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연기'와 '흥신소' 컨셉으로 코믹의 역사를 새로 쓰다

  • 기자명 홍상현
  • 기사승인 2020.08.18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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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는 먼저 100 대 1의 경쟁률 속에서 15명의 배우를 골라낸 뒤, 그들의 개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이야기를 구성한 이른바 ‘캐스트 맞춤형 작품’이다. 사진제공: 찬란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는 먼저 100 대 1의 경쟁률 속에서 15명의 배우를 골라낸 뒤, 그들의 개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이야기를 구성한 이른바 ‘캐스트 맞춤형 작품’이다. 사진제공: 찬란

1년 전 9월 9일.

괌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태풍이 공항을 덮쳐 철도와 버스 운행이 중단되고 고속도로까지 통제된다. 만 삼천 명을 넘는 이용객의 발이 꼼짝없이 묶여버린 상황. 순간, SNS으로 현장정보를 중계하는 계정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공항을 벗어날 방법을 알아보고, 주변의 숙소를 수소문하고. 그러나 긴장되기보다 왠지 신이 나 있는 느낌. 뭔가 낯익은 분위기. 스크롤을 올려 이름을 확인해보면 ‘묘한 기시감’의 정체가 드러난다.

우에다 신이치로. 좀비 영화 촬영장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상황을 번득이는 유머로 풀어낸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의 감독. 이날 그는 서울에서 진행된 초청 이벤트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과연 촬영장에서 일어난 돌발 상황조차 활용한다는 ‘라이브 코미디’의 귀재답다. 이쯤에서 누군가는 말할 수 있다.

“우연의 일치겠지. 영화 밖 일상도 그렇게 극적이겠어?”

글쎄? 우에다 감독의 파란만장한 삶을 되짚어 보면 이 정도는 약과다.

중학교 1학년 때 영화를 만나 “미국 아카데미상 수상”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세우고 2학년 때 코미디를 만나 “남을 웃기는 일”을 “삶의 보람”으로 삼았다. 고교시절 전국의 언론매체 지면에 등장하긴 하는데 문화면이 아니라 사회면이었다. 크기가 무려 새만금의 10배에 달하는 호수를 친구와 수제뗏목으로 건너려다 난리가 난 것. 어찌어찌 강 건너에 도착했지만 엎치락뒤치락 하다 걸었던 전화를 받은 경찰병력이 출동해 있었다. 정작 이듬해 자주영화 <타임트래블>로 인터뷰를 하지만 “되도 않는 소리”만 잔뜩 늘어놓는 바람에 기사는 킬(kill).

데뷔작의 기념비적 성공이후 사람들의 기대가 주는 중압감으로 짧은 슬럼프를 경험한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은 결국 가까운 스태프, 캐스트의 지지로 굴레를 빠져나와 신작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의 메가폰을 잡았다. 사진제공: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데뷔작의 기념비적 성공이후 사람들의 기대가 주는 중압감으로 짧은 슬럼프를 경험한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은 결국 가까운 스태프, 캐스트의 지지로 굴레를 빠져나와 신작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의 메가폰을 잡았다. 사진제공: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그의 라이프스토리가 여기까지였다면 대략 “‘웃픈’ 과거를 가진 괴짜청년” 쯤으로 마무리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게 다는 아니었다. 사기를 당한데다 사비를 털어 출판한 SF 소설이 실패해 홈리스생활까지 했던 쓰라린 경험은 명랑소설 뺨치는 블로그 포스팅에서 엔터테인먼트로 승화되었고, 장편상업영화 감독 데뷔 이전부터 팬들이 생겼다. 성공이후의 행보도 달랐다. 제작단체로 출범한 프로덕션이 법인화될 때 대표이사 자리에 앉은 사람은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의 음악감독이자 어린 시절 친구다. 대기업이 제작비를 댄 스핀오프 프로젝트에 그의 시나리오를 받아 연출로 이름을 올린 이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에서 같이 고생한 조감독이었다.

그리고 지난 8월 6일. 3천 3백만 원을 들여 만든 데뷔작으로 천 배 이상의 흥행수익을 올린, 이 ‘인디필름 히어로’의 신작,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의 입소문을 타고 극장가를 찾아왔다. 일단 영화 안팎을 둘러싼 이야기부터 흥미롭다. 10년간 단 세 편의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오사와 카즈토)가 긴장을 하면 기절해버리는 증세 탓에 늘 오디션에 낙방하는 주인공, ‘오노’ 역을 맡았다. ‘우에다 영화’만의 기발한 설정은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오노가 동생의 권유로 ‘스페셜액터스’라는 에이전시에 들어가는데, 이곳의 핵심 업무가 직접 짠 각본과 연기로 의뢰인들의 고민을 해결해 주는 거란다. 그리고 여기 고교생 하나가 찾아온다. 사이비 종교에 빠진 온천여관의 주인, 바로, 자기 언니를 구해달라면서.

영화 리뷰 사이트 “필름마크스(Filmarks)”가 조사한 개봉영화 첫날 만족도에서 가뿐하게 실사영화 1위를 기록한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로 돌아온 우에다 감독을 만났다.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는 지난해 10월 영화 리뷰 사이트 “필름마크스”가 조사한 개봉영화 첫날 만족도에서 실사영화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사진제공: 찬란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는 지난해 10월 영화 리뷰 사이트 “필름마크스”가 조사한 개봉영화 첫날 만족도에서 실사영화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사진제공: 찬란

홍상현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이후 모두가 이제나 저제나 하며 기다리던 신작으로 2년 만에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오셨다가 이제 극장에서 관객을 만나신다.

우에다 신이치로

한국에 처음 온 게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초청 때였다. 그 뒤로 세 번에 걸쳐 한국을 방문했는데, 올 때마다 한국 팬들께서 뜨거운 반응으로 제게 큰 자신감을 주셨다. 코로나 19 사태로 직접 부천에 가지 못해 아쉽지만 그래도 신작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를 선보여 드릴 수 있어 기쁘다.

 

홍상현

코로나 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연일 매진행렬이 이어지는 등 부천에서의 반응도 폭발적이었는데. <기생충>의 대사처럼 역시 “계획이 있었던”건가. (웃음)

우에다 신이치로

연일 매진이 계속되었다니! 하지만 ‘기쁜 오산’이시다. 제가 그렇게까지 치밀한 사람이 아니라서. (웃음)

‘우에다 영화’만의 기발한 설정은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에서도 예외가 없다. 예컨대 주인공이 동생의 권유로 들어가는 배우 에이전시 ‘스페셜액터스’는 영화, 드라마 현장 파견 업무 외에 직접 짠 각본과 연기로 의뢰인들의 고민을 해결해 주는 일을 하는 곳이다.
‘우에다 영화’만의 기발한 설정은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에서도 예외가 없다. 예컨대 주인공이 동생의 권유로 들어가는 배우 에이전시 ‘스페셜액터스’는 영화, 드라마 현장 파견 업무 외에 직접 짠 각본과 연기로 의뢰인들의 고민을 해결해 주는 일을 하는 곳이다. 사진제공: 찬란

홍상현

최근 들어 <킹덤>, <살아있다>, <반도> 등 좀비가 등장하는 한국드라마ㆍ영화가 국내외에서 폭발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를 떠올리는 한국 관객도 많을 텐데.

우에다 신이치로

코로나 19 사태로 곤경에 빠진 한국의 극장을 구한 것이 좀비 영화라는 소식은 일본까지 전해졌다. 정말 멋지다. 일본에서 좀비 드라마나 영화는 정말 히트하는 게 아닌 이상 경원시되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브래드 피트 주연의 <월드워Z>도 좀비 영화인 걸 숨기는 느낌으로 홍보를 했을 정도니까. <아이 엠 어 히어로>나 제 영화로 인해 그나마 좀 누그러진 느낌이지만 ‘코어(core) 팬’을 위한 장르라는 분위기가 여전히 존재한다. 좀 더 폭넓게 사랑받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쉽지 않은 일 같다.

 

홍상현

이제 본격적으로 신작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일단 이 작품의 제작과정 자체가 한 편의 영화 같다는 느낌이다. 1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15명의 캐스트의 개성에 근거해 시나리오를 썼지만, 막상 배우들에게 대본을 나눠주는 날 백지화하고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다시 쓰셨다고 들었다.

우에다 신이치로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의 다음 작품 아닌가. 실은 제가 잠시 엄청난 슬럼프에 빠져 시나리오를 전혀 수 없었다. 좀 다른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은데 관객들은 전작과 비슷한 걸 원하시지 않을까 싶어서. 그 굴레에서 빠져나오는데 시간이 걸렸지. 다행히 가까운 스태프, 캐스트의 지지로 극복할 수 있었다.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가 전작보다 재미없으면 어떻게 하지?’ 염려 붙들어 매시길. 영화가 시작된 뒤 오디션 장에서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전방을 응시하는 오사와 카즈토 배우(사진 왼쪽)의 ‘의도된 발 연기’를 보는 순간 모든 걱정은 사라질 것이다. 사진제공: 찬란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가 전작보다 재미없으면 어떻게 하지?’ 염려 붙들어 매시길. 영화가 시작된 뒤 오디션 장에서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전방을 응시하는 오사와 카즈토 배우(사진 왼쪽)의 ‘의도된 발 연기’를 보는 순간 모든 걱정은 사라질 것이다. 사진제공: 찬란

홍상현

스태프와 캐스트라.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 메인캐스트의 실명과 극중 이름이 비슷한 것도 방금하신 말씀과 관련되어 있나.

우에다 신이치로

말씀하신 것처럼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는 일단 15명의 배우를 캐스팅한 뒤, 그들의 개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이야기를 아예 다시 만든 것이다. 이를테면 ‘캐스트 맞춤형 작품’이었다고 할까.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와 마찬가지로 ‘영화’라는 픽션인 동시에 캐스트들의 도전의 기록ㆍ다큐멘터리이기도 한 거다. 따라서 각자 맡은 캐릭터와 실제 배우 사이의 관계를 반영하려는 의도에서 이름도 비슷하게 만들었다.

 

홍상현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에는 한국의 관객에게 의외의 재미를 선사하는 또 한 가지 요소가 있다. 바로 오타쿠인 주인공이 대사 한마디까지 외우고 있는 (예고편에서도 소개되는) 가상의 미드인데. 역시 당신의 영화세계에도 70ㆍ80년대 미국 슈퍼히어로물이 영향을 주었나.

우에다 신이치로

극중에 등장하는 <레스큐맨>은 제가 좋아하는 영화의 히어로들을 합체시킨 인물이다. 70ㆍ80년대 것들뿐만 아니라 요즘 나오는 ‘넓은 의미의 히어로 영화’ 주인공들에게도 영향을 받았다. 예컨대 자경단 히어로인 <킥 애스>나 <슈퍼>. 초능력과 관련해서는 애니메이션인 <아키라>, 그밖에 조쉬 트랭크 감독의 <크로니클>이 그것이다.

“‘이 사람들을 찍고 싶다,’  ‘이 사람들에 대해 알고 싶다’는 제 안의 원초적인 욕구에 따라 그들을 선택했다”는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의 설명이야말로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 캐스팅의 ‘반박할 수 없는 기준’이다. 사진제공: 찬란
“‘이 사람들을 찍고 싶다,’ ‘이 사람들에 대해 알고 싶다’는 제 안의 원초적인 욕구에 따라 그들을 선택했다”는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의 설명이야말로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 캐스팅의 ‘반박할 수 없는 기준’이다. 사진제공: 찬란

홍상현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에서도 전작처럼 자기반영적인 설정이나 에피소드가 나오나.

우에다 신이치로

예컨대 주인공이 스트레스가 심할 경우 기절을 하지 않나. 제가 슬럼프에 빠져있을 때 정말 그 주인공처럼 될 것 같은 나날을 보냈다. 덕분에 그런 설정이 탄생한 거다.

 

홍상현

워크숍 형태로 진행된 오디션을 통해 주연을 맡았다는 오사와 카즈토 배우, 온천여관 주인 역의 쓰가미 리나 배우의 경우, 전혀 새로운 얼굴이라 작품의 신선미가 더해진다.

우에다 신이치로

연기 잘하는 미녀ㆍ미남들이 나오는 영화는 얼마든지 있지만, 저는 그 범주에서 벗어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주연을 맡은 오사와 배우는 10년 동안 3편의 작품밖에 출연하지 못했다. 부모님조차도 그가 연기를 하는 걸 몰랐다고 할 정도다. 츠가미 배우는 연기경험이 전혀 없고.

하지만 두 사람 다 인간적으로 눈을 뗄 수 없는 매력을 지녔더라. ‘이 사람들을 찍고 싶다,’ ‘이 사람들에 대해 알고 싶다’는 제 안의 원초적인 욕구에 따라 그들을 선택했다.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의 주인공 오노는 스트레스가 심해질 때마다 기절을 한다. 이는 슬럼프에 빠져있을 무렵 스트레스 때문에 기절할 것만 같았던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의 경험에서 착안한 것이다. 사진제공: 찬란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의 주인공 오노는 스트레스가 심해질 때마다 기절을 한다. 이는 슬럼프에 빠져있을 무렵 스트레스 때문에 기절할 것만 같았던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의 경험에서 착안한 것이다. 사진제공: 찬란

홍상현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의 내용 중에 두 배우의 아이디어가 반영된 것도 있나.

우에다 신이치로

두 사람이 직접 낸 아이디어는 아니지만 주인공을 맡은 오사와 배우가 긴장했을 때 기절하지 않기 위해 마법의 볼을 주무른다는 설정은, 어느 날 그가 난감한 표정으로 볼을 만지작거리고 있던 모습이 너무 재미있어 가져다 쓴 것이다.

또, 쓰가미 배우는 평소 표정이 풍부하고 수다스러운 스타일인데, 그런 사람이 입을 다물고 있는 게 도리어 재미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영화에서는 정 반대의 캐릭터를 잡았다.

 

홍상현

예전에 당신의 촬영장 분위기에 대해 “스태프, 캐스트가 다 같이 어울려 노는 느낌”이라고 술회하던 어느 배우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는 필모그래피 가운데 가장 오랜 기간에 걸쳐 촬영되었으니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았을 것 같은데.

우에다 신이치로

그렇다. 항상, 정말 진지한 의미에서 ‘놀고 있는 느낌’으로 영화제작을 즐기고 있다.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에서 현장경험이 부족했던 오오사와 배우 등은 컷이 걸릴 때마다 초콜릿을 한 다스씩 먹더라. 초콜릿을 먹으면 긴장이 풀린다는 거다. 촬영 끝날 때까지 20박스 넘게 먹었다고 들었다. 만지는 걸로 지정하지 않은 장면인데도 어느새 마법의 볼을 주무르고 있고. (웃음) 그 자신이 긴장과 압박감으로 기절의 위협 속에 연기를 했던 거지. 그런 의미에서,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은 픽션인 공시에 오사와 배우의 개인적 투쟁을 그린 다큐멘터리이기도 하다. (웃음)

히로인을 맡은 츠가미 리나 배우(가운데)는 연기경험이 전혀 없는 전직 회사원.  “평소 표정이 풍부하고 수다스러운 스타일인데, 그런 사람이 입을 다물고 있는 게 도리어 재미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영화에서는 정 반대의 캐릭터를 잡았다”고. 사진제공: 찬란
히로인을 맡은 쓰가미 리나 배우(가운데)는 연기경험이 전혀 없는 전직 회사원. “평소 표정이 풍부하고 수다스러운 스타일인데, 그런 사람이 입을 다물고 있는 게 도리어 재미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영화에서는 정 반대의 캐릭터를 잡았다”고. 사진제공: 찬란

홍상현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에는 그 자체로만 생각하면 조금 슬프거나 비참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일상생활의 모습마저 코미디로 승화하고 있는 것 같은 부분이 많이 나온다. 코미디에도 크리에이터의 진정성이 담겨있어야 한다는 점을 새삼 실감하게 되는 대목인데, 특히 소개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우에다 신이치로

예컨대 사이비 종교단체가 진행하는 능력개발 세미나와 집회 장면은 제가 젊은 시절 신비주의를 내세운 ‘영감상법’에 걸려들거나 다단계 사업에 휘말렸던 경험에서 착안했다. 친구를 잃거나, 큰 빚을 지는 등 당시로써는 무척 힘들었지. 그럼에도 그런 제 경험을 조감해 코미디로 만들었다. 채플린이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말했다던데, 역으로 슬프거나 비참한 일도 시각에 따라 희극의 제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홍상현

그게 바로 ‘웃음의 치유력’ 아니겠나.

현재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는 코로나 19 사태로 극장업계가 큰 타격을 입은 와중에도 많은 나라들에 수출되어 관객들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영화의 어떤 부분이 세계의 관객들에게 어필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우에다 신이치로

주인공을 맡은 오사와 배우는 극중에서 비디오테이프가 늘어날 만큼 되풀이해서 좋아하는 히어로 영화 <레스큐맨>을 본다. 영화가, 엔터테인먼트가 그의 마음을 치유하고 지탱해주는 것이다. 온 세계가 같은 위협과 불안으로 고통 받는 이 때, 저는 영화, 엔터테인먼트는 국경을 넘어 많은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고 지탱해 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가 좀비 영화인 동시에 무대 뒤편의 모습을 그리며 장르 영화 자체를 향한 애정을 담아냈다면,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는 히어로 영화, 스파이 영화에 대한 제 애정이 담겨 있는 작품입니다.”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의 말이다. 사진제공: 찬란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가 좀비 영화인 동시에 무대 뒤편의 모습을 그리며 장르 영화 자체를 향한 애정을 담아냈다면,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는 히어로 영화, 스파이 영화에 대한 제 애정이 담겨 있는 작품입니다.”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의 말이다. 사진제공: 찬란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가 좀비 영화인 동시에 무대 뒤편의 모습을 그리며 장르 영화 자체를 향한 애정을 담아냈다면,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는 히어로 영화, 스파이 영화에 대한 제 애정이 담겨 있는 작품입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예측 불가능한 전개가 볼거리고요. 너무 놀라 기절하지 않도록 조심하셔야 돼요!? (웃음) 이 영화를 한국 관객 여러분께 소개할 수 있게 돼서 정말 기뻐요. 극장에서 뵙겠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한국 관객들에게 보내는 우에다 감독의 메시지에 유난히 힘이 실려 있었다. 하긴, 대중의 기대가 주는 중압감으로 인한 슬럼프에서 벗어나 막 신작을 발표하는 시점에 찾아온 코로나 19 사태는 그에게도 만만찮은 도전일 테다. 제 아무리 데뷔 2년 전 결혼식 하객들에게 “최고 걸작의 엔터테인먼트를 보여 드린다”며 애초 예산의 두 배를 쓰고, 11년 전 이미 히치하이크로 상경하는 자신의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며 영화감독의 꿈을 홍보하고 있었던 ‘긍정의 화신’이라 할지라도.

그래도 공연한 걱정은 하지 않기로 한다. 우에다 감독과 즐거운 대화를 이어가는 동안,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재미를 더하는 신작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처럼 지금 경험하고 있는 이 모든 상황들도 언젠가 그의 손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가 되어 돌아올지 모른다는 기대가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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