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경주에 맥스터 설치, 위법일까?

  • 기자명 배현정 기자
  • 기사승인 2020.08.21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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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정부는 경북 월성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한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이하 맥스터)을 경주에 건설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하지만 탈핵시민단체들은 꾸준히 맥스터 설치를 반대했고 추진절차도 위법이라고 주장해왔다.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이하 탈핵법률가모임)는 2020년 7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는 위법, 무효다. 대통령 직속기구로 재실시해야’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냈다. ‘핵쓰레기 월성임시저장소 추가건설반대 울산북구대책위원회’(이하 울산북구대책위원회) 이은정 대표는 지난 3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30km 반경 안에 있는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당연하다. 의견수렴에 있어서도 법 위반이다”라고 말했다.  맥스터 설치와 관련해 이들이 말하는 위법 사항이 사실인지 〈뉴스톱〉이 확인했다.

 

사용후핵연료, 맥스터, 시민참여단이란 무엇인가

사용후핵연료란 원자로에서 전기를 생산하고 배출된 핵연료로, 높은 준위의 방사선과 열을 방출하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다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이하 재검토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에 설치된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포화율은 높은 수준을 보인다. △월성 원전 92.31% △한울 원전 82.13% △고리 원전 78.98% △한빛 원전 71.38% 등이다. 핵폐기물이 계속 배출돼 각 원전 내 임시저장시설에 사용후핵연료가 포화한다면, 핵폐기물을 처리할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맥스터(MACSTORㆍModular Air Cooled STORage)는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로 습식이 아닌 건식 저장시설이다. 사용후핵연료는 매우 뜨거운데, 이를 식히기 위해서 습식저장시설에 먼저 보관해 냉각시킨 후 건식저장시설로 옮기게 된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 마련을 위해 작년 5월부터 공론화를 시작했다.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안에 대해 전국적인 여론을 수렴하는 기구인 재검토위를 출범했다.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에 대해 국민의 충분한 의견 수렴과 사회적 합의를 형성하기 위해 재검토위를 구성한 것이다. 재검토위는 2020년 4월 17일부터 전국과 원전 소재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중장기정책과 원전 내 임시저장시설 추가 확충에 대한 의견수렴을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전국민 시민참여단을 대상으로 종합토론회가 2차에 거쳐 진행됐고, 경주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시민참여단을 구성해 세 차례의 공론조사가 진행됐다.

 

① 방폐물유치지역법 제18조에 근거해, 경주에 맥스터 건설 못 한다? → 판단보류

탈핵법률가모임은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유치지역인 경주에 사용후핵연료 관리시설을 건설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중ㆍ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의 유치지역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 18조에 따르면 〈원자력안전법〉 제2조제 5호에 따른 사용후핵연료의 관련시설은 유치지역에 건설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돼 있다. 경주는 방폐장이 설치된 지역이기 때문에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유치지역에 속한다. 

그렇다면 해당 법조항에서 말하는 '사용후핵연료의 관련시설'에 맥스터가 포함될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사용후핵연료 관련시설에 맥스터가 포함 안되는 것이 이상하다. 하지만 〈원자력안전법에서 사용후핵연료의 관련시설에 대해 따로 정의해두지 않았다. 따라서 사용후핵연료 관련시설에 맥스터가 포함되는지 여부를 현재로서는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사용후핵연료 관련시설에 맥스터가 포함된다면, 〈중ㆍ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의 유치지역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 18조에 따라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유치지역인 경주에 맥스터를 설치하지 못한다. 이미 탈핵법률가모임에서 소송을 제기한 상태라 추후 법정에서 시비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② 시민참여단에 울산 주민 포함 안 된 것은 위법? →  판단 보류

재검토위는 맥스터 추가 확충을 위해 시민참여단을 구성했다. 시민참여단은 경주 지역 주민만 포함돼 있다. 이에 ‘핵쓰레기 월성임시저장소 추가건설반대 울산북구대책위원회’ 이은정 대표는 재검토위의 결정이 부당하다며 목소리를 냈다. 〈뉴스톱〉과의 인터뷰에서 울산북구대책위원회 이은정 대표는 “맥스터는 중대한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시설”이라며 “경주는 지진에 취약한 지역으로, 방사선비상계획구역 내 지역주민이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월성핵쓰레기장 건설 반대 주민투표 울산운동본부 제공

 

재검토위는 경주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공론조사를 진행했다. 재검토위 이윤석 대변인은 "30km 범위에 위치한 주민을 대상으로 시민참여단을 구성하면, 인구비율을 고려할 때 경주 지역 주민이 차지하는 비율이 낮아진다"라며 "지역 주민의 목소리가 작아지고, 대도시의 의견이 과대 표집되는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울산을 시민참여단에서 제외했다"라고 전했다.

그런데 시민참여단을 구성할 때, 의견수렴을 위해 주민 범위를 규정한 현행법은 없다. 하지만 〈원자력안전법〉에 근거하면 울산 주민이 포함되어야 할 당위성을 가진다. 〈원자력안전법〉 103조에 따르면,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할 때 위원회가 정하는 범위의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해당 평가서에 그 내용을 포함시켜야 한다. 위원회가 정하는 범위는 비상계획구역내의 주민 및 비상계획구역 경계를 포함한 읍,면,동 주민을 말한다.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는 사용후핵연료와 같은 시설을 설치할 때, 주민의견을 수렴하는 자료다. 따라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에 사용되는 의견 수렴 범위를 따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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