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보수화, 통합당 좌클릭, 정의당 소수파 '차별금지법 발의의 함의'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20.06.30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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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은 29일 여성, 장애인, 난민, 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차별금지법을 발의했습니다. 의원 발의 정족수 10명을 간신히 채웠습니다. 장혜영 의원을 필두로 정의당 6명에 민주당 권인숙·이동주 의원, 열린민주당 강민정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발의에 참여했습니다. 한편 미래통합당도 차별금지법 발의를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어제 나왔습니다. 통합당 의원들은 차별금지법 발의 관련해서 주호영 원내대표에게 보고를 한 상태라고 합니다. '정의당도 통합당도 발의한다는 차별금지법’,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냉랭해진 정의-민주

정의당은 발의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정의당 6명에 4명을 추가하기까지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정의당은 29일 차별금지법 발의 기자회견에서 176석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의 동참을 호소했습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과거 김대중 대통령께서 국가인권위원회와 여성부를 만들었다. 노무현, 문재인 두 대통령께서 사람 사는 세상’ ‘사람이 먼저인 나라를 꿈꿨다민주화 세력의 자부심을 갖고 있는 민주당이 또 그래서 압도적인 국민의 지지로 슈퍼여당이 된 민주당이, 국민의 88%가 염원하는 차별금지법 법제화에 책임 있게 나서줄 것을 간곡히 호소 드린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당이 이 법안에 대해 관심이 없고 협조가 없었던 것을 반증한 기자회견이었습니다.

정의당의 차별금지법 발의 모습은 냉랭해진 정의당과 민주당과 관계를 잘 설명해줍니다. 20대국회에서는 과반을 넘지 못한 민주당이 선거법개정과 공수처법 통과를 위해 4+1 체제를 통해 정의당과 밀접하게 협력을 했습니다. 하지만 선거법 처리과정에서의 이견으로 앙금이 남았고, 비례위성정당을 만드는 문제에서 대립각을 세우며 완전히 갈라서게 됐습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선거의 필승공식이던 진보 단일화 없이 사실상 180석을 확보하면서 정의당이 더 이상 필요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29일엔 미래통합당이 민주당의 독주를 비난하며 모든 상임위원장을 포기해 1988년 13대 국회 이후 관행이었던 여야 상임위 배분도 끝이 났습니다.  슈퍼여당의 출현에 상한 감정까지, 21대 국회에서 민주당과 정의당의 냉랭함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2. 민주당의 보수화

2001년 국가인권위원회 출범 이후 인권문제를 포괄하는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이 제기됐습니다. 인권위는 2006년 차별금지법 권고안을 만드어 국무총리에게 입법권고했지만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법무부 산하에 차별금지법 특별분과위원회가 설치되었고, 2012년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에도 차별금지법 제정이 포함됐습니다. 박근혜 정부 국정과제에도 차별금지법 제정 추진이 포함되었고 차별금지법 TF를 통해 법안을 만들었습니다. 2012년 민주당은 대선공약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2013년 일부 보수개신교 항의로 민주당이 차별금지법을 철회한 이후 지금까지 깜깜무소식이었습니다. 201620대 국회에선 처음으로 차별금지법이 발의조차 되지 못했습니다. 정의당도 선거법과 검찰개혁법 개정을 위해 민주당과의 공조에 집중했습니다. 그러다가 21대 국회 시작 후 정의당 주도로 차별금지법이 발의가 된 것입니다.

민주당의 보수화는 2012년 대선 패배 이후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대선 패배 이후 집토끼만으론 안된다는 인식하게 민감한 문제는 가급적 건드리지 않는 방향으로 지금까지 왔고, 대표적인 것이 차별금지법입니다. 국회 1당이 된 20대 국회, 그리고 176석이 거대 여당이 된 21대 국회에서도 이런 트렌드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의당이 당 1호법안으로 차별금지법을 추진하는 것도 보수화된 민주당과 차별화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발의 의원 10명 중 심상정 의원을 제외하곤 모두가 비례의원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소수라 하더라도 보수개신교계가 반대하는 민감한 사안에 민주당 의원들이 굳이 이름을 올리지 않겠다는 겁니다. 지난 국회에서 유치원 3법조차 지역구내 유치원장들의 반대 입김에 국회의원들이 휘둘린 것을 감암하면 자연스러운 일로 보입니다. 민주당은 차별금지법 문제는 당론으로 결정하지 않는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이 표결에서 어떤 입장을 보일지 주목됩니다.

 

3. 통합당의 좌클릭

<단독, 민주당이 외면한 차별금지법, 통합당이 발의한다>. 29일 낮에 올라온 조선일보 기사 제목입니다. 전통적으로 미래통합당은 차별금지법에 적대적이거나 반대하는 포지션이었는데 발의를 검토하는 것 만으로도 주목받을만한 일입니다. 물론 성적 지향은 빼고 발의할 계획이라 '반쪽짜리 차별금지법'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통합당은 현존하는 여성 장애인 등 차별을 더는 묵과할 수 없기에 발의한다는 입장입니다.

통합당의 좌클릭은 총선 이후 눈에 띕니다. 지난 10일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미국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태와 관련 모든 차별에 반대한다는 팻말을 들고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시위를 했습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은 진보보다 더 앞선 진취적인 정당이 될 것을 선언했고. 물직절 자유의 극대화를 언급한 뒤 기본소득을 언급했고 전일보육제를 검토하는 등 기존의 선별적 복지와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행보는 선거 참패로 인한 변신의 필요성, 구태 정당 이미지 벗기, 민주당의 보수화로 인해 보수에서 극우정당으로서의 포지셔닝에 대한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습니다. 통합당이 차별금지법을 발의할 경우 정의당과 통합당 안 중에 국회는 어떤 안을 선택할지, 특히 민주당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관심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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