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체크] 친환경ㆍ인체무해 살충제? 모두 법 위반!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0.07.13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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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벌레든 세균이든 죽이는 약이 사람에게 이로울리 없다. 미물부터 사람까지 물질 순환으로 이뤄지는 생태계와 환경에도 무엇이든 인위적으로 죽이는 약품이 이로울리 없다. 하지만 충해와 감염을 막아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약품 사용으로 인한 해악보다 크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고 약품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정부는 화학제품안전법에 따라 살생물제를 관리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살균제·살충제 등 살생물제 광고에는 ▲무독성 ▲환경ㆍ자연친화적 ▲무해성 ▲인체ㆍ동물친화적 또는 이와 유사한 표현을 쓸 수 없다. 소비자들의 오인을 막기 위한 장치이다.

하지만 수많은 살충제, 살균제, 방역용 소독제 등의 살생물제가 친환경, 인체 무해 등 온갖 아름다운 이름으로 팔리고 있다. 팩트체크 전문 미디어 뉴스톱이 그 실태를 파헤쳤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쇼핑하우'에서 소개되고 있는 '인체무해 살균제' 살균제에 '무해성' 또는 유사한 표현을 사용하면 화학제품법 위반이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쇼핑하우'에서 소개되고 있는 '인체무해 살균제' 살균제에 '무해성' 또는 유사한 표현을 사용하면 화학제품법 위반이다.

 

◈인체 무해 살균수? 

10일 포털사이트 다음의 '쇼핑하우'에서 '인체무해 살균제'로 검색한 결과 137개의 제품이 검색됐다. 제품 대부분의 살균 유효 성분은 에틸 알코올 또는 차아염소산(HOCL)이었다. 대부분의 제품명에 '인체무해'라는 문구가 들어가고 광고 본문에도 '인체무해' 또는 '무독성'이라는 문구가 표시됐다.

쇼핑 사이트에서 '한경희 뿌리는 소독제 살균수 소독수 인체무해'라고 검색되는 링크를 따라갔다. 인터파크 쇼핑몰로 들어가게 되는데 여기서도 '인체무해', '무독성'이라는 문구가 버젓이 쓰이고 있었다. 명백히 화학제품관리법 위반이다. 과연 누구의 잘못일까?

포털사이트 다음의 쇼핑 섹션 '쇼핑하우'를 운영하는 (주)카카오커머스는 '법적고지'를 통해 "카카오커머스는 카카오커머스에서 제공하는 모든 컨텐츠의 정확성이나 신뢰성에 대해 어떤 보증도 하지 않으며, 컨텐츠의 오류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직접, 간접, 파생적, 징벌적, 부수적인 손해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른 오픈 마켓들도 마찬가지다. 광고 내용에 대해서는 오픈 마켓들이 검증하지도 책임지지도 않는다. 오로지 판매자들의 책임인 셈이다.

그렇다면 '한경희' 제품의 본사 격인 (주)한경희생활과학의 쇼핑몰을 검색해보자. 여기에서도 '한경희살균수'를 찾아볼 수 있다. 오픈 마켓에 걸려있는 광고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다. 차이점이라면 제품명에 '인체 무해'라는 문구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 정도이다. 이곳 광고에서도 인체 무해, 무독성이라는 문구를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위법이다.

 

포털 사이트 다음의 쇼핑 섹션 '쇼핑하우'에서 '친환경 살충제'를 검색한 결과.
포털 사이트 다음의 쇼핑 섹션 '쇼핑하우'에서 '친환경 살충제'를 검색한 결과.

◈친환경 살충제?

포털사이트 다음의 '쇼핑하우'에서 '친환경 살충제'로 검색했다. 1651개의 제품이 검색된다. 살충제도 화학제품안전법의 적용을 받는 '살생물제'이다. 따라서 '친환경', '인체 무해', '무독성' 등의 표현을 광고에 사용할 수 없다. 

쇼핑하우 랭킹 5위인 '동성제약 비오킬' 제품을 클릭했다. 오픈 마켓인 G마켓으로 연결된다. 제품명은 '[동성제약] 비오킬 500mlx2개 친환경 살충제 저독성 무취'로 표시된다. '비즈케어'라는 사업자가 판매자로 등록돼있다. 제품 설명엔 '본 제품은 의약외품입니다'라고 표시돼 있다.

의약외품으로 등록된 제품은 화학제품안전법 적용대상이 아니다. 동성제약 본사에 확인해봤다. 동성제약 관계자는 "비오킬 제품은 의약외품으로 출고됐었지만 주무부처가 환경부로 이관되면서 '살생물제'로 등록돼 화학제품안전법의 적용을 받는다"고 밝혔다.

동성제약은 "살생물제로 분류된 뒤에는 제품 포장에서 '무독성' 등의 문구를 모두 제외했다"며 "판매업자들에게도 법 위반 소지가 있는 표현을 삭제하도록 권고하고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쇼핑 섹션 '쇼핑하우'에서 '인체무해 모기기피제' 랭킹 1위에 오른 '앵앵 허브밴드'. 오픈마켓 G마켓의 광고(오른쪽)에는 '벌레퇴치'라는 문구가 가려져있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쇼핑 섹션 '쇼핑하우'에서 '인체무해 모기기피제' 랭킹 1위에 오른 '앵앵 허브밴드'. 제조사인 (주)팜텍의 홈페이지 광고(왼쪽)과는 달리 오픈마켓 G마켓의 광고(오른쪽)에는 '벌레퇴치'라는 문구가 가려져있다.

 

◈인체무해 모기기피제?

벌레 또는 동물을 쫓는 기피제도 살생물제로 분류돼 화학제품안전의 적용대상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의약외품'으로 분류되면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번엔 '인체무해 모기기피제'와 '친환경 모기기피제'를 각각 검색해봤다. 인체무해 모기기피제는 84종의 상품이 검색된다. 친환경 모기기피제는 159종이 검색된다.

인체무해 모기기피제 '쇼핑하우 랭킹' 1~2위를 차지한 '앵앵 허브밴드'를 클릭했다. 오픈마켓 G마켓으로 이동한다. '[팜텍] 앵앵허브밴드x10개 인체무해 모기기피팔찌/ 색상랜덤' 이라는 제품명으로 판매되고 있다. 판매자는 '마이핫공식온라인몰'이다. 광고 내용을 아무리 찾아봐도 제품명과 달리 모기를 쫓는다는 내용이 들어있지 않다. 다만, '인체에 해가 없는 천연 오일 사용'이라는 내용만 강조됐다.

제조사인 (주)팜텍의 홈페이지 제품 설명에는 상품명 밑에 모기 기피 팔찌라는 뜻의 영문 'mosquito repellent bracelet'이라고 명시돼 있고, 제품설명 이미지에는 '벌레퇴치에 탁월합니다'고 적혀있다. 하지만 이 제품의 종류는 '방향제 팔찌'라고 적혀있을 뿐이다.


종합하면, 살충제, 살균·소독제, 기피제 등 살생물제는 말 그대로 생물을 죽이는 제품이다. 따라서 인체와 환경에 해를 끼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 때문에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화학제품안전법)을 제정·시행 중이다. 하지만 집행에 허점이 있으면 훌륭한 제정 취지도 무색하게 된다. 정부 당국의 엄정한 법 집행이 촉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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