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태구민은 '범죄자라도 탈북자 수용'을 주장했나

  • 기자명 권성진 기자
  • 기사승인 2020.04.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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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고위 외교관 출신의 태구민(태영호ㆍ미래통합당) 후보가 출마해 눈길을 모으고 있는 서울 강남갑 지역구에서 '범죄 혐의자라도 탈북민이면 무조건 수용해야 한다'는 태 후보의 과거 발언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4.15 총선 시민넷은 "태 후보가 '범죄혐의자라도 탈북민이라면 무조건 수용해야 한다'고 발언했다"며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경합을 벌이고 있는 김성곤(더불어민주당) 후보도 해당 발언을 문제 삼으며 공세를 펼치고 있다.  SNS를 통해 김 후보와 태 후보를 비교한 그래픽도 공유되고 있다. 이런 시민단체의 주장이 사실인지 검증해달라는 뉴스톱 독자의 팩트체크 요청이 있었다.

 

김성곤 후보 측에서 배포한 공보물. 태영호 후보의 탈북민 정책이
김성곤 후보 측에서 배포한 공보물. 태영호 후보의 탈북민 정책이 "범죄자라도 탈북민이면 모두 받아들여야 한다"고 표기돼 있다.

먼저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공유되고 있는 그래픽을 살펴보자. 태구민 후보의 탈북민 정책에 대해 "범죄자라도 모두 받아드려야(받아들여야) 함"이라고 적혀있다. 뉴스톱 취재 결과 이는 김성곤 후보 측에서 만든 공식 선거 공보물로 확인됐다. 우편을 통해 강남구갑 유권자들에게 배포됐다.

 

태영호는 “탈북민이라면 무조건 수용”을 주장했나

태구민 후보의 탈북자 관련 발언은 2월 11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나왔다. 당시 태 후보는 국회에서 자신의 총선 출마를 공식 발표했다. 탈북자 관련 발언은 입장문 발표 뒤 기자와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왔다. 해당 영상에서는 8분 35초께부터 확인할 수 있다. 

2월 11일 국회, 태영호 지역구 출마 관련 기자회견

기자 질문-입장문을 말씀하실 때 현 대북 정책과 청년 정책에 큰 좌절을 느꼈다고 말씀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이런 감정을 그렇게 느꼈는지요?

태영호 답변-구체적으로 이 자리에서 다 하나하나 이야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가장 크게 마음의 좌절감을 느꼈던 것은 북한에서 여기로 내려왔던 청년들이, 2명의 청년들이 그들이 범죄자이냐, 아니냐를 그것을 논하기 앞서서 그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이 사실을 보면서 정말 큰 좌절감을 느꼈다. 이런 일은 다시는 일어나면 안 된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하나 의정활동을 해야겠다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태 후보는 분명히 “2명의 청년(그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일(이런 일)은 다시는 일어나면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태 후보자의 발언만 놓고 보면 2명의 청년을 한국 정부가 수사하고 처벌해야 한다는 것인지, 동일한 ‘북한이탈주민’으로 대우해야 한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태 후보는 ‘북송’ 그 자체에 관해서는 반대하고 수용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4.15 총선시민넷이 주장한 태 후보의 '탈북민 무조건 수용' 발언은 ‘사실’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 정부가 탈북 선원을 북송한 근거는

‘탈북 선원 송환 사건'은 지난해 11월에 발생했다. 11월 2일 해군은 동해상에서 북한 주민이 타고 있던 어선을 나포했다. 20대 청년 2명이 어선에 탑승해 있었다. 정부는 합동 조사 결과 동해상에서 조업 중인 오징어잡이 배에서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하고 도주한 것으로 파악했다. 정부는 북측과 연락해 11월 7일 청년 2명을 판문점에서 북측에 인계해 추방했다. 

지난해 11월 7일 국회 예결위의 회의록. 위원장 김재원 의원이 북한 주민도 우리나라의 국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7일 국회 예결위의 회의록. 위원장 김재원 의원이 북송 관련해서 질의를 했다.

논란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정부가 헌법 제 3조에 근거해 탈북 청년을 포용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헌법 제 3조에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북한도 한반도에 포함되는 지역이고 이에 따라서 북한 주민도 우리나라 주민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당시 정부는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약칭 북한이탈주민법)을 근거로 반박했다. 정부는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9조 1항과 2에 근거해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 등에 해당하는 사람은 보호대상자로 결정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호대상자로 지정되지 않으면 북한이탈주민이더라도 정부 지원 혜택인 정착지원금, 주거 지원금, 임대주택, 직업훈련 등을 받지 못한다.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보호 대상자의 예외를 규정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보호 대상자의 예외를 규정하고 있다.

당시 통일부는 "우리 사회 편입 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되고 흉악범죄자로서 국제법상 난민으로도 인정하기 어려워 정부 부처 협의 결과 추방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통일부는 북한 청년의 귀순 의사도 인정하지 않았다. 통일부는 북한 청년이 귀순하겠다는 의사는 밝혔으나 “범죄 후 도주 목적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북한 청년이 범행 이후 북한 자강도로 도망갈 계획을 먼저 세우고 김책항으로 이동했다는 점과 해군의 경고 사격에도 이틀씩이나 도주했다는 점, 귀순 의사에 일관성이 없다는 점을 판단 근거로 삼았다. 수사에서 북한 청년 중 한 명은 "죽더라도 조국(북한)에서 죽자"고 말하기도 했다. 

정부의 살인 혐의를 받는 탈북자 '추방' 결정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논란의 여지는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뉴스톱>과의 통화에서 "당시 상황은 실체적 진실 규명에 한계가 있었다. '죄형 법정주의'에 근거한 한국의 사법 체계상 '무죄'를 받을 가능성이 높았다. 국민의 안위를 위해서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었다"고 답했다. 지난해 박주선 의원 측이 통일부로부터 받은 '탈북민 보호 여부 결정현황'에 따르면 이전에도 살인을 저질러 비보호 결정조치를 받은 사례는 2017년과 2019년 각각 1건씩 2건 있었다. 그들은 북으로 추방되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 범죄 혐의를 받는 북한이탈주민은 '탈북 선원 북송 사건'의 선례에 비춰 송환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종합하면, 더불어민주당 김성곤 후보측이 배포한 공보물에 적힌 태구민 후보측의 입장(탈북민이라면 비록 범죄자라도 모두 받아들여야 한다)은 대체로 사실에 가깝다. 범죄혐의가 있는 탈북 주민을 다시 북으로 돌려보낸 정부의 결정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정부는 북한이탈주민법에 따라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 등에 해당하는 사람은 보호대상자로 결정하지 아니할 수 있다"며 해당 탈북자의 북송이 정당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 기사는 의뢰를 받은 팩트체크 기사며 특정 후보 정책에 대해 찬성이나 반대를 하기 위함이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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