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통합당 참패원인...결론은 '돌고돌아 김종인'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20.05.21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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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에서 대패한 미래통합당이 연일 토론회를 열어 패배 원인을 진단하고 당의 나아갈 길을 찾고 있습니다. 지난 15일에는 유의동 오신환 의원 공동 주최로 <21대 총선을 말하다! 길 잃은 보수정치.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18일에는 당 미디어특별위원회가 <총선평가 및 미디어 환경 분석> 세미나를 개최했고, 어제는 심재철 전 원내대표 주최로 <미래통합당 총선 패배 원인과 대책> 긴급 정책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통합당은 정말 환골탈태할 수 있을까요. 잇따라 열리는 미래통합당 토론회,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무성한 말의 성찬

지난 15일 토론회에 참석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뇌 없는 통합당이라며 쓴소리를 냈습니다. 18일 열린 세미나에서 김웅 당선인은 "과거 보수당은 엘리트고 일은 잘한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지금은 아니다. 10~15년 뒤처져 있다. 보수정당을 지지한다고 하면 친구에게 창피하다는 말을 듣는다고 말했습니다. 장경상 국가경영연구원 사무국장은 통합당은 막말·꼰대·꼴통·낡음·적폐·호통·수구·극우·친일 등 20~40세대와 중도층, 여성과 호남 유권자에게 '구리다'는 이미지를 줬다고 분석했습니다.

20일 토론회에서 여의도연구원 이종인 수석연구위원은 공천관리위원회 구성 잡음과 공천 파동, 코로나19를 패인으로 꼽았지만 막말은 심하지 않았다고 평가했습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시대정신과 전략부재, 막말을 참패 원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김소연 전 후보는 후보들을 각개전투하도록 내보내고 공천을 마지막까지 혼란스럽게 했던 지도부만 반성하면 된다고 당지도부를 비판했습니다. 무수하게 많은 비판과 진단이 나왔는데, 각자 하고 싶은 말들을 쏟아낸 것으로 보입니다.

 

2. 원인은 있는데 해법이 없다

당이 변화하려면 원인 진단과 더불어 해법이 명확해야 합니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이 무수한 비판은 나왔지만 정작 무엇을 바꿔야되는지에 대한 해법은 별로 없었습니다. 비유를 하자면, 전 과목이 모두 약하다고 진단이 나오니, 해법으로 과외를 할지, 학원을 갈지, EBS 강의시간을 늘릴지 전혀 갈피를 못잡는 상황입니다.

진중권 전 교수는 Δ싱크탱크의 재구성 Δ사회과학적 인식 무장 Δ현대성과 윤리성의 회복 Δ실용주의 Δ민주당보다 더 나은 정책 제시 Δ비난이 아닌 비판 등을 제시했습니다. 이윤정 전 여의도연구원 퓨처포럼 공동대표는 당에서 반말하지 않기를 제안했습니다. 장경상 사무국장은 보수정당만의 상징적인 의제를 만들기 위한 우파전략그룹 구성을 제안했습니다. 이상일 전 의원은 여의도연구원의 정세 분석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위와 같은 전략을 실행한다고 해도 폭망한 미래통합당이 살아날 수 있는지 여부는 미지수입니다. 진단이 인상비평이니 해법도 구체적이지 못합니다. 근본적으로 유권자의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진보 보수 비율도 변하고 있고, 이들이 생각하는 지향점과 가치도 변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분석은 없고, 추상적인 대안들만 남발된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1970년대생과 80년대생을 공략하기 위해 어떤 전략이 필요한지 등 대안이 나와야 하는데, 해법이 매우 추상적입니다. 이는 리더십의 부재 때문입니다.

 

3. 돌고돌아 김종인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어제 3선 이상 중진의원 모임에서 김종인 비대위 임기를 내년 3월말로 제시했다고 합니다. 당초 당에서는 김종인 전 선대위원장에게 내년 2월 설 전까지 비대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제안했고 김 위원장은 3월말까지 역 제안해 주 원내대표가 이를 수락했다는 겁니다. 미래통합당은 22일 당선자 연찬회에서 비대의 문제를 결론 내릴 계획입니다. 통과될 경우 내년 4월 재보궐 공천은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시행하게 됩니다.

문제는 미래통합당이 최대 역량을 뽑을 수 있는 방안이 1940년생, 올해 나이 여든살 김종인의 비대위라는 점입니다. 당 스스로는 언급된 개혁을 시행할 리더십도 능력도 없다는 걸 자인하는 겁니다. 김종인 위원장이 진보와 보수에서 모두 성공을 한 사례가 있긴 하지만, 그때는 당내에 문재인과 박근혜라는 강력한 대선후보가 있었고 선거를 앞두고 반짝 리뉴얼을 통해 혁신의 냄새를 풍기는 전략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큰 선거가 없고, 당내 리더십을 갖춘 인물도 없습니다. ‘40대 경제통 젊은 보수를 띄워서 당 이미지를 혁신하겠다는 복안인데, 당내 인적청산을 할 수 있는 공천권도 없는 상황입니다.

미래통합당의 문제는 현재 당원들 상당수가 태극기부대에 가까운 강경보수라는 점입니다. 황교안 대표체제를 거치면서 당의 우향후가 가속화되고, 태극기부대와 보수유튜버에 의존하면서 심화된 현상입니다. 김종인 비대위가 젊은 보수당원을 대거 충원해 당내 인적구성까지 바꿀 역량이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나이가 반드시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가장 올드한 사람에게 맡긴 당의 쇄신, 대안이 돌고돌아 김종인이라는 것이 미래통합당의 아이러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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