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이 코로나19 방치? 보수진영의 무분별한 검찰 고발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20.06.18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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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코로나19 방역 직무유기로 고발을 당했습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보수시민단체 자유연대 회원인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이 코로나19 방역을 소홀히 했다며 박원순 서울시장을 5월 중순에 고발한 사건을 수사중이라고 17일 밝혔습니다. 고발인측은 박 시장이 범국민투쟁운동본부 등 광화문 보수집회는 단속하면서 이태원 클럽을 포함해 유흥업소 영업을 방치해 코로나19가 확산됐다고 주장했습니다. 고발인은 조사를 받았으며 박시장은 아직 조사를 받지 않은 상태입니다. 코로나19 직무유기로 고발당한 박원순시장,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K방역과 박원순의 딜레마

지난 15일 서울시는 룸살롱 등 일반 유흥시설에 대한 집합금지 명령을 해제했습니다. 다만 이태원 클럽 같은 무도 유흥시설에 대한 집합금지명령은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그리고 그날밤 서울 역삼동 가라오케 직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여론이 들끓었고 서울시와 박원순 시장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최근 코로나19와 방역과 관련, 박 시장의 판단력을 비난하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박 시장의 문제라기보다는 근본적으로 방역과 경제를 모두 잡겠다는 ‘K방역의 딜레마로 봐야 합니다. 

룸싸롱, 가라오케 등 유흥주점에서는 공식적으로 확진자 발생이 확인된 적이 없습니다. 지난 15일 확진판정 받은 가라오케 직원은 건강식품 판매업체 리치웨이를 통해 감염된 n차 감염자로 분류되었습니다. 가라오케에서 감염된 것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4월에 확진판정을 받은 강남 룸살롱 종업원의 경우도 업소 밖에서 아이돌 출신 연예인을 만났다 감염된 것입니다. 게다가 업소를 방문한 손님과 직원은 모두 음성판정을 받았습니다.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는 6월 3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의 3차례 집합금지명령으로 모든 유흥주점 업주들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영업을 못하니까 임대료를 못내 건물주로부터 강제퇴거 요구를 받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며 서울시를 강하게 규탄했습니다. 서울시는 322일부터 45일까지 2주간 1차로, 48일부터 19일까지 12일간 2차로, 그리고 59일부터 무기한으로 유흥주점에 한해 3차집합금지 명령을 내렸습니다. 서울시의 강력한 조치 배경에는 지금 시국에 먹고사는 문제가 아닌 유흥업소 같은 것을 용인해줘도 되냐는, 여론의 영향도 있었습니다. 문제는 손님에겐 유흥이지만 점주와 종업원에겐 생계이자 생존의 문제라는 겁니다. 

이미 사회적 거리두기는 끝난 상황이고 일반 술집에서는 이미 다닥다닥 붙어서 술을 마시고 있는데 유흥업소만 영업금지를 시키는 상황에 대한 불만, 그리고 생계 위협의을 호소하는 업주들의 절박함을 이해못할 바는 아닙니다. 서울시에서도 이런 점을 감안해 영업금지를 해제한 것입니다. 이는 근본적으로 서울시나 박원순 시장의 문제라기 보다는 방역과 경제를 모두 잡겠다는 K방역의 한계 내지는 딜레마로 봐야합니다. 고발인은 이태원 클럽의 영업을 박 시장이 허가해줘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졌다고 주장하는데, 당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제한 것은 중앙정부입니다. 그 상황에서 왜 유흥업소를 금지 안했냐고 지자체장에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 고발이 정치적 배경하게 이뤄졌다고 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문제는 최근 수도권의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는 것입니다. 정부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의 복귀를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 왔습니다. 첨단 기술과 확진자 동선 추적을 골자로 한 K방역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없애는 것도 아니고 바이러스 전파를 차단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비교적 이른 시기에 동선을 파악해 감염재생산지수를 낮추는 정도의 효과입니다. 경제와 방역을 모두 잡겠다는 정부의 방침, 거칠게 말하면 어정쩡한 스탠스가 자칫하면 두가지 모두를 잃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2. 진격의 고발전문 보수단체

최근 보수진영의 검찰 고발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박원순 시장에 대한 고발 역시 자유연대라는 시민단체 회원이 주도한 것입니다. 왜 보수단체 광화문 집회는 금지하면서 다른 건 다 풀어주냐는 항변을 검찰 고발로 풀어낸 것입니다. 이런 트렌드를 주도하는 것이 '법치주의 바로세우기 행동연대', 일명 법세련이라는 보수시민단체입니다.

사법사법 존치를 위한 고시생모임 (일명 고시생모임) 대표인 이모씨가 법세련 대표도 맡고 있어, 사실상 하나의 단체가 아니냐는 의문을 받고 있습니다. 법세련과 고시생모임은 진보쪽 정치인이나 단체를 고발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기자들 사이에선 '또 법세련이야' 할 정도로 익숙한 이름입니다지난해는 전교조 불법을 방치했다며 유은혜 장관을 직무유기로 고발했고, 조국 장관이 압수수색팀 검사와 통화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조 장관을 고발했습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광훈 목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고발 당했고, 고려대 총장은 조국 딸 부정입학 의혹 관련 직무유기로 고발당했습니다. 법세련은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와 황희석 최고위원을 채널A기자 업무방해혐의로 고발했습니다. 황 위원은 근거없는 맹탕고발에 대해 본때를 보여주겠다며 벼르기도 했습니다.

보수시민단체의 고발이 증가한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검찰이 우리 편'이라는 보수진영의 인식 때문입니다. 정부여당이 강하게 검찰개혁을 추진하면서 정부와 검찰의 대립각이 세워지면서 보수진영에선 검찰에 대해 우호적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야권 대선후보에 손꼽히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두 번째는 검찰 고발이 여론을 환기시키는데 실제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검찰 고발하면서 보도자료 내고, 수사를 착수하면 공정한 수사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수사를 안하면 빨리 수사하라고 시위를 여는 방식입니다. 검찰 입장에서도 고발이 들어오면 검토를 안할 수가 없습니다. 조사가 시작되면 피고발인 입장에서도 검찰 조사를 받는 일이 여간 귀찮은 게 아닙니다.  일부 보수단체의 고발 배경엔 박근혜 대통령이 억울하게 특검에 의해 당했으니 너희도 한 번 당해봐라란 심정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권력자나 정치인에 대한 검찰 고발은 과거 진보 시민단체가 자주 쓰던 방식입니다나경원 의원 입시비리 의혹에 대해 진보쪽 시민단체가 10차례 넘는 검찰 고발을 진행했던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진보가 집권한 뒤 보수진영에서 이를 벤치마킹한 것입니다.  문제는 이런 고발 남발이 '정치의 사법화' '고발의 정치화'를 불러 검찰의 힘을 키워주는 꼴이 된다는 겁니다. 박시장에 대한 고발도 내용을 보면 전혀 고발할 일이 아닙니다. 정치인 박원순을 괴롭히겠다는 의도가 엿보이는 고발입니다.

 

3. 박원순의 광폭 대선행보

박원순 시장 뿐 아니라 이재명 경기지사 등 진보진영 인사에 대한 고소고발이 증가한 배경에는 진보진영 유력 대선후보에 대한 견제가 있습니다.  최근 박 시장의 광폭 대선 행보가 눈에 띄고 있습니다. 박 시장은 최근 전국민 기본소득 담론에 맞서 전국민 고용보험 아젠다를 꺼내 들었습니다. 대선에서의 기선제압용이란 평가가 중론입니다. 얼마전엔 대선출마를 위해 서울시장 중도하차 시나리오를 서울시가 준비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서울시는 최근 경영난을 겪고 있는 대한항공이 매물로 내놓은 경복궁 인근의 송현동 부지를 공원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서울시민 입장에서는 도심 한가운데 공원이 생겨서 좋지만 대한항공과 직원들 입장에서는 제 값을 받지 못하고 서울시에 헐값 매각을 해 금전적 피해를 입게 된다는 생각입니다. 대한항공 노조가 '박 시장 갑질 횡포 규탄 집회'를 여는 등 갈등이 빚어지는 이유입니다. 송현동 부지 공원화 역시 박 시장이 대선을 의식해 시민들 점수를 따기 위해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박 시장이 대선 광폭행보를 보일수록 이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역시 눈에 띌 겁니다. 


*2020년 6월 18일 오후 1시 10분 1차 수정: '법세련'과 관련 있는 단체를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이라고 적었으나, 확인 결과 '사법시험준비생모임'과 '사법시험존치를 위한 고시생모임'은 별개의 단체여서 해당 부분을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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