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전례없는 대책" 요구에 재난소득 현실화 눈앞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20.03.19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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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수당, 혹은 재난기본소득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18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 등 당정청은 코로나19 사태 극복과 관련해 일부 지자체에서 재난 기본소득에 가까운 성격의 긴급지원정책을 펴고 있는데 바람직한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자체가 하는 것이 중앙정부가 준비하는데 필요한 시범 실시과정의 의미도 있다. 그런 점에서 지자체의 결단에 대해 저희는 환영한다고 말했습니다. 19일 열리는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회의에서 정부 차원의 재난기본소득과 유사한 지원책이 발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실화되는 재난기본소득,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미국도 풀었다

미국 국민은 지금 현금이 아주 급합니다. 그러므로 정부는 지금, 그러니까 바로 지금 현금을 지급하고자 합니다.”

지난 17일 미국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코로나19 피해지원을 발표하며 한 발언입니다. 미국 정부는 1인당 1000달러 약124만원을 모든 국민에게 지급한다는 계획입니다. 미국의 코로나 사태 지원금은 총 12000억달러, 한국 돈으로 약 1500조원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동안 거론돼 온 급여세 면제 대신 재난 지원금 지급으로 지원 방침을 바꾼 데는 일시금 지급 절차가 도입에 최장 8개월이 필요한 면세보다 신속하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심지어 트럼프 행정부는 1000달러씩 2번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중입니다.

미국이 한국에서 차지하는 의미를 볼 때 미국의 재난소득 지급은 매우 중요한 변곡점입니다다.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홍콩에서 모든 시민에게 150만원씩 현금지급한 사례가 있지만, 한국의 반대론자들은 홍콩이 도시국가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그런데 세계 최대 경제규모인 미국, 그것도 보수우파인 트럼프 정부가 직접 현금을 지급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사태의 심각성이 부각되고 반대의 명분이 줄었습니다. 재난소득에 완강히 반대하던 일부 보수언론도 미국 사례는 비중있게 전달했습니다.

주요국들이 현금을 직접 지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미국은 2001년 닷컴버블 붕괴 당시 9200만명에게 최대 300달러씩 지급한 바 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연소득 75000달러 이하 저소득층 13천만명에게 1인당 300~600달러를 지급한 바 있습니다. 일본도 2009년 금융위기 당시 1인당 최대 2만엔을 지급했습니다. 현재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현금을 지급한 나라는 홍콩, 마카오, 싱가포르, 호주, 미국 등이며 점차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됩니다.

 

2. ‘차가운 머리 돌아서나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는 지난 12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은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가 모두 필요한 때라고 글을 올렸습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날 추경 규모 증액에 대해 소극적인 홍 부총리를 놓고 해임까지 언급하며 압박했다는 기사가 나온 뒤의 일입니다. 본인은 차가운 머리를 유지하며 재난기본소득이라는 과도한 포퓰리즘은 경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습니다.

17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홍남기 부총리는 재난기본소득은 많은 부분 검토 필요하다고 했지만 2차 추경이라는 표현보다는 이번으로 대책이 끝나는게 아니고 필요하면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추가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재난소득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은 여전했지만 여지는 남겨 둬 며칠전 입장에서 변한 것으로 해석됐습니다.

코로나19는 수요와 공급의 동시 충격, 실물과 금융의 복합 위기를 야기하고 있다. 과거 경제 위기와 양상이 다르기 때문에 전례 없는 대책이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경영계 노동계 소상공인 대표, 시민대표 등 경제주체들과 함께한 18일 청와대 원탁회의에서 한 발언입니다. 대통령은 끊임없이 '전례없는 대책'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전주시, 강원도 서울시 등 지자체가 기본소득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전례없는 대책에 딱 맞아떨어지는 것이 재난소득입니다12년만에 열리는 비상경제회의에서 홍 부총리가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3. 보편이나 선별이냐

SBS는 18일 청와대가 중하위 소득계층에 상품권 지급을 검토한다는 보도를 내놓았습니다. 중하위 소득계층에 한정해 상품권이나 체크카드를 일괄 지급한 뒤 기한을 정해놓고 쓰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일종의 변형된 재난기본소득입니다. 하지만 평소에 기본소득을 주장하던 측에서는 중하위 소득계층에 지급하는 방식은 상당히 효과가 제한적이 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반대측에서는 부자에게 지급하는 건 세금 낭비이기 때문에 취약계층을 선별해서 지급해야 한다고 합니다. 소위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의 재대결입니다.

이번에 재난소득 지급이 어떤 식으로 되느냐가 중요한 것은 향후 기본소득이 진지하게 검토될 때 그 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아동수당을 상위 10%를 제외해서 지급하다가 선별비용이 더 든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전체 지급으로 바꾼 바 있습니다. 보편지급론자들은 가구가 아닌 개인을 대상으로 조건없이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선별지급할 경우 선별비용이 더 들 뿐 아니라 사각지대가 발생해서 실제 수혜를 받아야 하는 계층이 못받는 일이 발생한다는 겁니다. 필요한 재원은 세금을 더 걷어서 해결할 수 있고 소득 불평등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입장입니다. 현재 국내 여론은 선별적인 지원에 대한 여론이 더 높고, 지자체도 선별지원을 한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해외에는 개인에게 보편적으로 지급하는 방안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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