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메시지는 '새로운 일상'...올해는 AC (애프터코로나) 1년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20.04.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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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을 맞아 전 세계 정상 및 종교 지도자들이 메시지를 내놓았습니다. 코로나19는 부활절의 풍경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로마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부활절미사에는 신도가 거의 없이 최소 인원만 참석한 채 진행됐습니다. 코로나19 시대에 맞이한 첫 부활절,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역사상 가장 쓸쓸한 부활절

가톨릭 총본산 바티칸 성베드로대성당에선 소수의 사제와 성가대만 자리를 지킨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 주례로 부활대축일 미사가 진행됐습니다. 경찰은 미사 시간대에 사람들이 모이지 못하도록 성베드로 광장에 울타리를 치고 삼엄한 경비를 펼쳤습니다.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은 11일 국영방송으로 중계된 대국민 메시지에서 "나는 봉쇄령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데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많은 이탈리아인처럼 혼자서 부활절을 기념할 것"이라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계속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예루살렘에서는 그리스도가 부활 때까지 누워있었다는 성묘(Holy Sepulcher)가 부활절임에도 폐쇄됐습니다. 성묘는 본래 성금요일(Good Friday·부활절 전의 금요일)이면 수천 명의 순례자들이 찾아오는 성지중의 성지입니다. 부활절에 성묘가 닫힌 것은 지난 1349년 흑사병 사태 이후 671년 만입니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도 남편 필립공(98)과 함께 윈저성에서 부활절 메시지를 사전 녹음했는데 사회적 거리 두기 차원에서 여왕이 화이트 드로잉 룸에서 메시지를 읽고, 옆방에 있던 사운드 엔지니어가 이를 녹음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도 이색 예배가 줄을 이었습니다. 성남시 분당소망교회에서는 예배에 참석하지 못하는 신도들의 사진을 의자에 놓고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렸고, 백석대학교회는 교내 운동장에서 차에 앉아서 라디오 주파수를 맞춰 소리를 들으며 예배를 드렸습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도 신자참여없이 주교단과 사제단 몇 명과 함께 예배를 드렸습니다.

 

2. 느슨해진 사회적 거리두기

정세균 국무총리는 12오늘같이 좋은 날, 한데 모여 부활의 기쁨을 나누어야 마땅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그렇지 못한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며 거룩한 부활주일이지만 집합 예배는 자제해 주시고 온라인 예배로 예수 그리스도와 충만한 일치의 시간을 갖기를 당부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기독교 최대 축일인 부활절을 맞아 서울에서만 2100곳의 교회가 현장 예배를 벌이는 등 대략 전체 교회의 3분의 1이 현장예배를 드린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소망교회 등 대형 교회는 온라인 예배를 드렸지만 작은 교회는 자체 방역 뒤 현장예배를 드렸습니다.  대형교회중에는 새문안 교회가  평소보다 4분의 1로 참석자를 줄인뒤 2미터 간격으로 줄을 지어 앉아 예배를 드렸습니다.

방역지침을 따르지 않아 집회가 금지된 일부 교회도 이날 현장 예배를 열려고 해 방역당국과 충돌했습니다. 전광훈 목사가 있는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엔 이날 교인 1200여명이 모인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예배당에 들어가려 했으나 교회측에 제지당한 서울시는 교인들을 추가 고발한다는 방침입니다. 집회가 금지된 경기도 용인의 글로리아 교회도 현장 예배를 강행해 공무원 및 경찰과 충돌을 빚었으며 목사와 신도 10여명이 고발됐습니다.

 

3. 새로운 일상의 시작

많은 전문가와 언론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류의 역사를 바꿔놓을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인류의 역사는 코로나 이전과 코로나 이후로 나뉠 거란 겁니다. 2020년은 AC (After Corona) 1년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과거와는 다른 뉴 노멀(New Normal), 새로운 일상이 필요하게 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부활절 축사를 보냈습니다. 문 대통령은 "많은 분들이 '코로나19' 이후 세계가 문명사적 전환점 앞에 서게 될 것으로 예측한다, 우리는 의료와 방역, 경제와 산업, 외교와 문화를 비롯한 전 분야에서 확연히 다른 세상과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새로운 삶을 준비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도 이날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이전의 세상, 완전한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은 어렵다는 말씀을 방역당국도 드리고 많은 전문가들이 드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로 시작된 신종 감염병 위기가 백신이 개발되거나 효과적인 치료제가 개발되는 등 대책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통제가 어렵고 굉장히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오는 19일까지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고 있고, 돌아오는 주말쯤 '생활방역'으로의 전환 여부를 발표할 계획입니다. 생활방역은 일상·경제생활과 방역을 조화시킨 코로나19 대응 체계를 말합니다. '일상으로의 복귀'가 아닌 '새로운 일상'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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