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산후조리는 배려받고 싶은 욕구다?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0.07.06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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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의 차기 대통령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낙연 전 총리가 구설에 올랐다. 한국의 보건의료산업, 특히 산후조리시스템의 우수성을 언급하던 도중 설화에 휘말렸다.

이 전 총리는 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지구촌보건복지포럼 주최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한민국 재도약의 길’ 강연에서 “인생에서 가장 크고 감동적인 변화는 소녀가 엄마로 변하는 순간”이라며 “남자들은 그런 걸 경험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이 먹어도 철이 안 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다음 한류는 산후조리에서 나온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해가 간다”며 “중국 중산층 산모들의 로망 중 하나가 강남에서 산후조리 받는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감동적인 변화의 순간을 배려받으면서 겪고 싶다는 건 지극히 당연한 욕구”라며 “중국의 부자 산모는 서울에 와서 아이를 낳고 2~3주 산후조리를 받고 간다고 한다”고도 했다.

이 발언을 두고 각계 각층에서 비난이 쏟아졌다. 미래통합당, 정의당은 각각 비판 논평을 냈다. 여성들도 남성들도 기혼자도 미혼자도 출산 경험자와 각자의 사정 때문에 아이를 갖지 못하는 사람들도 모두 비판을 쏟아냈다. 뉴스톱은 이 전 총리가 언급한 한국의 산후조리에 관한 부분을 팩트체크했다. 

①산후조리는 "감동적인 변화의 순간을 배려받으면서 겪고 싶다는 욕구"인가?

→ 사실 아님

이 전 총리의 언급은 몇년 전 인터넷을 달궜던 '산후조리 논쟁'을 떠올리게 한다. 여성 혐오를 표출하는 남성 네티즌들은 "한국의 산후조리 문화는 유난스럽다"고 비아냥거렸다. 일부는 “비싼 산후조리원에서 돈 낭비하려는 허영심과 애 낳았다는 핑계로 관심 받으려는 ‘관종’(관심 종자) 성격 때문"이라고 했고 일부는 "산후조리원은 한국에만 있다.", "서양 여자들은 애 낳고 곧장 돌아다닌다.", "서양은 여자 골반이 크고 아기 머리가 작지만 동양은 그 반대라는 주장은 의학적 근거가 없다.” 등등의 비난을 쏟아냈다.

한국계 미국인 프로골퍼 미셸 위 웨스트가 출산 후 열흘 만에 골프 연습을 하고 있다. 출처: 미셸 위 웨스트 인스타그램
한국계 미국인 프로골퍼 미셸 위 웨스트가 출산 후 열흘 만에 골프 연습을 하고 있다. 출처: 미셸 위 웨스트 인스타그램
한국계 미국인 프로골퍼 미셸 위 웨스트가 출산 후 열흘 만에 골프 연습을 하고 있다. 출처: 미셸 위 웨스트 인스타그램
한국계 미국인 프로골퍼 미셸 위 웨스트가 출산 후 열흘 만에 골프 연습을 하고 있다. 출처: 미셸 위 웨스트 인스타그램

 

한국계 미국인인 프로골퍼 미셸 위는 1일 출산 열흘 만에 골프 연습장에서 골프채를 휘두르는 모습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했다. 태어난지 열흘 된 신생아는 연습하는 미셸 위의 옆에 세워 둔 유모차에 누워있었다. 미셸 위의 양친은 모두 한국인이지만 그의 산후조리법(?)은 다수의 한국인 산모와는 다른 모습이다.

강남 차병원은 출산 후 운동 시기에 대해 "자연분만 산모는 스스로 운동을 해도 괜찮을 것 같은 생각이 들 때부터" 시작하라고 권한다. 출산 후 바로 혹은 몇일 이내 가벼운 운동부터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제왕절개 산모의 경우에는 수술 부위에 자극이 가는 운동은 출산 후 6주부터 시작하라고 권한다. 자연분만의 경우라도 출산에 의해 질과 직장이 확장되어 수술한 경우는 운동전 의학적 상담을 권고하고 있다.

여기에다 특히 "남편과 가족들이 집안 일과 육아를 분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 산모들이 두려워하는 산후풍과 관련이 있는 부분이다. 산후풍은 산모가 출산 후 겪는 다양한 질환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출산 과정에서 정신적·육체적으로 충격을 받은 산모의 몸이 원 상태로 회복하는 과정이 적절히 진행되지 않을 경우에 다양한 질병으로 이어진다.

산후조리는 "배려받고 싶은 당연한 욕구"라고 하기보다는 출산과정에서 충격을 받은 산모에게 몸과 마음을 잘 추스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일상을 조속히 회복하도록 돕는 시스템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②산후조리원은 한국에만 있다?

→ 사실 아님

이 전 총리는 “중국의 부자 산모는 서울에 와서 아이를 낳고 2~3주 산후조리를 받고 간다고 한다”고 언급했다. 중국에는 산후조리원이 없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중국에도 전통적인 산후조리법이 존재한다. 2010년 지식경제부는 해외진출을 주제로 '10대 유망 중소서비스'를 선정하고 이 가운데 하나로 산후조리 서비스를 꼽았다. 이미 한국식 산후조리원도 중국에 다수 진출한 상태다.

일본에도 한국처럼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산후조리원이 존재한다. 대부분은 친정에서 도움을 받는다고 한다. 태국도 전통적인 산후조리법을 바탕으로 가정에 산후조리 도우미를 파견해주는 서비스가 존재한다.

서구권 사람들의 눈에는 한국의 산후조리 문화가 유난하게 보일 수도 있겠다. 미셸 위의 사례처럼 대부분의 서구권 산모들은 출산 직후 운동과 샤워에 대한 거리낌이 없다. 찬 음식 섭취는 물론이다. 한국 산모보다 일상으로 돌아가는 속도가 빠른 게 사실이다. 하지만 서구권의 모성보호제도는 한국보다 잘 정비돼 있다. 산모가 혼자서 집안 일을 떠맡으면서 아이까지 돌보느라 자신의 몸을 챙기지 못하는 상황에 놓일 확률이 낮다는 뜻이다.

북유럽의 복지 강국 스웨덴은 아이를 출산하거나 입양할 경우 총 480일(쌍둥이 660일, 세쌍둥이 840일)의 육 아휴직을 할 수 있다. 이 중 300일은 파트너와 상의하여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지만, 90일은 부부가 각각 반드시 사용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핀란드는 부모가 각각 164일씩 육아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네덜란드는 출산 시 국가에서 산후도우미를 7일 이상 파견한다. 굳이 산후조리원에 가지 않아도 집에서 가족 또는 사회의 보살핌을 받으며 몸과 마음을 회복할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2008년에야 겨우 배우자 출산휴가(3일)가 신설됐고, 2012년 5일(유급 최초 3일)로 확대된 다음 2019년 10월부터 10일로 늘어났다.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자가 최초로 2만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지난해 출생아 수는 30만명을 넘는다.

통계는 말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선 아직도 수많은 산모가 가족과 사회의 도움 없이 육아전쟁을 치러야 한다고 말이다.  인구 감소에 의한 국가 소멸을 염려하고 있는 이 시점에 산모들이 산후조리 걱정 없이 아이를 낳을 수 있게 해주는 정책이 꼭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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