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쇼비즈니스'가 시작됐다

  • 기자명 더사실포럼
  • 기사승인 2020.08.04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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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는 병원균으로 인한 질병과의 전쟁의 역사라고 정의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인류는 오랜 기간 동안 감염성 질환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마침내 1980년에 천연두 바이러스의 절멸이 공식적으로 선포되었다.”

-배경동, 장양석, & 안상점. (2012). 백신의 역사, 현황 및 미래에 대한 고찰. BT NEWS, 19(1), 8-15.

 

코로나 사태 초기에 어떤 물리학 교수는 3월이면 코로나가 종결될 것이라고 예측한 적이 있다. 그는 여전히 각종 언론에 나와 자신의 데이터와 모델에는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모 과학동호회의 회장이기도 한데, 과학자가 자신의 모델이 틀렸음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는, 뒤에 보게될 국립대 모 교수의 허위과장광고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코로나19 사태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장기화되어가고 있다. 코로나 사태의 초기에는 주식 급등을 노리는 기업들이 치료제 및 진단키트 개발 소식을 전하며 국민에게 혼란을 주더니, 미국 대통령은 효과가 제대로 검증도 되지 않은 하이드로클로로퀸을 직접 복용하며,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검증되지 않은 과학적 정보가 언론을 통해 통제 없이 퍼져나갈때의 위험성을 각인시켰다. 하지만 여전히 주식시장에서는 코로나주에 대한 과장된 정보가 넘쳐 흐르고, 정확한 치료제와 백신에 대한 정보는 과장광고들 속에 드러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최근 저명한 미국 명문대 교수들이 공식 백신을 기다릴 수 없다면서, 자신들의 생명공학 지식을 활용해 수제백신을 만들고 접종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를 두고 시민과학인지 불법의료인지 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전 세계가 현재 코로나 백신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해지고 있다. 코로나 사태를 확실히 종식시킬 구원자는 백신이 될 것이다. 치료제가 나온다 해도 백신을 통한 면역획득만이 근본적인 감염병 종식의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수제백신 논란을 일으킨 과학자들은 생명공학자로 유명한 조지 처치 교수와 그의 제자들로, 조지 처치 교수는 쥬라기 공원처럼 매머드를 복제하려고 노력하는 등 과학계에서도 유명한 인물이다. 출처: MIT테크놀로지
수제백신 논란을 일으킨 과학자들은 생명공학자로 유명한 조지 처치 교수와 그의 제자들로, 조지 처치 교수는 쥬라기 공원처럼 매머드를 복제하려고 노력하는 등 과학계에서도 유명한 인물이다. 출처: MIT테크놀로지

에드워드 제너가 종두법을 발견한지 100여년 후인 1885년에야 루이 파스퇴르에 의해 광견병 백신이 개발되어 인류의 감염병 통제가 시작되었다. 이후 지난 100여년 동안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뇌수막염, B형 간염을 비롯해 26가지의 감염성 질환이 백신으로 예방가능해졌다. 최근에는 말라리아, 에이즈, C형간염, 뎅기열, 독감, 결핵 등에 대한 백신연구도 거의 완성되었고, 암환자를 대상으로 한 치료백신 연구도 활발히 진행중이다. 백신은 생물학이 인류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다.

제너 이후 백신을 개발하는 공정은 크게 발전해서, 오래된 바이러스 사체를 이용하는 방식 외에도 유전자 재조합 백신과 사람과 다른 동물의 유전체를 재편성해서 만드는 레소탄트 백신 등이 개발되어 있다. 백신을 개발하는 방식이 다양해졌다는 뜻은, 하나의 감염병에 대해 동일한 방식의 백신개발이 불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하다(예를 들어 로타바이러스 백신만 해도 다양한 종류의 백신이 존재한다). 또한 효과를 나타내는 백신이 개발되었다고 해도 백신의 효과가 천연두나 소아마비처럼 평생 지속될지, 아니면 독감처럼 1년 정도만 지속될지 알 수 없다. 즉, 백신개발은 어떤 개발 방식이 효과를 나타낼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과의 싸움이다. 전세계의 생물학자들과 제약사들은 여전히 그 불확실성과 맞서 싸우고 있는 셈이다.

백신개발과 관련된 뉴스에서 가장 주의 깊게 읽어야 하는 부분은, 현재 백신이 개발과정 중 어떤 상태에 있는가이다. 백신을 비롯한 모든 신약은 3단계의 임상을 거쳐야 하며, 1상에서는 안정성과 잠정적인 효능에 대한 1차적 근거를 확보하고, 2상에는 규모를 키워 효능 질환예방의 유효성과 약물의 적정 용량 및 용법을 파악하고, 마지막 3상에서는 수백에서 수천명의 지원자를 대상으로 종합적인 신약의 효능과 안정성을 평가하게 된다. 보통 이 3상에만 수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즉, 백신개발은 한 개인이 주도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복잡한 과정이라는 뜻이다. 

신약이 임상의 3단계를 통과하는 일에는 수년에서 수십년이 소요된다. 출처: 세브란스병원 홈페이지
https://sev.iseverance.com/dept_clinic/department/gastroenterology/intestine/health_strory/view.asp?con_no=82372&page=1&SearchField=&SearchWord=신약이 임상의 3단계를 통과하는 일에는 수년에서 수십년이 소요된다. 출처: 세브란스병원 홈페이지

 

백신에 대한 이 정도의 기본정보를 알고 나면, 이제 국내에서 유통되는 뉴스들의 진위를 파악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막 확산세를 보이던 3월 무렵, 모 국립대 교수가 언론에 화려하게 등장해  원숭이 유래 세포를 이용해 바이러스를 증폭하고 그 세포에서 바이러스 단백질을 정제해 코로나19 백신 항원 생산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대전지역의 한 신문을 비롯해서 전국 각지의 언론들은 코로나19의 심각성이 전해져오는 상황에서 이를 대서특필했고, 그는 “목숨 걸고 백신”을 연구하는 영웅으로 미화되었다

해당 교수의 연구에 과학적 의미가 전혀 없다는 말이 아니다. 문제는 이 교수가 바이러스가 유행할 때마다 언론에 등장해서 바이러스 백신 개발을 위한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었다며 국민에게 혼란스러운 정보를 전달한다는데 있다(그는 감염병이 유행할 때마다 같은 레파토리로 언론에 등장한다. 간단하게만 검색해봐도 2009년엔 신종플루 백신 개발에 착수했다는 기사가 있고  2013년엔 신종AI 백신주 개발에 성공했다는 기사가 있다. 이 교수의 백신주 개발이 제약사를 통해 상품화되었다는 기사는 어디에도 없다). 국립대 교수의 연구결과는 위의 그림 중 기초/탐색 연구 단계에 불과하다. 그런 기초적인 연구가 실제 백신이 되어 나오는데에는 수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으며, 그런 단 하나의 발견으로는 백신을 개발할 수조차 없다. 

한국에 바이러스만 유행하면 나타나는 이 국립대 교수의 의도가 무엇일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그는 진심으로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학자는 자신의 연구결과를 대중과 특히 언론에게 공개할 때 그 결과의 해석을 과장해서는 안된다. 특히, 인류의 건강과 직결된 정보를 전달하는 의대 교수의 경우엔 더더욱 그렇다. 바로 그런 이유로, 지난 5월 한국과학기자협회와 의료 전문가 등이 모여 ‘감염병 보도 준칙’ 제정 작업에 착수했다. 한국바이오협회는 국내 제약 바이오업계의 지나친 과장과 홍보에 경고의 목소리를 보내기도 했다. 미국의 FDA도 코로나 치료에 효과적인 것처럼 오인할 만한 문구를 쓴 업체들에 경고장을 발송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질병관리청이나 보건복지부가 국민에게 혼선을 주는 언론보도와 업체광고를 관리해야 할 것이다.

한국과학기자협회와 의료 전문가가 보여 만든 '감염병 보도준칙' 선포식.
한국과학기자협회와 의료 전문가가 보여 만든 '감염병 보도준칙' 선포식.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인류의 관심은 모조리 백신개발 현장에 쏟아지고 있다. 거의 매일 백신개발 뉴스가 언론을 장식하는 지금, 국민과 특히 언론은 좀 더 차분하고 과학적인 보도에 신경을 써야 한다. 특히 최초의 RNA 백신으로 알려진 미국 바이오기업 모더나의 코로나 백신과 관련해서는, 트럼프 정부와 관련된 조작냄새까지 풍기는 상황이다. 백신개발은 원래 제약사가 뛰어들기 꺼려하는 분야다. 투자 대비 수익이 다른 신약개발에 비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해, 영국의 옥스퍼드대학과 아스트라제네카, 중국의 베이징 생명공학과 캔시노, 미국의 모더나, 그리고 베이징에 본사를 둔 시노백 바이오테크놀로지 등의 백신이 이미 임상 3상에 진입해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지나친 기대와 환상도, 절망과 좌절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세계와 인류는 단 하나의 백신이라도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플랫폼과 후보물질에 투자하고 협력해야 한다. 알트만 교수의 말처럼, 백신개발은 무슨 K팝스타 같은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우재, 낯선 과학자 

더사실포럼(더나은사회실험포럼)은 과학기술계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한 네트워크다. 과학기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통해 한국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전진시키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모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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