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확보전쟁'과 '줄잇는 개미 투자'...2008년 금융위기 '데자뷰'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20.03.20 08:5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스피가 19일 8.39% 떨어져 1457.64를 기록했습니다. 종가 기준 1500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09723일 이후 108개월 만입니다. 지난 13일에 이어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시장에 거래가 20분간 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가 동시에 발동됐습니다. 외국인은 11거래일 연속 매도중인 반면 기관과 개인은 매수했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1285.7원을 기록해 11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11년만에 최저치 기록한 주가>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달러확보 전쟁의 서막

11년만에 주가가 최저가를 찍고, 원달러 환율이 최고가를 찍었다는 것은 현 금융시장이 2008년 금융위기를 방불케 할 정도의 충격을 받았다는 의미입니다. 전 세계 주가가 폭락하면 각국 금융기관과 투자자들은 현금 확보 경쟁에 들어가게 됩니다. 해외시장 주식을 판 뒤 본국으로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를 가져가게 됩니다. 주가가 떨어지고 환율이 오르는 이유입니다.

한국은행은 19일 미국 금융당국과 600억 달러, 75조원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6개월간 체결한다고 밝혔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의 2배 규모입니다.한국은행은 미 연준과 꾸준히 물밑 접촉을 해왔으며 이번주부터 본격적인 협의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미국은 한국 외에도  여러 국가와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는데 역외 금융시장의 불안아 자국으로 파급될 가능성 때문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는 국제 공조가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고, 미국이 현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2. 개미가 올인하는 이유

최근 주식시장을 보면 외국인 투자자는 연일 매도하는 반면, 국내 개인투자자, 소위 개미들은 연일 매수세입니다.  특히 삼성전자 같은 대형 우량주에 대한 매수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현재 주식투자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마이너스 통장을 내서 삼성전자 등 우량주 주식을 매수했다는 경험담이 속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삼성전자 융자잔고는 594만주로 지난달만 415만주보다 70%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예탁자산이 10만원 이상이고 6개월 간 최소 한차례이상 거래한 적이 있는 증권계좌를 의미하는 주식거래활동계좌수는 지난 6일 사상 처음으로 3천만개를 넘었습니다.

특히 2030의 주식투자가 활발해 2018년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급등때와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 바 있습니다. 이미 부동산 시장은 5060 장년층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고 종자돈이 많지 않은 젊은 세대는 현 상황을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고 빚을 내서 투자를 하고 있는 겁니다. 이들이 대형 우량주에 투자하는 이유는 삼성 같은 대기업이 망한다면 대한민국이 망하는 것이란 믿음, 즉 대마불사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때도 주식이 폭락했지만 결국은 회복했다는 과거 경험에도 기인합니다. 물론 언젠가는 주식은 회복할 것입니다. 문제는 기간입니다. 불황이 장기화된다면 빚을 내서 투자한 개미들은 금리 부담에 굉장히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수년간 불황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옵니다.

금융시장 뿐 아니라 부동산 거래도 다시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이 부동산 거래 신고제가 시행된 2006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1년전보다 3배 이상 늘어 코로나19 사태를 무색하게 만들었습니다. 코로나 19사태 영향이 적게 반영된 것은 사실이지만 경기부양을 위해 저금리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한 투자자들의 돈이 부동산으로 다시 몰릴 가능성이 있어 정부대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3. 파생상품 투자자 멘붕

전세계 주가가 폭락하면서 주가연계증권(ELS),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한 사람들이 울상입니다.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증시가 바닥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국제유가마저 폭락하면서 글로벌 지수와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파생상품들이 무더기 손실 위험에 처했기 때분입니다. 가입상품이 녹인, 손실구간에 진입했다는 문자가 투자자들에게 연일 발송되고 있습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본금 상위 증권사 7곳이 발행한 ELS 가운데 200개 넘는 상품이 손실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선진국 주가지수를 기초로 발행된 상품이 많은데요. 유로스톡스5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은 1월 고점대 36% 하락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홍콩H, 일본 닛케이평균주가 등도 최근 3년 고점과 비교해 모두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의 하락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환율 상품에 가입한 중소기업의 경우 제2의 키코 사태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