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전환, 이것이 팩트다] ③ 재생에너지 비중 세계 최하위권...대한민국 에너지전환의 현실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0.06.10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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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참으로 많은 것을 바꿨다. 우리 인류는 영원히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되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인간활동이 위축되면서 자연환경이 회복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는 비관적 예측에 대항해 인류의 노력 여하에 따라 지구가 살아날 수 있다는 단초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파국적인 기후변화를 최대한 늦추고 인류가 적응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계획이 있다. 바로 에너지전환이다. 기후변화를 초래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이 골자다. 이를 위해 선진국을 중심으로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한 지구적 노력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에 동참해 정부는 2017년 10월 ‘에너지 전환 로드맵’을 확정해 이후 에너지전환 정책을 펼치고 있다. 팩트체크 전문 미디어 뉴스톱은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과 대한민국의 에너지전환에 대해 알아보는 [에너지전환, 이것이 팩트다] 기획을 4회에 걸쳐 준비했다. 

[에너지전환, 이것이 팩트다] 시리즈

 에너지전환 핵심은? 온실가스 감축!! 

② 두산중공업이 탈원전으로 망했다? 7대 논란 팩트체크

재생에너지 비중 세계 최하위권...대한민국 에너지전환 현실

"에너지전환은 대한민국 경제 생존 문제" 전문가 좌담회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 정책 전환’을 에너지 분야 대선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의 ‘에너지전환’은 어디까지 와 있을까? 코로나19 이후 국내외 산업활동이 위축되면서 유독 하늘이 맑아졌다.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이 성공해서일까? 뉴스톱과 함께 짚어보자.

2017년 대통령 선거 당시 문재인 후보가 발표한 에너지분야 공약. 출처: 문재인 후보 페이스북

 

대한민국 에너지전환의 목표 =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인 2017년 4월 에너지 분야 공약인 ‘문재인의 6대 에너지 정책약속’을발표했다. 핵심은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 정책 전환’이다. 탈원전, 탈석탄과 수요예측관리 정책이 골자이다. 신재생에너지 전력생산량을 2030년까지 20%로 늘릴 것을 약속했다.

당선 이후 문 대통령은 2017년 6월19일 고리1호기 폐쇄식에 참석해 “고리 1호기의 가동 영구정지는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대전환입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문 대통령은 “국가 에너지정책의 대전환,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정부와 민간, 산업계와 과학기술계가 함께해야 합니다. 국민들의 에너지 인식도 바뀌어야 합니다. 탈원전, 탈석탄 로드맵과 함께 친환경 에너지정책을 수립하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런 문 대통령의 의지는 4개월 뒤인 2017년 10월 ‘에너지전환(탈원전) 로드맵’ 확정으로 이어졌다. 이전까지 전면에 내걸었던 ‘탈원전’은 괄호 안으로 들어갔다. 건설공사가 중단됐던 신고리 5∙6호기 원전도 공론화를 거친 뒤 공사를 재개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에너지전환 로드맵은 ① 원전과 석탄의 단계적 감축 ② 재생에너지 확대 ③ 지역 산업 보완대책으로 구성된다. 설계수명이 끝나는 노후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고 새로 원전을 짓지 않는 방식으로 원전 발전 비중을 줄여간다는 계획이다. 원전 발전 비중이 줄어든 만큼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채우지 못하는 부분은 LNG(액화석유가스) 발전으로 보충하게 된다. 원전산업계에 대한 보완책도 마련됐다.

2019년 6월에 발표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도 ‘에너지전환’ 정책이 반영됐다. 2019년부터 2040까지 대한민국 에너지 정책에 적용되는 ‘큰 그림’이다. 이 계획은 ‘에너지전환을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과 국민 삶의 질 제고’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 6.5%...더디고 더딘 한국의 에너지전환 

대선 공약과 여러 언급 등을 종합하면 문재인 대통령의 에너지 철학은 분명하다. 문 대통령에겐 원자력 발전은 위험하고 석탄 발전은 더럽다. 위험하고 더러운 에너지 믹스를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 바꾸는 것이 바로 문 대통령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다. 석탄과 원자력을 줄이는 대신 신재생 에너지로  바꾸고 그 공백을 LNG로 메우는 방향이다. 

2017년 6월18일 고리1호기가 영구 정지되면서 당시 국내 가동중인 원전은 모두 24기였다. 신고리 4호기가 2019년 8월29일 상업운전을 시작했고 월성1호기가 2019년 12월24일 영구 정지돼 2020년 6월 현재도 국내 가동중이 원전은 24기이다.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하루 아침에 모든 원전을 세우는 과격한 방식이 아니라는 뜻이다. 정부는 누차 “노후 원전의 수명을 늘리지 않는 방식으로 탈원전을 이루겠다”고 공언했다.

원전과 함께 감축대상으로 지목한 석탄 발전을 살펴보자. 2017년 9월 현재 국내 운영 중인 석탄화력발전소는 모두 61개였다. 2019년 12월 말 기준 국내 운영 중인 화력발전소는 모두 60기이다.

2017, 2019, 2030(계획) 에너지원별 발전량 비중. 출처: 한국전력통계(2020), 그래픽 작성: 뉴스톱
2017, 2019, 2030(계획) 에너지원별 발전량 비중. 출처: 한국전력통계(2020), 그래픽 작성: 뉴스톱

 

에너지원별 발전 비중을 살펴보자. 2017년 에너지원별 발전 비중은 석탄이 43.1%로 가장 많다. 원전 26.8%, LNG 22.2%가 그 다음으로 많고 신재생에너지는 5.6%에 그친다. 8차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0년에는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로 높이고 석탄(36.1%), 원전(23.9%), LNG(18.8%)의 비중을 각각 낮출 계획이다.(산업자원부)

한국전력의 2020년판 전력통계속보를 이용한 우리나라의 2019년 에너지원별 발전 비중은 석탄이 40.4%로 가장 크고, 원자력(25.9%), LNG(25.6%) 순이다. 신재생에너지는 6.5%를 차지했다. 

 

재생에너지 비중 독일 40%, 베트남 38.1%, 중국 25.8%, 일본 18.4%, 미국 10% 등 

에너지전환의 선두주자는 독일이다. 에너지전환이라는 정책의 이름도 독일어 ‘에네르기벤데’ (Energiewende)에서 비롯됐다. 에너지 전환은 본래 1980년대에 기획되었으나, 2000년 녹색 사회 민주당(Social Democrats and Greens)으로 인해 구체적인 정책으로 수립되었고,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메르켈 정책 의제의 우선순위로 자리 잡았다. 새로운 에너지 개념에 대한 구체적인 정치적 목표는 총 에너지 소비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는 것이다. 2020년까지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35%로, 2050년까지 80%로 늘리려는 구체적인 목표가 세워졌다. 

2019년 현재 독일의 전력 믹스를 살펴보자. 재생에너지(괄호 안은 2018년 수치) 40%(35.3%), 갈탄 18.8%(22.8%), 천연가스 15.1%(12.9%), 원자력 12.4%(11.9%), 무연탄 9.4%(13.0%), 석유 및 기타 4.2%(4%). 2020년까지 35%를 달성하겠다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2018년에 초과 달성했다.  

미국의 재생에너지 비중도 10%를 넘었다. 미 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발전믹스는 천연가스(38.4%), 석탄(23.5%), 원자력(19.7%), 재생에너지(17.5%) 순이다. 

그래픽 제작: 뉴스톱
그래픽 제작: 뉴스톱

 

아시아 국가들도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고 있다. 세계적 에너지 기업 BP의 '세계에너지 통계 보고서 2019' (BP Statistical Review of World Energy 2019)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아시아 각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베트남(38.1%), 중국(25.8%) 일본(18.4%) 인도(16.7%) 말레이시아(15.2%) 태국 (14.3%) 인도네시아(11.6%) 등이다. 같은 통계에서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4.2%에 불과하다.

코로나19의 전세계적 확산에도 불구하고 서구사회 다른 나라들보다 피해를 줄여 ‘K방역’이라는 별칭과 함께 국민적 자부심도 높아졌지만 에너지전환 분야에선 여타 아시아 나라들과도 어깨를 견주기 어려울 정도로 재생에너지 비중은 낮은 편이다.

*4회에선 대한민국 에너지전환의 성공을 위한 길을 짚어보는 <④좌담회 – 대한민국 에너지 전환 성공요건>으로 연결됩니다.

 

탈핵경남시민행동 박종권 공동대표가 뉴스톱 기사를 읽고 나서 미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사실과 다르다고 알려왔습니다. 확인 결과 뉴스톱 기사는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의 통계를 가공할 때 재생에너지(Other renewables) 비중만을 계산했습니다. 하지만 세계 각국에서 전통적 수력발전(Conventional hydroelectric)을 재생에너지 비중에 함께 집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따라서 2019년 미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재생에너지와 전통적 수력발전 항목을 합산해 17.5%로 정정합니다.(2020.6.22 14: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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