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따발총'은 핀란드 짝퉁일까?

  • 기자명 임영대
  • 기사승인 2020.07.14 09:5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0623, 이코노미조선에 '[War & Tech 59] 진품보다 더 유명한 소련의 '짝퉁' 기관단총' 칼럼이 실렸다. 우수한 성능 덕분에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에서 이름을 떨친 소련제 PPSh-41 기관단총에 관한 칼럼이다. 총기 자체에 관한 소개는 무난하나, 문제는 그 개발 배경에 관한 아래 서술이다.

 

소련군의 진격이 영하 40도까지 떨어지는 혹한에 막히자 심야에 스키를 탄 핀란드 소부대가 소련군 숙영지를 가로지르며 기관단총을 난사하고 수류탄을 투척했다. 이 같은 핀란드군의 비정규전은 상당히 뛰어난 효과를 발휘했다. 이때 혹독한 경험을 한 소련군에 핀란드군이 난사한 KP/-31 기관단총은 미움이자 경외의 대상이었다.

·소전쟁 계기로 진품 명성 넘어서

기관단총의 필요성을 절감한 소련은 KP/-31을 참고해서 PPSh-41을 만들었다. 특유의 대용량 드럼식 탄창과 총열 냉각장치에서 보듯이 KP/-31을 그대로 베낀 것과 다름없을 정도였다. 치욕과 자존심은 그다음 문제였다. 결국 본격적으로 양산이 시작된 1941년에 독·소전쟁이 발발하면서 PPSh-41을 곧바로 실전에 투입했고 결국 무기사의 한 장을 차지했다.

 

이 기사만 보면, 소련군에는 본래 기관단총이 없었는데 겨울전쟁에서 핀란드군이 사용하는 기관단총을 보고 그 성능에 감명을 받아 급하게 베껴서 만든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며, 소련군에서는 이미 기관단총이 개발 및 생산되고 있었다.

 

소련의 기관단총 개발

소련이 기관단총을 처음 개발한 시기는 1927년이었다. 소련의 총기 개발자였던 표도르 바실리예비치 토카레프는 미국제 톰슨 기관단총과 독일제 MP18 기관단총에 자극을 받아 새로운 기관단총을 설계한다. 상당히 우수한 총이었지만, 소련군은 이를 채용하지 않았다.

토카레프 이후에도 데그차레프, 코로빈 등 여러 기술자가 기관단총 개발에 도전했고 나름의 결과물을 냈다. 그중 최초로 소련군에서 정식 채용한 총이 데그차레프가 제작한 PPD1934PPD193425연발 상자형 탄창을 사용했는데, 탄창이 가끔 급탄불량을 일으키는 문제가 있어서 1934/38이라는 개량형이 나왔다. 생산도 적기는 해도 계속되었다.

다만 소련군은 이 총을 계속 사용하지는 않았다. 1939년에 PPD1934/38의 생산과 사용이 중단되었고, 소련군은 기관단총이 없는 채로 핀란드와 전쟁을 시작했다. 그리고 위 기사에서 소개한 것처럼 핀란드군의 KP/31, 일명 수오미(suomi) 기관단총과 미국제 톰슨 기관단총에 근접전에서 큰 피해를 보았다.

충격을 받은 소련군은 창고에 있는 PPD1934/38을 당장 다시 끄집어냈고 생산도 재개했다. 이때 핀란드군이 사용하는 71연발 탄창도 채용했고, 이 탄창 사용에서 문제가 좀 있자 구조를 좀 더 개량한 신모델을 만든다. 이것이 PPD40이다. 드럼탄창은 여기서부터 본격 사용된다.

사진1. PPD1934
사진1. PPD1934
사진2. PPD1934/38
사진2. PPD1934/38

 

사진3. PPD40
사진3. PPD40
사진4. PPSh41
사진4. PPSh41
사진5. 수오미(KP/31)
사진5. 수오미(KP/31)

사진 1~5를 보면 굳이 수오미의 영향이 아니더라도 전체 형태에 큰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PPSh-41, 일명 따발총은 핀란드제 KP/31을 카피한 짝퉁이 아니다. 이 총은 구조가 너무 복잡해진 PPD40을 단순화해서 생산성을 올리고 운용하기 편하게 하려는 목적으로 게오르기 슈파긴이라는 기술자에 의해 개량된 총이지, 단순히 핀란드군 총이 좋다고 베껴서 만든 총이 아니었다.

다만 71연발 대형 탄창은 핀란드군을 보고 모방한 게 맞다. 하지만 10여 년에 걸친 소련의 기관단총 개발 과정이 배경에 있음을 무시하고, 탄창의 유사성 하나만 가지고 PPSh-41이라는 총을 단순히 짝퉁이라고 간주하기는 곤란할 것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