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 없이 레토릭만 남은 친이계의 '4대강 홍수통제 효과'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20.08.12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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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관측 이래 최장기간인 50일간의 장마가 이어졌고 일부 지역에 비가 집중되면서 전국 곳곳에 수해가 발생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정치권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효과를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시작은 정진석 미래통합당 의원이었습니다. 정 의원은 지난 9일 본인 페이스북에 “4대강 사업이 없었으면 이번에 어쩔 뻔 했느냐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4대강에 설치된 보를 때려 부수겠다고 기세가 등등합니다라며 홍수 피해와 4대강 수중 보를 연결지었습니다.

이후 야권에서는 주호영 원내대표, 무소속 권선동 홍준표 의원, 이재오 전 의원 등이 MB4대강 사업 효과를 강조하며 논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재오 전 의원은 “4대강 보 안 했으면 나라 절반이 물에 잠겼을 것이라고 주장을 했습니다. 반면 여권에서는 당권주자인 이낙연, 김부겸, 박주민 후보와 설훈 의원 등이 보수야당의 4대강 사업 옹호를 적극적으로 비판을 하고 나섰습니다. 환경단체도 4대강 보 때문에 오히려 홍수피해가 커졌다고 주장했습니다. 논란이 확산되자 문재인 대통령은 4대강 보와 홍수의 상관관계를 조사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수해가 소환한 4대강 사업,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선명성이 필요한 야당

미래통합당이 4대강 사업을 소환한데는 정치적 이유가 있습니다. 현재 미래통합당에선 롤모델로 삼을만한 정치인이 부재한 상황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농단으로 인해 탄핵당했고, 이명박 대통령 역시 뇌물수수와 배임,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4대강 사업을 소환한 것은 최소한 MB정권 정책이라도 긍정평가하고 복권을 해야지 향후 재집권을 하는데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번 수해가 문재인 정부가 대비를 안 해서 발생한 인재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MB 정권의 치적을 강조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4대강 사업에 대해 과도하게 거부감을 가져 치수사업을 등한시 했다는 이런 재해가 발생했다는 주장입니다. 야당이 태양광 난개발을 주장하며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탈원전과 에너지 전환을 선언한 문재인 정부가 산에다 무분별하게 태양광 발전 허가를 내줘서 이번에 산사태가 많이 났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2700곳의 산지 태양광 발전 시설 중 9일까지 피해를 입은 시설은 12곳으로 전체 태양광 발전 시설의 0.1% 비율입니다. 전체 산사태 발생 지역 1174곳으로 따지면 1% 정도입니다. 인과관계는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2. 부실한 근거, 헛도는 논쟁

보수야당이 수해 상황에서 4대강 사업 효과를 정치쟁점화했지만, 막상 4대강 사업으로 인해 홍수예방 효과가 있다는 구체적인 근거는 대지 못하고 있습니다. 야당의 주장 중 하나는 4대강 사업을 했다면 섬진강에 홍수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거란 겁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을 한 낙동강과 영산강에서도 침수피해가 발생했기에 이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보 설치가 홍수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야당 정치인의 주장 역시 구체적인 근거가 없습니다. 4대강 사업을 옹호하는 전문가들도 보 설치가 홍수예방에 결정적이라고 주장하기보단, 강 주변 정비와 제방보강으로 인해 4대강 사업의 효과가 검증됐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진보보수 할 것 없이 전문가들은 보 설치는 홍수예방에 별 도움이 안 되거나 아니면 물 흐름을 막아 홍수 위험을 가중시키는 구조물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나마 논쟁의 여지가 있는 것이 4대강 사업의 준설작업으로 물그릇을 키워 주변 범람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주호영 원내대표의 주장인데, 이 역시 증거제시 없는 주장에 그치고 있습니다.

4대강 사업의 홍수예방 효과에 대해 정치적 레토릭만 있다보니 논쟁 자체가 헛돌고 정치투쟁의 성격이 강해졌습니다. 권성동 의원이 자신 있으면 지금 즉시 4대강 보를 파괴하시고 그 결과에 책임지시라며 목소리를 높인 것이 대표적입니다반대급부로 재난마저도 정쟁화하느냐는 비판의 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3. 친이계의 복권

현재 미래통합당에선 계파라는 것이 무의미하지만 과거에는 분명 친박근혜계와, 친이명박계가 존재했습니다. 친이계의 경우 2012년 박근혜 대통령 대선 이후 당내 비주류가 됐고, 구심점이 사라지면서 그냥 비박계로 묶여서 불리기도 했습니다. 이번 수해 상황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사람은 보수야권에서도 모두 친이계로 분류되는 정치인입니다.

처음 이 문제를 제기했던 정진석 의원은 2010년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에 임명되어 정권재창출에 기여했습니다. 이재오 전 의원은 4대강 전도사라고 불릴 정도로 대표적인 친이계 정치인이고, 2008년 민정수석실 법무비서관으로 일했던 권성동 의원도 친이계이자 친이재오계로 분류되는 정치인입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으며 2009년 특임장관을 지낸 친이계이자 비박계 정치인입니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도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BBK 사건을 적극 옹호했고, MB정부 시절 한나라당 대표에 선출되며 비박계로 분류됐습니다.

현 상황에서 한때 친이계가 목소리를 높이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어찌됐든 2012년 이후 당내 주류는 친박계였는데, 이들은 상대적으로 TK기반 강경보수 색채를 띄고 있습니다. 반면 친이계는 상대적으로 온건보수였고, 경제나 실리를 추구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최근 미래통합당이 강경보수에서 중도보수로 노선 전환을 하고 사실상 친박계가 와해한 것이 이번에 친이계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친노가 친문으로 진화했듯이 친이계 역시 유력 정치인을 찾아 다른 이름의 계파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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