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갈등은 모르쇠, 분담금은 인상' 트럼프 연설의 속내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20.06.15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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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13일 웨스트포인트 미국 육군사관학교 졸업식 축사에서 먼 나라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해결하는 것은 미국 병력의 책무가 아니다. 끝없는 전쟁의 시대를 끝내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우리는 세계의 경찰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미국 우선주의와 신고립주의를 재확인한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나의 행정부는 엄청난 미군 재건에 착수했다. 오랜 기간 예산이 극심하게 삭감되고 군이 끝없는 전쟁으로 인해 완전히 고갈된 끝에, 지구상 가장 막강한 전투력에 2조 달러(2400조원) 넘게 투자했다"고 자화자찬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육사 졸업식에서 축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미국은 세계경찰 아니라는 트럼프,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북한 도발 공개 경고

트럼프 대통령의 13일 발언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확실하게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가 된 듯 하다며 군사행동을 예고한 직후 나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우리의 적들에게 알리겠다. 우리 국민이 위협받는다면 우리는 결코 행동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정한 대상을 지목한 건 아니지만 최근 공개적으로 미국을 자극하는 나라는 북한밖에 없습니다. 사실상 북한에 대한 경고라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2주년을 맞아 리선권 북한 외무상은 다시는 아무 대가도 없이 미국 집권자에게 치적 선전 보따리를 던져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북한이 올 가을에 군사적 도발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미국 MSNBC방송은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대선) 캠페인 기간에 그를 벌하기 위해 가을쯤 도발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고 미 공영라디오 NPR북미 관계가 2년 전의 원점으로 돌아갔다북한은 더 많은 도발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2. 책임론 벗어던지기

트럼프의 발언은 북한에 대한 강한 경고로 읽히지만, 역설적으로 미국의 책임에 대해 선을 긋는 발언이기도 합니다. 미국이 세계경찰이 아니라고 말한 것은 대선을 5개월 남겨 놓고 '해외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의도로 해석이 됩니다. 자국이 위협당할 때는 강하게 대응하지만 다른 나라를 향한 도발에는 개입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12일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가 북한의 독재자 김정은과 싱가포르에서 만난 지 2년이 지난 지금, 미국과 우리의 동맹은 덜 안전하고 김정은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비판했습니다. 북한의 도발이 미국 대선에서 정치쟁점화될 가능성은 매우 높습니다. 트럼프는 남북관계가 악화되는 것에 대한 책임론에서 한발 빼고,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핵실험 등 자국에 위협이 되는 북의 도발에 대해서만 대응하겠다는 전략입니다. 다만 이게 얼마나 효율적으로 미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3. 분담금 인상 끊임없는 압박

지난 5일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이 9월까지 주독미군 9000명을 감축하라고 국방부에 지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어서 지난 11일 트럼프의 최측근 중 한명인 리처드 그리넬 전 독일주재 미국 대사는 독일 일간 빌트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미국 납세자들은 다른 나라의 안보를 위해 너무 많은 돈을 지불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미군 감축에 대해 오랫동안 많은 논의가 있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리넬이 밝힌 미군 감축 대상 국가로는 독일을 비롯해 한국, 일본,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이라크입니다. 미국 국방부는 아직 공식 감축 지시를 받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이 주둔하는 해외 국가에게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내라는 압박을 지속적으로 가하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올린 뒤 이를 가지고 일본 및 독일과 협상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이 완강하게 나오면서 첫 단추부터 틀어진 상태입니다. 미 대선까지 남은 5개월안에 성과를 내려면 강한 압박이 필요합니다결국 트럼프가 미국이 세계경찰이 아니라고 한 것은 해외 미군 감축을 시사한 것의 연장선이고 방위비 분담금을 더 받아내려는 언론플레이입니다. 미국 의회는 지난해 말 국방수권법을 개정해 주한미군을 28500명 이하로 줄일 수 없도록 법으로 명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추후 트럼프에게서 주한미군 감축을 시사하는 발언이 나오더라도 놀랍지는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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