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조 코로나 추경이 '슈퍼 추경'? 실제 지출은 훨씬 적다

  • 기자명 이상민
  • 기사승인 2020.03.1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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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4일 코로나 추경안이 발표되었다. 코로나19를 대응하고자 정부가 편성한 코로나 추경안은 국회에 제출되어 본격 심사에 들어갔다. 기획재정부의 보도자료에 따라 모든 언론은 이번 코로나 추경규모는 11.7조원이라고 한다. 일부 언론은 이를 ‘슈퍼 추경’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기도 한다. 과거 추경규모와 비교하여 역대 4번째로 큰 규모라는 것이다.

코로나 추경안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국회의 심의과정에서 어떤 부분이 걸러지고 어떤 부분이 보강되는 것이 좋을까? 평가를 하기전에 정확한 분석 및 진단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번 추경규모의 재정적, 경제적 의미를 꼼꼼히 분석해보고자 한다. 코로나 추경안을 제1화 양적인 측면과 제 2화 내용적 측면으로 나누어서 분석하고자 한다. 평가는 독자의 몫이다.

 

총 31.6조 ‘경기보강’? 세금 31.6조원 사용이 아니다

기획재정부의 추경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번 코로나 추경은 최근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세 번째 경제 대책의 일환이라고 한다. 1차 대책 4조원, 2차대책 16조원, 그리고 이번 3차 대책인 코로나 추경 11.7조원까지 합쳐서 총 31.6조원의 경기보강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언론은 이번 코로나19 대응으로 추경 11.7조원이 편성되는 등 총 31.6조원의 경기보강이 이루어졌다고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기획재정부 보도자료에 존재하는 숫자는 경제적 현실에는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많다.

2020년 추경안 기획재정부 자료.
2020년 추경안 기획재정부 자료.

 

총 31.6조원의 규모라는 ‘경기보강’보강이 무슨 의미일까? 일단 정부의 추가 재정 지출 규모가 31.6조원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정부는 국회가 확정한 예산지출 외에는 한 푼도 더 쓸 수 없다. 국가의 예산지출 규모를 늘리고자 한다면, 추경을 통해 국회의 승인을 받고 늘릴 수밖에 없다.

추경 이전의 제1차 조치와 제2차 조치는 새롭게 추가로 재정지출을 확대한 것은 아니다. 이미 본예산에서 편성된 예비비 등을 실제로 지출했다는 것과(재정지출) 공공금융기관 등이 대출 규모나 보증규모를 확대했다는 것(금융) 등이다. 또는 기금지출 규모를 자체적으로 변경하여 지출규모를 늘린부분도 포함되어있다.

그런데 이러한 조치들을 한데 묶어서 총액이 31.6조원 규모라고 표현하는 것은 좀 넌센스다. 일단 각 단계별 지출이 중복되어 숫자가 과장되기도 한다. 올해 본예산 512조원에 포함된 예산사업을 지출했다고 ‘경기보강’이라는 알듯 모를듯 한 개념을 통해 추가로 금액을 늘렸다고 표현하는 것은 좀 어색하다. 이미 지출하기로 확정된 본예산 512조원외에 새로운 자금이 시장에 공급되는 듯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무엇보다 각각의 단위가 다르다. 정부가 재정지출을 1조원을 써서 없애는 것과 공기업이 추가 수익을 위해 1조원의 추가 투자를 하는 것은 의미가 다르다. 또한, 융자사업을 1조원하는 것, 그리고 보증을 1조원 늘리는 것을 동일 선상에서 비교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이렇게 재정지출 규모와 금융을 묶어서 전체 규모를 말하는 것은 조금 거칠게 비유하자면 1g의 물과 1m의 빵을 합쳐 2L 를 시장에 공급했다는 것 처럼 어색한 표현이다.

다만, 재정지출 규모와 조세지출(조세감면) 규모는 서로 합쳐서 표현할 수있다. 세금을 걷어서 그 돈으로 민간에 자금을 공급하는 재정지출이나, 원래 걷어야 하는 세금을 정책적 목적으로 걷지 않아서 그 돈이 민간에 머물게 하는 조세지출은 본질적으로 비슷한 행위다. 이 둘을 합산하여 파악하는 것은 실제 국가 지출 규모를 보다 정확히 파악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래서 정부의 재정지출 규모를 파악하고자 하는 이글에서는 조세지출과 추경을 통해 추가로 늘어난 재정지출의 규모만 다루고자 한다. 그런의미에서 1차조치와 2차조치를 통한 조세지출의 규모는 1.7조원이다.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신용카드 소득공제율 확대 등 세금인하조치로 징수하지 못한 세수가 1.7조원이다.

 

기재부 발표 추경규모는 11.7조원, 그러나 세출확대는 8.5조원에 불과

그럼 추경을 통해 추가로 늘어난 재정지출의 규모는 기획재정부의 보도자료대로 11.7조원일까?

11.7조원을 뜯어보면 세입경정(세입감소) 3.2조원과 세출경정(세출확대) 8.5조원 둘로 이루어져 있다. 추경을 통해 세출을 경정해서(세출규모를 다시 조정해서) 세출을 1조원 늘리면, 시장에 1조원이 더 공급된다. 추경에 포함된 세출 증대는 정책적으로 추가로 국가의 자원을 민간에 더 분배(allocation) 하겠다는 의미다. 국가의 예산을 추가로 더 지출한다는 것은 고도의 정치적 행위이기에 반드시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세입경정은 분배의 영역이 아니라 예측(estimaion)의 영역이다. 세입을 경정해서(세입규모를 다시 조정해서) 세입을 1조원 줄인다는 것은 세금을 1조원 덜 걷겠다는 정책적 표현이 아니다. 단순히 예측치를 변경하는 것이다.

즉, 세입경정은 정책이나 의지와 상관없는 단순히 예측의 영역이며, 국회의 심의도 무의미하다. 세입경정 추경을 하지 않아도 어차피 세입액수는 결산시에 저절로 정해지게 된다. 만약 세입경정을 하지 않으면 결산 때 그만큼 결손이 나게 된다. 세입경정 추경을 한다는 의미는 결손을 미리 장부상에 반영하는 것에 불과하다. 결국, 세입결손의 장부상 인식시점만 달라지게 된다.

우리가 추경규모를 관심있게 지켜보는 이유는 국가의 자금이 얼마나 민간에 공급되는지를 알고싶기 때문이다. 국가가 정책적 판단과 정치적 결단으로 얼마의 자금을 민간에 공급하는 지 정확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런의미에서 세입경정 규모는 민간에 추가로 공급되는 자금액수를 전혀 설명해주지 못한다. 걷어야 할 세금을 걷지 않아 민간에 머물게 되는 자금의 액수를 알고 싶으면,  ‘세입경정’ 규모가 아니라 조세지출 규모를 파악해야한다.  

그런의미에서 기재부가 발표하는 세입경정규모 3.2조원과 세출경정규모 8.5조원을 합친 추경규모 11.7조원은 별 의미 없는 숫자다. 그렇다면 실제 추경규모는 11.7조원이 아니라 세출경정규모 8.5조원이라고 생각해야 할까?

 

정치적으로 고무줄 처럼 줄였다 늘렸다 할 수 있는 추경 규모

문제는 세출경정규모 8.5조원도 민간에 추가로 공급하는 실질적, 경제적 규모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기획재정부는 세입경정 규모와 세출경정 규모의 절대값을 합하여 ‘추경규모’라는 기묘한 단어를 통해 설명해 왔다. 그러나 기재부가 발표해왔던 세출확대 규모 역시 정확한 학술적 근거는 물론 일관성 조차도 없는 ‘정치적 추경규모’일 뿐이다. 매년 발표해 왔던 추경규모에 일관된 원칙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예를들면, 국채상환규모가 추경규모에 포함되거나 안되기도 한다. 지방정부에 교부하는 교부세 규모 역시 포함될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러나 국채상환 규모 등은 내부거래에 해당되어 ‘총지출’규모에는 해당되지 않는 지출이다.

또한, 기금 변경 규모를 추경규모에 포함시키기거나 안하기도 한다. 기금변경은 원칙상 20%까지는 국회승인 없이도 변경가능하다. 그런데 기금 자체 변경 전체를 추경규모에 포함시킬수도 있고, 20%초과 부분만 포함시킬 수도 있다.

이렇게 국채상환규모, 교부세규모, 기금자체변경 규모를 추경규모에 포함할지 여부를 자의적으로 선택하여 ‘보도자료상의 추경규모’는 얼마든지 숫자놀음이 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올해의 추경규모와 작년의 추경규모를 일률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 과거의 추경규모 숫자는 일관성있는 기준에 따라 작성된 수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총지출 기준과 총계기준 등이 원칙없이 섞여있다.

그런의미에서 세출확대 규모 8.5조원도 좀 뜯어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이 8.5조원 중에서 실질적으로 민간에 추가로 공급된 규모가 얼마인지가 아닐까? 이러한 소박한 호기심조차 쉽게 충족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긴 하다.

이번 추경안 세출 증대 규모는 8.5조원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것이 이번 추경으로 민간에 추가 공급되는 자금의 규모가 8.5조원이라는 사실을 뜻하지 않는다. 거꾸로 말해 이번 추경을 하지 않았다면 국가의 돈 8.5조원을 절약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3천억원의 교부세, 교부금은 추경이 없었어도 법적으로 지방정부에 주어야만 하는 돈

이번 추경에는 약 3천억원 규모의 교부세, 교부금이 포함되어 있다. 기재부는 추경 보도자료를 통해 “지방재정 보강, 초중고의 방역소요 등을 위해 3천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는 코로나19 때문에 지방교육청과 지방정부에 특별히 추가로 지출하는 돈이 아니다. 사실상 지방정부에 갚아야 할 부채를 미리 준 것에 불과하다.

지방교부세법 등에 따라 내국세의 일정부분을 지방교육청과 지방정부에 정률 교부해야 한다. 2019년 정산결과 추가로 교부해야할 돈이 발생했다.(미리 교부했던 금액과 정산분의 차액) 어차피 법적으로 주어야 하는 돈이다. 그 확정된 정산분을 이번 추경을 통해 준 것에 불과하다. ‘재난특별교부세’라는 이름으로 이번 추경에 포함되어 지방에 전달된 돈 10억원도 코로나19로 인해 특별히 추가로 편성된 것은 아니다. 이번 추경이 없었다 하더라도 19년 내국세 정산에 따라 지방정부에 법적으로 주어야 할 돈이다.

추경이 없었다면, 20년 본예산 때에 교부될 수 도 있었다. 추경을 통해 미리 교부하는 것은 잘한 조치다. 다만, 이 돈은 기재부 설명대로 “초중고 방역소요 등을 위해 지원”하는 목적으로 편성된 것은 아니다. 추경이 편성되지 않았어도 법적으로 줄 수밖에 없었던 부채라는 사실을 명확히 하는 것이 이번 추경규모 8.5조원의 성격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기재부는 보도자료에 “초등학교 체온계, 마스크 구매, 돌봄교실 운영비 등으로 활용가능”하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면 이는 지방교육청의 일반재원이 되는 돈이다. 부채를 갚으면서 채권자에게 이 돈은 마스크 구매에 사용해야 한다고 용처를 정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융자사업과 자본적 지출도 써서 없어지는 돈이 아냐

그리고 이번 추경에는 소상공인지원 융자사업이나 의료기관 융자사업 1.7조원이 포함되어 있다. 융자사업은 말 그대로 국가가 융자를 해주고 약간의 이자를 붙여서 다시 회수하는 사업이다. 그래서 융자사업 1.7조원은 그만큼 국가가 자금을 소비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거꾸로 말해 민간이 1.7조원의 혜택을 보는 것이 아니다. 1조원을 융자받은 소상공인이 누리는 혜택의 양은 1조원이 아니라 정책금리와 시장금리의 차이만큼일 뿐이다. 만약 정책금리와 시장금리의 차이가 2%p라면, 실제 경제적 혜택은 340억원이다.(1.7조원 X 2% =340억원)

즉, 1조원의 보조금을 민간에 주는 사업과 1조원의 융자사업의 경제적 효과는 다르다. 융자사업 1.7조원을 편성하면 그만큼 추경규모를 증가시킨다. 그러나 이는 국민의 세금 1.7조원을 소상공인 등에게 주는 사업이 아니라 1.7조원을 빌려주고 몇 년뒤에 1.7조원을 다시 회수할 사업이다. 융자사업이 많이 포함되면, 총지출 기준의 예산 통계 규모만을 늘리는 통계적 착시현상이 발생한다는 사실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또한, 이번 추경에 큰 규모로 포함된 출연, 출자 사업도 추경 규모를 부풀리는 대표적 사업이다. 내가 10만원 어치의 회를 사는 것과 10만원 어치 쌀을 사는 것은 동일한 경제적 행위가 아니다. 내가 지난주에 회를 10만원 어치 샀으면 과소비를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주에 내가 10만원어치의 쌀을 샀으면 과소비가 아니다. 쌀은 어차피 사야 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이번주에 다 먹어 치우는 소비성 지출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이번 추경을 통해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에 출연한 돈만 1600억원을 초과한다. 정부의 일반회계의 돈 1600억원이 써서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에 옮겨졌다는 의미다. 그리고 이번 추경의 일환으로 국회에 제출된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기금계획변경안’에 따르면, 단순히 두 개 기금의 ‘여유자금운용’금액만 증대시킬뿐이다. 이외에 무역보험기금출연, 매출채권보험계정출연, 지역활력프로젝트 등의 다수의 출연사업도 이번 추경 8.5조원에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출자, 출연 지출도 추경규모를 그대로 늘린다. 다만 이렇게 쌀을 사는 금액과 회를 사는 금액은 다르게 분류하여 파악할 필요도 있다.

또한, 8.5조원 지출 금액 변동 중에서 단일 세부 사업으로 가장 큰규모의 사업은 예비비 증액이다. 추경을 통한 예비비 증액 규모는 무려 1조 3500억원이다. 예비비 증액도 추경 규모를 다소 과장할 수 있다. 재난재해 목적성 예비비 증액이 불필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예비비의 성격상 증액금액을 모두 지출할 필요는 없다. 상당부분의 불용액이 발생해도 특별한 비판을 받을 필요가 없는 지출이니 1조 3500억원이 전액 지출되지는 않을 확률이 대단히 높다.

 

마치며

기재부가 발표한 11.7조원의 추경규모는 국가의 재정지출을 통해 민간에 추가로 공급되는 자금규모를 설명해줄 수 있는 수치가 아니다. 논리적 근거도 부족하거니와 연도별 일관된 기준도 없기 때문이다. 세입경정규모는 장부상 결손을 인식하는 시점만 바꿀뿐이다. 이에 추경을 통해 정부가 민간에 추가로 지출하는 자금의 규모를 파악하고자 한다면, 세입경정 규모 3.2조원은 민간에 공급하는 자금의 규모를 설명하지 못한다. 오히려 조세지출 1.7조원이 경제적으로는 더 중요한 수치다.

세출확대 규모 8.5조원에는 추경이 아니어도 지출했어야 하는 교부금 등의 금액이 포함되었음은 잘 인식해야 한다. 또한, 융자사업, 출연, 출자사업 등은 써서 없어지는 돈이 아니다. 총지출 기준으로 국가의 재정규모를 파악하다보면, 융자사업 지출이 많아지면 국가지출의 규모가 실제보다 과장돼 보이는 통계적 착시현상도 발생한다. 20년 512조원의 총지출 규모 중, 융자사업은 단 8% 정도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 추경 8.5조원 중 융자사업은 1.7조원으로 무려 1/5에 달한다. 즉, 이번 추경지출은 융자사업이 많이 포함되어 실제보다 과장된 규모로 파악된다는 의미다.

어떤 사람이 연인에 줄 선물을 마련했다. 만난지 1000일이 되는 날이자 그녀의 생일이기 때문이다. 특별한 날인만큼 커다란 곰인형과 10만원짜리 백화점 상품권을 준비했다. 선물을 주면서 이렇게 고백해보자.

“이 선물은 생일선물이자 1000일 기념 선물이야. 그리고 지난번 1만원 빌린 돈은 이것으로 갚은것으로 하자.” 아마도 이 둘의 교제는 1001일로 이어지기 어려울 수 있다.

추경을 통해 지방정부에 갚아야 할 교부금을 미리 갚는 것은 좋다. 그러나 부채를 갚으면서 이번 추경때문에 추가로 지방정부에 주는 돈이라고 표현하지는 말자.

그리고 곰인형은 웬만하면 여자친구에게 주지 말자. 여자라고 해서 귀여운 곰인형을 좋아할 것이라는 것은 과도한 일반화다. 다음 글에서는 이번 추경 사업을 내용적으로 분석해 보겠다. 이번 추경 선물에 ‘곰인형’이 포함되어 있는지 살펴보아야 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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