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서원 징역 18년 확정, 이재용에게 어떻게 작용할까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20.06.1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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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농단의 주역이던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 대해 징역 18년에 벌금 200억원이 확정됐습니다. 파기환송심에 이은 대법원 재상고심 판결에서입니다.  201611월 재판이 시작된 후 37개월, 5번의 재판 끝에 국정농단 핵심 피고인 중 가장 먼저 재판이 끝났습니다.

최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공모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으로부터 딸 정유라씨의 승마지원비 등을 뇌물로 받은 혐의와 대기업들에게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받고 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 명목으로 돈을 받은 혐의를 받았습니다. 1~2심에선 징역 20년을 선고 받았지만, 지난해 8월 대법원은 강요죄의 협박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파기환송을 했고 18년으로 2년이 줄었습니다. 최서원씨는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으로 3년형이 확정된 상태라서 총 21, 2037년까지 복역을 해야 합니다.

최씨는 이날 재판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의 심정은 이번주 월요일에 발간되 '회오기'라 불리는 자서전에서 유추할 수 있습니다. 최씨는 나는 어떤 실세 자리는 차지한 적도 없고, 박 대통령에게 자리를 요구하거나 권력을 나눠 받은 적도 없다. 그런 내가 무슨 권한을 넘겨받아 어떤 일을 했다는 것인가! 국정을 농단했다는 말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라고 말했습니다. 국정농단 최서원, 징역18년 확정,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박근혜에 드리운 암운

최서원씨에 대한 최종 판단이 나오면서 다음 관심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기환송심에 쏠리고 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2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 받았으나 대법원은 공직선거법상 뇌물 사건을 분리해서 선고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뒤 파기 환송했습니다. 파기환송심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사건과 병합돼 진행됐습니다. 지난달 20일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뇌물 혐의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 각각 징역 25년과 징역 10, 35년형을 구형했습니다. 박근혜 파기환송심 선고일은 다음달 10일입니다.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한 취지가 25년형을 받은 박근혜가 무죄라는 것이 아니라 뇌물사건을 분리해서 판결해야 한다는 법리적 이유이기 때문에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받을 가능성은 제로입니다. 게다가 국정농단 핵심 주역인 최서원씨의 혐의 중 강요죄를 제외하고 모두 인정이 됐습니다. 박근혜 재판에서도 대부분 혐의가 인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2심에서 받은 25년형이 그대로 인정되거나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새누리당 공천 개입 사건으로 징역 2년이 확정됐고, 특활비 사건은 2심에서 징역 5, 국정농단은 25년형을 받았습니다. 총 형량이 32년에 이릅니다.

 

2. 이재용-검찰의 예고된 장기전

특검팀은 선고 직후 입장문을 내 “37개월이라는 장기간 수사와 재판을 통해 국정농단의 실체적 진실이 규명되고 처벌이 확정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인 이 부회장 등 뇌물공여자에 대한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대검은 기업인의 승계 작업과 관련된 뇌물 수수 등 중대한 불법이 있었던 사실이 대법원 판결을 통해 확정됐다. 앞으로 진행될 관련 사건들에서도 책임자들이 죄에 상응하는 형을 선고받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특검과 검찰 모두 이재용을 정조준한 겁니다.

최서원씨 형 확정은 예상범위지만 일단 이재용 부회장에게는 불리하게 작용될 겁니다. 뇌물을 받은 사람이 있다면 준 사람이 있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가 이재용이 무죄라는 것이 아니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원과 정유라씨에게 지원한 말 3마리를 모두 뇌물로 판단해서 다시 판단해보라는 것이기 때문에 법리적으로 보면 이재용에게 유리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파기환송심은 지난 214일 예정된 공판준비기일이 한차례 연기된 이후 지금까지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파기환송심 판사가 특검과 이재용 측에 삼성그룹 준법감시위원회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라고 요청했고, 특검팀은 재판부가 이재용에게 면죄부를 주려한다며 재판부 기피신청을 냈습니다. 법원은 기피신청을 안받아들였고 특검은 기피신청 재항고를 한 상태입니다. 지금 상황으로 볼 때, 올해 안에 파기환송심 판결이 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문재인 정부 안에 판결이 날지도 의문입니다

특검의 뇌물공여 혐의과 별개로 검찰이 수사중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불법행위 혐의와 관련 이재용측이 수사심의위원회 개최를 요청한 것이 어제 받아들여졌습니다. 수사심의위는 이달말쯤 열릴 것으로 보입니다. 수사심의위는 이재용측의 길고 긴 시간끌기의 예고편입니다. 검찰과 이재용측의 본격 승부는 이제 시작입니다. 

 

3. 갈길 먼 국정농단 재판들

최서원씨 형이 확정되면서 박근혜 정부 시절 기소된 사람들의 재판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은 대법원이 직권남용죄를 좁게 해석하는 법리와 함께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파기환송심은 아직 첫 기일이 잡히지 않은 상태입니다.

국정농단을 묵인한 혐의로 기소된 우병우 전 수석은 아직 항소심 단계로, 관련자들 중 재판 진행이 가장 더딥니다. 이후 진행된 국정원 관련 수사에서 '불법사찰' 혐의로 추가 기소돼 두 사건을 2심에서 병합해 심리 중이기 때문입니다. 삼성 합병과 관련해 국민연금관리공단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상고심이 진행중입니다.

특검팀 수사에 적극 협조해 유죄판결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최서원씨의 조카인 장시호씨의 경우 삼성그룹을 압박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후원금을 내게 한 혐의로 2심에서 16개월을 받았으나 지난 2월 대법원에서 강요죄 부분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어 이달 17일 첫 공판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전체적인 일정을 감안할 때 문재인 정부 내에 확정판결을 못받는 국정농단 혐의자들이 다수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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