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통합'당은 모두 지리멸렬...'당명 변경'으로 쇄신 시동 건 미래통합당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20.07.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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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이 2년만에 서울 여의도 국회앞으로 당사를 옯깁니다. 당사 보유 기준으로는 2004년 천막당사 이후 16년만입니다. 통합당은 당사 이전과 함께 당명도 바꾼다는 계획입니다. 22일 미래통합당은 국회와 업무 접근성, 언론인의 취재여건, 경영 합리화 등을 고려해 영등포 당사를 여의도로 옮긴다고 밝혔습니다. 매입대금은 400억원 가량으로 전국 시도당 건물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마련한다는 계획입니다. 통합당은 8월중 새 여의도 당사로 이전하면서 당명도 바꿀 계획입니다. 사람빼고 다 바꾼다는 통합당,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가까우면 잘 나갔다

정치권에서 중앙당사의 위치나 규모는 당세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입니다. 당이 잘 나가면 국회와 가까웠고, 당에 문제가 생기면 여의도 외곽으로 멀어졌습니다. 한나라당은 2002년 대선 패배 이후 불법정치자금 수수 소위 차떼기 파동을 겪었고 2004년 여의도 중앙당사를 전격 매각하고 84일간 천막당사에서 생활했습니다. 당은 기사회생했고 이후 서울 강서구 염창동에 당사를 마련했습니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은 국회 앞 한양빌딩에 재입성했습니다. 이후 11년간 이명박 박근혜 두명의 대통령을 배출했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탄핵과 분당, 그리고 2018년 지방선거 참패 이후 당세가 기울면서 영등포로 당사를 이전했다가 다시 여의도로 돌아온 겁니다.

이런 패턴은 민주당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습니다. 1995년 새정치국민의회의는 여의도 한양빌딩에서 터를 잡았고 김대중 대통령을 당선시켰습니다. 2003년 여의도 국민일보빌딩에 자리 잡은 열린우리당이 호화 건물 논란에 휩싸였고 여의도를 떠나 영등포구 옛 농협 청과물공판장 건물로 이사했습니다. 이후 영등포와 여의도를 오갔던 민주당은 2016년 국회 앞 장덕빌딩을 매입했고 문재인 대통령을 배출했습니다. 미래통합당이 여의도에 돌아왔다는 것은 당의 내홍과 분열이 어느 정도 진정됐다는 의미이고, 내년 보궐선거와 내후년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2. ‘안 되는 집안의 상징, 통합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은 지난 9일 비대위회의에서 국민 모두가 함께하는 의미가 들어가면 좋겠다. 미래로 나가는 메시지가 중요하다며 미래통합당 당명 변경을 시사했습니다. 지난달 22일에는 기자간담회에선 지금은 통합이 시급한 시점이 아니지 않나라며 당명은 민주당이 괜찮은데 저쪽이 가져가 버렸다고 말한바 있습니다.

한국의 정당 역사를 보면, 통합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정당은 대체로 단명했고,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주로 통합을 당명에 쓴 것은 진보쪽이었습니다. 김대중과 이기택의 갈등으로 김대중이 탈당하면서 1995년 이부영, 노무현, 이기택 등 잔류파가 만든 통합민주당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새정치국민회의와 신한국당으로 갈라지며 역사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이후 민주당은 분열과 반목을 거듭하며 2007년 김한길의 중도통합민주당, 같은해 손학규 주축이 되어 만든 대통합민주신당, 2008년부터 3년간 이어진 통합민주당, 2011년부터 2년간 이어진 민주통합당 등이 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연합이라는 단어까지 포함하면 민주당의 흑역사는 더 늘어납니다. 사분오열이 계속되다 몇몇 계파가 지도부에 반발해서 탈당한 뒤 통합당을 만들고 재창당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당명이 길어지게 된 겁니다.

진보정당 역시 '통합'의 흑역사가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에서 NLPD 계파갈등으로 PD계열이 진보신당을 만든 뒤, 새진보통합연대’ ‘시민통합당’ ‘통합진보당등이 있었고 통합진보당은 내란음모 사건으로 결국 정당 강제 해산을 당하게 됩니다. 김병민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은 22일 라디오에서 "역대 정당 중 당명에 '통합'이란 단어가 들어가서 오래 존속됐던 정당이 없다""새 당명에서 '통합'은 빠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미래통합당이 통합이라는 단어를 빼려는 것은 통합이란 단어의 부정적인 역사를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3. 신장개업 맞불이 필요해

전통적으로 8월은 전당대회의 계절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8월말 새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낙연, 김부겸에 박주민까지 출사표를 던지면서 흥행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정의당 역시 심상정 대표가 조기 사퇴 의사를 밝힌 뒤 장혜영 혁신위원장을 중심으로 혁신위를 운영하며 9월에 새로운 당대표 및 지도체제를 출범시킨다는 계획입니다. 반면 원래 8월에 전당대회가 예정되어 있던 미래통합당은 김종인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면서 이벤트가 사라졌습니다.

컨벤션 효과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전당대회 같은 정치적 이벤트 직후 지지율이 상승하는 현상입니다. 민주당의 전당대회가 열리면 차기 당권은 물론 대권 후보에 대한 여론의 주목도가 매우 상승할 겁니다. 통합당의 8월 새 당사 입주와 당명 변경은 민주당의 컨벤션 효과를 일정 정도 상쇄시키는 목적으로 기획된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에서 새 지도부가 출범할 때, 미래통합당도 새로운 당명으로 재출발한다면 혁신의 모양새로 보일 수 있습니다. '신장개업 정치'를 유독 선호하는 한국의 정치적 특수성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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