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의 미래는 고건? 본격 시작된 견제구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20.07.02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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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이낙연 전 총리, 이낙연 민주당 의원 이름이 하루종일 언론에 오르락내리락 했습니다. 이 의원은 어제 오전 지구촌 복지포럼 강연 이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상황대로라면 7일쯤 제 거취를 밝히겠다고 말했습니다. 다음주 화요일에 차기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선언한다는 겁니다. 이 의원은 국가적 위기에 책임있게 대처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왔다또 하나는 초유의 거대 여당을 국민 앞에 책임있게 운영하는 일을 외면해선 안 된다. 이 두가지가 기본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이 의원은 지구촌 복지포럼에 참석해 남자는 엄마가 되는 경험을 하지 못해 나이 먹어도 철이 안 든다라고 말한 것이 알려지면서 성차별 발언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이 의원은 어제 밤에 부족함을 통감한다며 사과를 했습니다. 어제 이낙연 의원 관련 기사만 수백개가 쏟아진 것 같습니다. <전대 출마 선언하는 이낙연>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판은 모두 깔렸다

이 의원은 왜 7월 1일에 당권 도전 선언을 했을까요. 지금까지 당권 도전과 관련해 이낙연 의원의 메시지를 훑어보면 답이 나옵니다. 이낙연 의원은 527일 민주당 당선자 워크숍 당시 언론과의 통화에서 결심이 섰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당시 민주당 관계는 현재 출마 선언 시기를 논의중인 것으로 안다. 이르면 내일모레, 조만간 발표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 의원은 당권 도전 공식 선언은 7월이 되어서야 공식화됐습니다. 이유는 7개월짜리 당대표라는 꼬리표, 그리고 이와 관련된 당헌 당규 개정 때문입니다.

630일 민주당은 최고위원회를 열고 당 대표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퇴하더라도 최고위원의 남은 임기를 보장하는 내용의 당헌 개정안을 의결했습니다. 이낙연 의원은 대권 주자는 대선 1년이 안 남은 시점부터는 당권을 맡을 수 없다는 민주당 당헌에 따라 임기가 내년 3월까지로 제한된 상태였습니다. 7개월짜리 당대표의 적정성을 가지고 논란이 있었고 경쟁자들이 이를 집중적으로 파고 들었습니다.

당권과 대권 도전을 모두 가능케 하는 당헌 개정은 불공정 경쟁 소지가 있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다만 당 대표와 임기를 같이 하는 최고의원의 임기를 분리할 경우, 7개월만에 대표에서 사퇴해 당을  송두리째 흔든다는 부담을 약간 덜 수 있게 됩니다. 현재 당규대로라면 이낙연 당 대표가 사토할 경우 최고위원도 모두 중도 사퇴를 해야 합니다. 결국 당 지도부가 이낙연 의원 출마를 위한 판을 깔아줬고 이제서야 공식 출마선언이 나오게 된 겁니다. 당 지도부가 나선 모양새가 되면서 이낙연 대세론은 더욱 힘을 받게 됐습니다.

 

2. 본격화된 견제구

이낙연 의원은 평소 메시지 관리에 공을 들이는 것은 유명합니다. 절제된 언어, 점잖은 대응 등은 총리 시절 트레이드마크였고 현재 인기의 기반이기도 합니다. 총리 시절 대정부질문에 나와 야당의 송곳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상당히 연습을 많이 했다고 알려졌는데요. 거꾸로 얘기하면 순발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1일 실언도 농담을 던지다가 논란이 된 겁니다.

이낙연 의원은 "다음 한류는 산후조리원이 될 것"이라고 말한 뒤 중국의 중산층 산모들이 갖고 있는 로망 중 하나가 서울의 강남에서 산후조리를 받는 것이다. 이것은 '이낙연' 학설인데, 인생에서 가장 크고 감동적인 변화는 소녀가 엄마로 변하는 순간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그 감동적인 변화의 순간에 뭔가 대접받으며 배려받으며 변화를 겪고 싶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욕구다. 남자는 엄마 되는 경험을 하지 못해 나이를 먹어도 철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젠더 문제와 정치적 올바름에 민감한 최근 트렌드를 파악하지 못하고 옛날식 농담을 던진 것입니다.

2002년 유력한 대권 후보였던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5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서울의 한 여고에서 1일 교사로 연단에 섰습니다. 이 총재는 창이 오빠라며 연호하는 학생들을 보며 여러분들을 보니 빠순이 부대가 많은 것 같아요. 나도 지방에 다니면 오빠부대 많아요. 오빠가 아니라 늙빠. 늙은 오빠라고 화답했다가 기사화가 되면서 곤욕을 치렀습니다. '빠순이'란 단어의 정확한 뜻을 몰라서 생긴 해프닝이었지만 이 총재의 불통 이미지를 고착화하는데 상당한 영향을 줬습니다. 이낙연 의원이 반면교사 삼아야 하는 사례입니다.

이낙연 의원의 발언은 적절하지 않기는 했지만 이 정도로 언론으로부터 비판을 받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습니다.  차기 대선지지율 1위이기에 이렇게 크게 기사화가 된 것입니다. 176석 거대 여당의 유력한 차기 대표이자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 일거수 일투족이 기사화가 될 것이고 민감한 발언 하나하나가 기사화될 것입니다.

 

3.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이낙연 의원은 본인 희망대로 당권을 거쳐 대권까지 무사히 거머쥘 수 있을까요. 한국의 역대 대선을 보면 1년반에서 2년 남은 시점에 지지율 1위를 했던 후보가 대권을 거머쥐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2015626일 리얼미터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조사에 따르면 박원순 서울시장이 22.1%1, 그리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0.9%2위였고,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15.6%3위였습니다. 20061SBS-TNS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 따르면 고건 전 총리가 26.9%1, 이명박 24.8%2위였습니다. 20012월 동아일보가 조사한 민주당 대선후보 지지율은 이인제 20.7%1, 노무현 5.3%2위였습니다. 확고한 1등이 대권까지 잡은 경우는 박근혜 대표밖에 없습니다. '갑툭튀' 윤석열 검찰총장도 보수 1위를 하는 상황입니다. 현재 지지율에 목매달 필요는 없습니다.

특히 고건 총리 건을 눈여겨 봐야합니다. 고건은 서울시장과 총리를 거치면서 진보진영의 유력 대권 후보로 떠올랐는데, 이낙연 후보와 상당히 겹치는 부분이 많습니다. 지자체장과 총리를 거친 뒤 유력 대권후보로 떠올랐고, 점잖은 이미지, 절제된 메시지 등이 그렇습니다. 고건 전 총리는 행정의 달인으로 불리며 정치보다는 행정쪽에 방점이 찍혀 있었고 이낙연 전 총리는 5선 의원으로 여의도 정치 경험도 풍부하다는 게 다른 점입니다. 대권은 현재 지지율보다는 시대정신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내느냐가 중요합니다. 지지세력으로 누구를 등에 업을 수 있는지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527일에 당선자 워크숍에서 이낙연 당선자는 대통령 내외 표를 받고 당선된 이낙연입니다. 물론 확인은 못했지만이라며 친문 민심을 공략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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