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집회'로 코로나19 확산...전광훈에 요동치는 정치권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20.08.17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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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인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는 대규모 반정부 집회가 열렸습니다. 보수단체 일파만파와 4.15부정선거국민투쟁본부는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과 중구 을지로입구역 앞에서 정부 여당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습니다. 앞서 서울시가 집회금지 행정명령을 내렸지만 집회 전날 법원이 주최측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집회가 가능해졌습니다. 일파만파측은 집회에 100명이 참가한다고 신고를 했지만 이를 훌쩍 넘어섰습니다. 서울 중심가 보수단체 집회 인원은 2만명이 넘어선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광훈 목사가 소속된 사랑제일교회 소속 신도들도 대규모 집회에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문제는 이들 중 상당수가 코로나19 확진자이거나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들이라는 겁니다. 방역당국은 16일까지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 확진자가 193명이라고 어제 밝혔습니다. 파장 일으킨 전광훈 주말 집회,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꼼수 집회에 일파만파

당초 전광훈 목사측은 서울 경복궁역 앞에 집회를 신청했지만 법원은 집회를 불허했습니다. 그러자 전목사 측은 꼼수를 동원했습니다. 100명 모인다고 신고한 보수단체 일파만파의 집회 단상을 빌렸고, 사랑제일교회 신도들을 포함해 참가자들은 경복궁역 대신 광화문 사거리로 모인 겁니다. 사랑제일교회측은 14일부터 신도들에게 집회에 참가하지 말라는 문자를 보냈다고 주장했지만 집회 당일 사랑제일교회 대표전화에는 정오 광화문역 6번출구에서 집회가 시작된다는 음성 안내가 나왔습니다.

15일 정오가 되자 광화문역 인근에는 이 교회 신도들의 관광버스 수십대가 도착했습니다. 통제를 하려는 경찰과 곳곳에서 충돌이 빚어졌습니다. 일부 시위대는 저지선을 뚫고 정부청사를 지나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했습니다.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주도하는 4.15부정선거국민투쟁본부도 이날 오후 1시쯤 을지로입구에서 집회를 시작했습니다. 일부에서는 둘러앉아 음식을 나눠먹는 장면이 포착됐고, '코로나에 걸리라'며 바닥에 침을 뱉는 모습까지 화면에 잡히기도 했습니다. 집회에 참석한 이들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의 성추문을 규탄하며 대통령 퇴진을 외쳤습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지난 14103, 15166, 16279명으로 급증하고 있습니다. 광복절을 맞이해 정부에 불만을 품은 보수진영에서 집회를 열었는데 1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온 사랑제일교회 신도들이 광화문에 집회에 대거 참여하면서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같은 날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가 서울 여의도에서 집회를 열었는데 사랑제일교회 확진자가 전날 음향장치를 설치하러 간 것도 확인돼 그야말로 일파만파인 상황입니다.

 

2. '바이러스 테러'에 당했다는 전광훈

전광훈 목사는 광화문 집회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광화문 집회에 코로나19 증상이 있는 교인은 나오지 말라고 했냐'는 질문에 이미 조치가 다됐다. 또 하나는 뭐냐면 이번에 바이러스 테러를 당했다고 말했습니다. 전 목사는 영상을 지금 분석하고 있는데, 우리가 걸릴 수가 없다"면서 "우리는 집회 참석할 때마다 전부 검진 다 하고, 전부 일대일로 다 (검진)하고 했는데, 지금까지도 안 걸렸는데, 이건 분명히 외부 바이러스 테러가 온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전 목사는 교회 차원의 코로나 19 대응 조치와 관련해 "검사받은 사람, 자기 자신이 조금 의심되는 사람도 자가격리했다""우리는 정부보다 더 강력하게 끝내려고 한다. 어떻게 (코로나 19 감염사태를) 끝내는지 시범을 한번 보이려고 한다"라고도 주장했습니다.

전 목사가 바이러스 테러를 언급한 것은 자신과 교회로 쏟아지는 코로나19 방역 실패에 대한 비난을 돌려보려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집회 전날인 14일까지 사랑제일교회에선 40여명의 확진자가 나왔으나 교회측은 15일 광화문 집회 참석을 독려했습니다. 전광훈 목사가 사태가 이 지경이 될 것을 미리 알고도 집회참여를 독려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검찰은 16일 오후 전광훈 목사 보석 취소를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전광훈 목사에게 위법한 집회 시위에 참석해선 안된다는 조건으로 보석을 허가해 준 바 있습니다.

 

3. 전광훈에 요동치는 정치권

정부여당은 전광훈 목사를 성토하며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감염위험이 있음에도 대규모 집회를 강행한 보수단체와 전광훈 목사를 향해 국가방역 시스템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며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용서할 수 없는 행위다. 대단히 비상식적인 행태라고 비판했습니다. 당대표에 출마한 이낙연, 박주민 후보는 전광훈 목사 재구속을 요구했습니다.

박범계 의원은 페이스북에 과연 통합당의 메시지가 나올까라며 통합당의 태도를 문제삼았습니다. 미래통합당은 공식적으로는 이번 집회와 선을 그었지만, 민경욱 전 의원이 을지로일대 집회를 주도했으며 김진태 전 의원과 홍문표 의원도 집회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최고위원에 출마한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통합당 인사의 제명을 촉구하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미래통합당은 태극기 집회와는 거리를 두고 중도보수 노선으로 간다는 방침은 확고합니다만, 여당의 공세가 당혹스러운 상황입니다. 통합당 송파병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전광훈 목사도 잘못이지만, 그렇다고 민심 이반에 코로나 2차 감염 상황을 정부가 마녀사냥식으로 책임전가하는 건 오바"라고 밝혔습니다전광훈이 주도한 이번 집회가 오히려 통합당을 궁지에 몰고 민주당을 도와주는 역설적 상황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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