마 선언을 안 한 것은 현 상황에서 탈당을 하면 이기적인 정치인으로 낙인 찍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자회견에 앞서 홍 전 대표는 본인의 페이스북에 나는 38년 공직생활 동안 불의와 협잡에 굴하지 않았다. 이번 양산을 공천심사는 불의와 협잡의 전형이라고 적었습니다. 즉 홍 전 대표의 주장은 이번 컷오프가 김형오 공관위원장이 자신을 죽이려고 기획된 잘못된 공천심사였으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 투쟁하는 것임을 명확히 한 것입니다.

홍 전 대표는 선당후사정권심판도 강조했습니다. 어제 기자회견에서 배지 한 번 더 달기 위해 쉬운 길은 택하지 안겠다고 말한 뒤 정당한 절차를 거쳐 공천 심사를 해 경선도 좋으니 양산에서 문 정권을 심판하고 김두관을 잡겠다고 말했습니다. 공천이 잘못돼서 당이 패배할 위기에 처해있기 때문에 개인 욕심이 아니라 당을 위해서 컷오프를 재고해달라는 겁니다. 

홍 전 대표는 이번주말까지 황교안 대표의 답변을 기다리겠다고 했습니다. 김형오 공관위원장이나 황교안 대표가 컷오프를 철회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결국 홍 전 대표의 탈당은 다음주초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홍 전 대표는 자신의 고향인 밀양에서 무소속 출마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권심판하고 김두관을 잡겠다는 홍 전 대표의 말은 본인이 무소속으로 양산을 선거에 출마해 보수분열로 인한 패배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의미입니다. 결국 양산이 아닌 다른 지역, 경남 밀양에 출마하는 명분이 됩니다. 정권 심판의 상징성이 있는 양산을에서 미래통합당 후보의 승리를 위해 대승적으로 양보하고 자신은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모양을 연출할 것으로 보입니다.

 

2. '큰 꿈'을 꾸는 홍

홍 전 대표는 2017년 대선에서 낙선한 뒤 당시엔 당선을 기대하지 않았으며 지지율 4%였던 궤멸직전의 당을 살려내기 위해 출마했다는 말을 했습니다. 실제로 탄핵당한 박근혜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에서 탄핵 직후 선거에서 이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대선 출마가 당을 위한 충정은 정치적 수사라고 하더라도, 승산이 없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홍 전 대표의 대선 도전은 이제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총선은 단순히 국회의원이 되느냐 마느냐를 가르는 선거가 아니라 대선 길목의 중요한 갈림길입니다.

4.15 총선이 끝나면 당 지도부는 선거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합니다. 만약 통합당이 총선에서 크게 패배한다면 황교안 대표는 사퇴할 가능성이 높고 새로운 지도부를 뽑을 겁니다. 그런데 20225월 대선전까지는 선거가 없습니다. 이번 선거 이후 당권을 장악하는 사람이 대선가도에 상당히 유리하게 됩니다. 현재 보수야권 진영의 잠룡들은 대부분 불출마했거나 낙선 가능성이 높습니다. 종로 출마한 황교안 대표는 열세이고, 유승민, 김무성 의원은 불출마, 서울 광진을에 출마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홍 전 대표가 애초에 그린 그림은 본인이 양산을에서 승리하고 PK 지역에서도 미래통합당이 선전해 그 공으로 다시 당 대표에 선출된 뒤 대선까지 나오는 겁니다. 그런데 컷오프로 이 구상이 틀어지게 되자, 새로운 명분을 쌓기 위해 탈당을 보류한 겁니다.

홍 전 대표가 황교안 대표에세 막천을 바로잡아 달라고 요청한 것 역시 강력한 경쟁자에 대한 견제입니다. 부산경남 지역에서의 선거결과가 좋지 않다면, 이것은 막천을 바로잡지 않은 황 전 대표의 책임이라는 프레임을 만든 겁니다.

 

3. "당이 잘못 가고 있다"

홍 전 대표의 특징 중 하나가 굉장히 직설적인 언어를 구사한다는 것입니다. 홍 전 대표는 “ "당에 25년 헌신하고 당 대표를 두 번 하고 대선후보까지 하며 당을 구한 저를 모욕과 수모를 주면서 내팽개친다는 것은 정치 이전에 '인간이 할 도리'는 아니다고 김형오 공관위원장을 강도높게 비난했습니다.  이밖에 '뜨내기들한테 당했다', '이적행위', '공작공천', '정적 제거하기' 등의 용어가 사용됐습니다. 홍 전 대표는 실제 김형오 공관위원장의 공천이 당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래통합당 공관위가 현역 중진들을 대거 물갈이하면서 개혁공천으로 비춰지고 있지만 컷오프된 중진들이 잇따라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면서 당이 분열 위기에 있습니다. 과거 총선을 돌이켜보면, 혁신을 잘하는 것으로 비춰졌던 정당이 승리한 사례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한나라당이 20124월 총선 두달 전에 새누리당으로 변신한 뒤 152석 단독 과반을 얻은 사례입니다. 하지만 2016년 공천파동으로 인해 새누리당이 일당을 민주당에게 내준 사례도 있습니다. 현재 미래통합당은 2012년과 2016년 상황 중간에 있습니다 미래통합당이 출범하고 개혁공천을 한다고는 하지만 이것이 정말 국민들이 원하는 개혁인지에 대해서는 의문표가 붙은 상황입니다. 미래통합당이 과거 승리공식에 집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게다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옥중서신을 보내 보수통합을 강조한 것이 이것이 오히려 공천혁신 효과를 가리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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