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코로나19 지원금'을 일부에게만 지급했다

  • 기자명 황장석
  • 기사승인 2020.05.29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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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석의 미국체크] 1인당 1200달러 지원금 기준과 지급대상에서 제외된 사람들

지난 415, 우리 가족은 미국 정부로부터 선물을 받았다. 가깝게 지내고 싶지 않지만 멀리 했다간 경을 치는 미국 국세청(IRS)이 우리 통장에 3000달러 가까운 돈을 입금했다. 코로나19 때문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미국인들에게 주는 현금이었다.

 

미국 국세청이 코로나19 지원금을 입금한 뒤 보내온 편지. 국세청이 발급하는 입금확인 문서지만 내용을 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보내는 백악관 서신이어서 대통령선거 운동을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사진=황장석
미국 국세청이 코로나19 지원금을 입금한 뒤 보내온 편지. 국세청이 발급하는 입금확인 문서지만 내용을 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보내는 백악관 서신이어서 대통령선거 운동을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편지 하단에 트럼프 대통령 서명이 눈에 들어온다. 사진=황장석
미국 국세청이 코로나19 지원금을 입금한 뒤 보내온 편지. 국세청이 발급하는 입금확인 문서지만 내용을 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보내는 백악관 서신이어서 대통령선거 운동을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사진=황장석
미국 국세청이 보내온 편지 겉봉투. 사진=황장석

 

이날을 기점으로 연방정부에서 1인당 최대 1200달러, 일종의 긴급재난지원금(공식명칭은 Economic Impact Payment)을 본격적으로 지급하기 시작했다. 무려 22000억달러(대략 2700조원) 규모의 코로나19 관련 경제지원법(CARES Act) 예산 중에서 2930억달러가 바로 이 긴급재난지원금에 할당됐다. 코로나19 때문에 회사가 타격을 입고, 상점이 문을 닫고, 종업원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임금이 줄어들면서 경제가 휘청이는 상황에서 1인당 최대 1200달러의 현금을 나눠주는 정책이었다.

이와 관련해 최근 국회입법조사처가 흥미로운 보고서를 냈다. '미국의 코로나 19 위기에 대응한 CARES Act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이란 제목의 외국입법 동향과 분석 보고서다. 보고서에는 소득기준에 따라 성인에 대해선 1인당 최대 1200달러, 17세 미만의 아동에겐 1인당 500달러의 현금을 지급한다고 돼 있다. 미국이 코로나 19 경제위기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전체적인 내용을 소개하고 시사점을 제공하는 보고서. 분량이 길지 않아 상세한 내용을 담긴 어려웠겠지만 조금 아쉬운 대목이 있었다. 얼핏 봐서 미국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준 것처럼 읽힐 여지가 있었기 때문.

 

모두에게 주진 않았다

이번 지원금은 성인 모두에게 준 것도 아니었고, 어린 자녀가 있다고 모든 가정에 준 것도 아니었다. 미국 정부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협상으로 만들어진 법이 정한 기준에 따라 돈을 지급했다.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거의 보름만에 만든 이 법에 따라 돈 받는 사람과 못 받는 사람이 나뉘어졌다. 누가 받고 누가 받지 못했을까.

법은 크게 네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면 지급 대상이 된다고 규정했다. 네가지 기준 중에서 어느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엔 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됐다.

① 시민권자나 영주권자를 포함한 거주 외국인(resident alien, H1B와 같은 합법적인 취업비자를 받아서 일하는 외국인 등)이어야 한다

② 유효한 사회보장번호(Social Security Number)가 있어야 한다.

③부모, 자녀 등의 세금보고에 부양자(dependent)로 올라가는 경우가 아니어야 한다.

④ 연소득이 일정 기준 이하여야 한다.

 

1인 기준 75000달러, 부부 합산 15만달러

미국인들이 처음에 가장 궁금했던 건 연소득 얼마까지 지원금을 주느냐는 것이었다. 일단 연소득은 세금보고를 기준으로 했다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원래 이 지원금은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2020년에 경제적으로 힘들어진 사람들에게 현금을 주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2020년은 달랑 몇 개월 지나지 않은 상황이라 2020년 연소득을 기준으로 할 수는 없는 노릇. 게다가 2020년도 세금보고는 2021년에 한다.

그래서 지난 세금보고를 기준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법을 만들었다. 2019년도 세금보고 기록, 아직 2019년도 세금보고를 안 한 상태라면 2018년도 세금보고 기록을 근거로 돈을 지급하도록 한 것이다. 세금보고를 해야 하는 사람이 2019년도, 2018년도 세금보고 둘 다 하지 않았다면 세금보고를 할 때까지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소득이 낮아서 세금보고 의무가 없는 경우는 세금보고 없이 지원금을 받았다). 연소득은 연간 조정총소득(AGI, 총소득에서 일정 세금공제 금액을 뺀 소득)을 기준으로 하는데, 이 글에선 편의상 '연소득(AGI) 또는 연소득' 형태로 사용한다.

1인 가구 세금보고인 경우 연소득(AGI) 75000달러 이하면 최대 금액인 1200달러를 지급했다. 연소득이 그보다 많은 경우엔 최대금액인 1200달러에서 추가 소득 100달러 당 5달러를 차감하는 방식으로 계산했다. 예를 들어 76000달러였다면, 추가 소득이 1000달러이기 때문에 최대금액인 1200달러에서 50달러를 뺀 1150달러를 지급하는 식이었다. 이렇게 계산하면 연소득이 99000달러가 되는 순간 최대금액 1200달러에서 한 푼도 남지 않게 된다.

부부가 함께 세금보고를 하는 경우 연소득이 15만달러 이하면 최대 금액인 2400달러(1200달러+1200달러)를 받았다. 그보다 더 버는 경우엔 역시 추가 소득 100달러 당 5달러를 차감하는 방식. 198000달러가 되면 한 푼도 받지 못했다.

17세 미만 자녀가 있는 경우엔 500달러를 추가로 줬다. 부부의 연소득이 15만달러인데 17세 미만 자녀가 1명이 있다면, 2400달러+500달러, 2900달러를 지급했다. 차감하는 방식은 마찬가지. 부부와 17세 미만 자녀가 있는 경우 최대금액은 2900달러. 하지만 부부의 연소득이 15만달러를 넘을 경우엔 최대금액 2900달러를 다 받을 수 없고 100달러당 5달러씩 차감됐다. 예컨대 16만달러였다고 한다면 추가 소득이 1만달러이기 때문에 최대금액 2900달러에서 500달러를 뺀 2400달러만 지급하는 식이었다.

500달러를 지급하는 17세 미만 부양자녀의 경우, 나이 측정은 세금보고연도 마지막 날이 기준이었다. 2019년도 세금보고인 경우 2019년 12월 31일 기준으로 17세 미만, 2018년 세금보고인 경우 2018년 12월 31일 기준으로 17세 미만이다. 후다닥 급하게 만든 법이라 여기저기 엉성한 부분이 많았다 .

 

소득, 체류 상태와 무관하게 제외된 사람들

미국 국세청에 따르면 지원금을 지급해야 하는 건수는 15000만건이 넘는다. 1명이 받는 경우도 있고, 부부가 받기도 하고, 자녀와 함께 받기도 하기 때문에 실제 수혜 대상 인원은 15000만 명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지원금에서 연소득이 높아서 받지 못한 사람들도 있지만 소득이나 체류 신분과 관련 없이 제외된 사람들도 있었다.

일단 대부분의 대학생은 제외됐다. 대부분 부모의 세금보고에 부양자(dependent)로 올라가는 경우라 법에 따라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경제적으로 아직 독립하지 못해서 생활비와 학비를 지원 받는다는 점을 감안해도 이들에겐 17세 미만 부양자녀에게 주는 500달러 지원금도 없었다. 17세 이상의 부양자에겐 혜택을 주지 않은 것이다.

나이 많은 부모들 중에서 자녀의 세금보고에 부양자로 올라간 경우에도 지원금을 받지 못했다. 자녀와 따로 사는 경우에도 부양자로 올라가면 혜택이 없었다(세금보고를 할 때 부양자가 많으면 그만큼 혜택을 받는데, 이 때문에 자녀들이 나이 든 부모를 부양자로 올리기도 한다). 결국 부양자 중에서 혜택을 받은 대상은 부모에게 500달러를 추가로 지급한 17세 미만 자녀가 유일했다.

사회보장번호가 없는 사람들에게도 지급하지 않았는데, 가장 억울한 사람들은 부부가 함께 세금보고를 했지만 한 명만 사회보장번호가 있는 경우였다. 이 경우엔 두 사람 모두에게 한 푼도 지급하지 않았다. 단 하나, 부부 중 한 명이 세금보고연도에 미국 군인이었던 경우엔 둘 중 한 명만 사회보장번호가 있어도 부부 모두에게 지원금을 지급했다. 사회보장번호는 없지만 ITIN(사회보장번호가 없는 사람이 세금보고 목적으로 국세청에서 부여 받은 번호)을 이용해 세금보고를 해온 사람들에겐 혜택이 없었다.

유학생들도 대부분 대상이 아니었다. 유학생의 경우 법에 따라 대부분 유학 6년차가 돼야 거주 외국인(resident alien)이 되며, 그 전까진 미국에 살아도 비거주 외국인(nonresident alien)으로 분류된다. 거주 외국인은 세법상 미국 시민과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갖는다는 의미에서 세법상 미국인으로 볼 수 있다(순전히 세법상으로만 미국인 취급을 받기 때문에 이민법과는 무관하다).

 

제외된 사람들을 구제하라: 21200달러 법안의 등장

5월말 현재 미국 국세청은 여전히 1200달러 현금을 지급하고 있는 중이다. 이번 지원금 대상이면서 은행계좌가 없는 사람들에게 수표를 보내거나 선불 현금카드를 보내는 중이다. 아직 1000만건 정도 더 보내야 한다.

국세청이 여전히 1200달러 현금을 보내는 상황에서 21200달러 지원 법안이 새롭게 등장한 건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역대 최악의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4월 실업률은 14.7%였다. 2017년 이후 지난 3월까지 3~4%대였던 실업률이다.

민주당이 다수인 연방하원은 지난 15HEROES Act라는 이름의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 경제위기 지원 법안을 통과시켰다. 추정 예산은 3조달러 규모. 하원에서 민주당 주도로 통과시켰다고 하지만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을 거치고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까지 받아야 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법안 수정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강력히 원하지만 공화당 지도부와 트럼프 대통령은 결사반대하는 우편투표 전면실시 같은 내용도 담겨 있다. 게다가 공화당은 22000억달러 규모의 경제지원 패키지가 현재 시행되고 있으니 좀 더 상황을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협상을 거쳐 법이 통과되더라도 6월 말 또는 7월 초는 돼야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상황.

하여튼 무려 1800페이지에 이르는 법안에는 다양한 내용이 담겼는데, 그 중 실현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것 중 하나가 추가 1200달러 지원이다. 3조달러 규모의 예산이 필요한 법안에서 1200달러 현금 지원이 차지하는 부분은 3000, 4000억달러 규모로 예상된다. 11월 대통령선거와 의회선거 등이 치러진다는 점에서 공화당에서도 추가 현금지원을 반대한다는 말은 섣불리 꺼내지 않고 있다.

그런데 민주당이 내놓은 추가 1200달러 지원안에서 달라진 내용이 바로 1차 지원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구제하는 것이다. 1차 때와 마찬가지로 시민권자이거나 영주권자를 포함한 세법상 미국인(resident alien)이어야 하며, 소득기준도 동일하다. 하지만 사회보장번호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조항은 사회보장번호뿐 아니라 세금신고용 번호가 있어도 지급한다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부양자의 경우엔 17세 미만 부양자녀에게만 500달러씩 주던 나이 기준을 없앴다. 대학생 자녀든 나이 많은 부모든 따지지 않고, 세금보고에 부양자로 올라가면 세금보고자에게 1명 당 1200달러를 지급하도록 했다. 다만 부양자는 가구 당 최대 3명까지만 인정하도록 제한했다. 예컨대 20세 대학생, 16세 고등학생 자녀가 있는 부부가 세금보고를 하면서 나이 든 어머니를 부양자로 등록하는 경우를 보자. 부부 몫은 연소득에 따라 최대 2400달러, 부양자 세 명에 대해 한 명 당 1200달러씩 3600달러, 합쳐서 6000달러를 부부에게 지급하는 방식이다.

민주당이 새롭게 내놓은 현금 지원안은 기존 1200불 지원보다 대상을 확대한 것이다. 공화당은 추가 현금지원 자체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진 않다. 백악관에서 지원 대상 확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나오기는 했다.

6월로 예상되는 추가 경제지원법안 논의 과정에서 현금 지원안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지는 실업률을 비롯한 경제 수치에 따라 변화하게 될 걸로 보인다. 6월, 7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민주당이 어떤 법을 내놓게 될지, 모든 건 결국 코로나19 상황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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