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균제 인체주입" 트럼프, 사이비 현혹 가능성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20.04.27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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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 정례브리핑에서 햇빛에 의해 코로나19가 파괴된다는 연구에 덧붙여 "우리 몸에 엄청난 양의 자외선이나 아주 강력한 빛을 쪼이면 어떻게 되는지 한번 실험해보라"고 말했습니다. 살균제인 이소프로필알코올이 코로나19를 죽이는데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에 대해선 "살균제가 바이러스를 1분 안에 나가 떨어지게 할 수 있다""우리가 주사로 살균제를 몸 안에 집어넣거나 소독하는 방법은 없겠는가? 폐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지 확인해보면 흥미로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의 이 황당한 발언에 대한 비난이 쇄도하자, 트럼프는 25일에는 준비된 원고만 읽고 브리핑을 끝냈고 26일엔 아예 브리핑을 건너 뛰었습니다. '살균제 주입? 트럼프 황당 발언 후폭풍'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세계최고란 신기루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소위 선진국이라 불렸던 국가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은 세계 최강국이란 말이 무색하게 국가 시스템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27일 현재 전세계 코로나 확진자는 295만명으로 300만명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이중 미국이 전체 3분의 198만명을 기록중입니다. 미국의 사망자는 55000명을 넘어섰습니다.

미국이 이렇게 처참한 상황이 된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늑장 대응과 전문가 불신, 비과학적 사고는 사태를 키우는데 일조했습니다. 트럼프는 그간 소신있는 발언과 정부 비판 발언으로 스타가 된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소장을 해고하겠다는 트윗을 본인 트위터에 리트윗하는 등, 전문가의 직언을 불신하는 태도를 보여왔습니다영국 가디언은 트럼프가 살균제 인체주입을 언급하기 며칠전 '제네시스Ⅱ' 라는 사이비종교 단체로부터 "표백제는 놀라운 해독제이며 체내 코로나19까지 죽일 수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받았다고 보도해 트럼프가 사이비에 경도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습니다. 

미국 국민들 역시 리더십 붕괴에 우왕좌왕하고 있습니다. 지난 24일 미국 보건당국에는 살균제를 잘못 먹었다, 먹어도 되느냐 등 전화 문의가 빗발쳤습니다. 뉴욕시 독극물센터는 이날 오후 3시까지 18시간 동안 살균제 관련 사고 30건이 접수됐고. 메릴랜드주 위기관리팀 핫라인으로는 관련 전화가 100통 넘게 걸려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19일 '게임 체임저'라고 언급한 클로로퀸 및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언급한 당일 저녁에 소매 약국에서 해당 약의 처방이 평일 평균보다 무려 46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급기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환경보호청(EPA)은 살균제를 인체에 사용하거나 삼키면 안 된다는 경고문을 발표했습니다. 살균제 리졸과 데톨을 생산하는 영국 레킷벤키저사는 "어떠한 경우에도 살균 제품이 인체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2. 끝까지 언론 탓

살균제 인체주입 발언 이후 트럼프에 대한 정치권과 언론의 비난 발언이 쇄도했습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미 공영라디오 NPR과 인터뷰에서“TV에 돌팔이 약장수가 나온 것 같다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조 바이든 등 정치인들은 트위터에 절대로 살균제를 마시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CNN트럼프, 위험한 코로나바이러스 치료법을 퍼트리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여기 와서 도널드 트럼프의 서부 개척시대식 떠돌이 약장수 쇼를 보라고 적었습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가짜 언론을 향한 비꼰 발언이었다며 해명에 나섰습니다. 예산법안 서명식에서 살균제 발언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트럼프는 나는 당신 같은 기자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비꼬는 투로 질문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도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민이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와 관련해 의사들과 상담해야 한다는 점을 계속해서 언급해왔다. 무책임하게 전후 맥락을 무시하고 부정적인 헤드라인을 내보내는 미디어들이 알아서 하시라고 언론 탓을 했습니다.

트럼프는 브리핑이 열릴 시간대에 올린 트윗에서 "주류 언론이 적대적 질문만 하고 진실과 사실을 정확히 보도하길 거부한다면 백악관 기자회견을 하는 목적이 무엇이 있겠는가"라며 "그들(언론)은 기록적 시청률을 올리지만, 국민은 가짜뉴스만 얻는다. 그렇게 시간과 노력을 들일 가치가 없다. 주류 언론은 부패했고 신물이 난다"고 적었습니다.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 CNN이나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를 가짜뉴스라고 공격해왔던 트럼프의 본색이 다시 한번 드러났습니다. 

 

3. 우울한 트럼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는 지금 심각한 고립감을 느끼고 있다고 합니다. 친구와 골프치고 열성 지지자와 집회에서 만나는 것을 즐겨했던 트럼프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집에만 있어야 하니 상당히 외로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주로 하는 일은 언론을 보며 분석을 하는 겁니다. 그런데 CNN, 뉴욕타임스 등 비판언론은 물론 최근엔 폭스뉴스마저 자신을 비판하는 모습을 보며 상당히 분노했다고 합니다.

이 상황에서 코로나19 브리핑은 주목받기 좋아하는 트럼프의 활력소였습니다. 과학자가 아님에도 매일 코로나19 브리핑에 참석한 것은 선거운동 차원이기도 했지만 무료한 일상의 탈출구이기도 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번에 살균제 인체주입 발언 사고를 치면서 브리핑마저 못하게 됐습니다.

공화당에서는 올 연말에 열릴 대선 및 상원선거에서 모두 패배할 것이란 공포가 엄습해 있다고 합니다. 경합주, 소위 스윙스테이트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플로리다 주에서 4~8%p로 바이든에 뒤지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왔습니다. 바이든 캠프는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실패를 연일 강조하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말실수가 침체된 경제와 함께 재선의 최대 걸림돌이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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