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는 코로나에 관한 교훈을 말한 적 없다

  • 기자명 권성진 기자
  • 기사승인 2020.03.3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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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가 썼다는 '코로나바이러스의 14가지 교훈'이라는 이름의 글이 유통되고 있다. 국내엔 <세계일보> <스포츠서울> <아시아엔> 등에서 보도했다. 현재 세계일보는 기사를 삭제했고 아시아엔은 기사의 출처를 확인할 수 없다고 표기한 상태다. 그런데도 일부 블로그나 카페, 커뮤니티 등에서는 ‘내용이 좋다’, ‘공감이 된다’는 평가와 함께 해당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있는 세계일보의 기사. 세계일보에서는 해당 기사를 삭제했지만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있는 세계일보의 기사. 세계일보에서는 해당 기사를 삭제했지만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 글은 “빌 게이츠가 최근 ‘공개서한’을 통해서 코로나 사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는 말로 시작된다. 이어서 해당 글에서 빌 게이츠는 "저는 세상의 모든 일에는 선이든 악이든 어떤 영적인 뜻이 있다고 믿는 사람입니다"라고 말한뒤 14가지 교훈을 소개한다.. 

일부를 소개하면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코로나 사태는 문화, 종교, 직업, 재정 상황 또는 우리의 명성에 관계없이 우리 모두가 평등하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고 있다. 이 질병은 우리 모두를 평등하게 대할 것이다. 나를 믿지 않으면 톰 행크스에게 물어보라. 

2. 우리 모두가 연결되어 있고 한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상기시켜준다. 이 바이러스에는 여권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세워 놓은 잘못된 경계는 거의 가치가 없다는 것을 상기 시켜준다. 코로나는 우리를 짧은 시간 동안 억압함으로써, 평생을 억압 속에서 보낸 사람들에 대해 상기시켜주고 있다. 

3. 영양소가 불량한 제조 식품과 화학물질에 오염된 식수를 먹음으로써 우리의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어떻게 방치해 왔는지를 일깨워주고 있다. 우리가 건강을 돌보지 않으면 당연히 병에 걸릴 것이다. 건강을 돌보지 않으면 물론 병에 걸리게 된다.

4. .....

 

영국의 <BBC><인디펜던트>는 해당 서한을 ‘가짜뉴스’인 것으로 판단했다. <BBC>는 최초 작성자를 찾고 글이 가공된 시점을 파악했는데 빌 게이츠와 무관했다. <BBC>에 따르면 해당 글의 최초 작성자는 런던에 사는 무하마드 알리다. 그는 3월 16일 해당 글을 게시했다. 당시 글에는 ‘빌 게이츠가 작성했다’는 내용은 없었지만, 이후 빌 게이츠가 작성했다는 내용으로 글이 변질됐다. 소셜 미디어 분석 도구인 ‘크라우드 탱글’에 따르면 해당 글에 '빌 게이츠가 작성했다'고 내용이 바뀐 시점은 6일 뒤인 3월 22일이다. 

해당 기사를 팩트체크한 BBC의 모습. BBC는 해당 기사를 '거짓'으로 판단했다.
해당 기사를 팩트체크한 BBC의 모습. BBC는 해당 기사를 '거짓'으로 판단했다.

 

해당 기사를 최초 보도했던 <더선>은 사과를 하고 '오보'를 인정했다.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더선>의 대변인은 “사건이 주목받으면서, 더선 온라인이 이메일에 떠도는 패러디 기사(spoof story)를 잘못 출고했다. 오류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현재 더선 홈페이지에서는 해당 기사를 찾아 볼 수 없다.

<더선>이 오보를 인정하며 유감을 표명하고 기사를 삭제한 것과 달리 한국의 언론사는 조용히 움직였다. <더선>의 보도를 인용해 기사를 작성한 <세계일보>는 스리슬쩍 삭제했다. <아시아엔>은 편집자 주에 기사의 출처를 알 수 없다고 추가했지만 기사는 여전히 존재한다. <스포츠서울>은 31일 현재까지 기사가 게재되어 있는 상태다. 한국 언론은 오보를 인정하는 책임감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 

'가짜뉴스'로 판명난 '빌 게이츠의 서한'이 여전히 유통되고 있다.
'가짜뉴스'로 판명난 '빌 게이츠의 서한'이 여전히 유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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