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이 찾던 '70년대생 경제통' 홍정욱의 정계복귀 암시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20.08.27 09:1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간 즐거웠다이 말 한마디에 어제 정치권이 요동쳤습니다. 홍정욱 전 한나라당 의원은 26일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그간 즐거웠습니다. 항상 깨어있고, 죽는 순간까지 사랑하며 절대 포기하지 마시길. 여러분의 삶을 응원합니다. It’s been a joy. Thank you.”라는 글과 함께 운동복 차림으로 산을 오르기 전에 뒤를 돌아보는 자신의 사진을 올렸습니다.

이에 앞서 홍 전 의원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대자연 환경보호 의미를 담은 사진과 관련 제품 사진을 모두 정리했습니다. 지난 24일에는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을 정장차림 모습으로 변경하기도 했습니다. 홍 전 의원은 2015년부터 친환경 먹거리를 추구하는 올가니카 회장으로 재직중이며 지난해에는 17년간 역임했던 언론사 헤럴드 회장직에서 물러났습니다. 최근 SNS 사진 교체는 기업인에서 정치인의 길로 돌아서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정계복귀설이 나오면서 주식시장에선 소위 홍정욱 테마주로 알려진 구 부산방송, KNN 주가가 전날대비 21.58% 급등했습니다. 홍 전 의원 누나가 올 3월까지 공동대표를 맡았던 부산글로벌빌리지(BGV) 지분을 KNN50% 보유하고 있어서인데 지금은 홍 전 의원과 관련이 없음에도 테마주로 분류된 겁니다. 정계복귀설 홍정욱,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홍정욱 전 의원의 인스타그램
홍정욱 전 의원의 인스타그램

 

1. 70년대생 젊은 경제통 보수

김종인 미래통합당이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4월 보수진영의 차기 대선 주자로 70년대생 40대 젊은 경제통 보수를 언급하면서 분란이 벌어진 바 있습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특정인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는데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이 홍정욱, 김세연 두 전직 의원이었습니다.

홍 전 의원은 1970년생으로 올해 만 50살입니다.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 로스쿨을 졸업했고 30대에 언론기업 헤럴드를 인수해 언론사 CEO가 됐고 자연주의 식품기업 올가니카를 창업하기도 했습니다. 김종인이 찾던 찾던 인물 조건에 맞아 떨어집니다. 게다가 홍 전 의원은 박근혜 정부때 정치권을 떠나 있었기 때문에 탄핵 책임론에서도 자유롭습니다.

홍 전 의원은 대선보다는 서울시장에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대선에 나오기엔 정치적 중량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서울시장을 한번 한 뒤 2027년 대선을 노릴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미래통합당이 예고한 미스터트롯식 경선도 홍 전 의원에게 유리한 방식입니다. 현행 당원 50% ,여론 50% 경선룰이 100% 국민 여론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럴 경우 대중적 인지도가 높고 외모도 수려한 홍 전 의원이 상당히 유리할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자녀의 마약 유죄 확정입니다. 그동안 정계활동을 자제했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향후 이 부분에 대한 국민여론이 어떨지, 정치재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게다가 본격 검증국면에 들어가면 거품론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2. 2011년 보궐선거 데자뷰

홍정욱 전 의원은 아직 공식적으로 정계복귀나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화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내년 서울시장에 출마하는 것을 가정할 때 10년 전 상황과 비교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2021년 보궐선거는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여러모로 닮은 점이 많습니다.

첫째, 현직 서울시장의 귀책으로 인해 보궐선거가 열린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2011년에는 오세훈시장이 추진한 무상급식 투표 부결로 인한 중도사퇴로 보궐선거가 열렸고 2021년에는 성추행 의혹을 받은 박원순 시장 사망으로 인해 선거가 열립니다. 이 경우 전직 시장이 소속된 당의 후보가 불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둘째, 대통령이 임기 4년차에 돌입합니다. 2011년엔 이명박 정부 4년차였고, 내년엔 문재인 정부 만 4년차입니다. 서울시장 선거는 대통령 지지율과 강하게 연동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4년차엔 일반적으로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기 때문에 집권 여당 후보가 불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역대 서울시장 선거를 보면, 대통령 지지율이 높은 임기 초반에는 대체로 여당이 승리했습니다. 1998년 고건(김대중 1년차 지지율 62%)과 2018년 박원순(문재인 1년차 지지율 60%)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면 어김없이 야당이 승리했습니다. 1995년 첫 지방선거 당시 3년차 김영삼 정권 지지율은 28% 안팎이었는데 민주당 조순 후보가 당선이 됐습니다. 2002년 김대중정부 5년차(지지율 26% 안팎)에는 한나라당 이명박이, 2006년 노무현정부 4년차(지지율 20% 안팎)엔 한나라당 오세훈이, 2011년 이명박 4년차(지지율 32% 안팎) 보궐선거에선 무소속 박원순이 당선됐습니다. 내년 4월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서울시장 선거의 당락에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입니다. 

셋째, 서울시장이 야당 부활의 베이스캠프가 될지 지켜봐야 합니다. 이명박 정권 당시 '친노책임론'으로 지지부진하던 민주당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뒤 다음해 대선에선 패배했지만 서울시를 거점으로 삼아 6년뒤인 2017년에 정권을 탈환했습니다. 탄핵책임론에 시달리는 미래통합당도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뒤 이를 베이스캠프로 삼아 2022년 혹은 6년뒤인 2027년 대선에서 정권을 교체하는 목표를 가질 것입니다. 이런 중요성을 감안할 때 여야 모두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 올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3. 매치업의 고민

역대 여야 서울시장 후보는 매치업에서 '상성'이란 것이 있었습니다. 대체로 서울시장선거에선 실용주의 노선 정치인 혹은 비정치인이 직업 정치인을 이겨왔습니다. 2002년 김민석 대 이명박 2006년 강금실 대 오세훈 2010년 오세훈 대 한명숙. 2011년 보궐선거에선 박원순 대 나경원 2014년엔 박원순 대 정몽준, 2018년엔 박원순 대 김문수 매치업을 보면 그 경향성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지금 여당내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 대부분 직업정치인 이미지가 강하다는 점입니다. 우상호 의원, 박영선 중기벤처부 장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박주민 의원 등입니다. 만약 홍정욱 전 의원이 야권 서울시장 후보로 나올 경우 위에 언급된 사람들은 매치업 상성이 딱히 좋지 않습니다. 아직 내년 보궐선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고 민주당은 새 당대표도 선출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홍정욱 전 의원이 출마할지 여부도 확실치 않습니다. 그렇지만 위에서 봤듯이 부산시장 선거는 물론 서울시장 선거도 여권에 전체적으로 불리한 구도로 짜여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물에서나마 우위를 가져가는 전략을 민주당이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