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딸 세브란스 인턴요청 기사, 못 찾겠다”는 조선일보

  • 기자명 권성진 기자
  • 기사승인 2020.08.28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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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조국 전 장관이 첨부한 조선일보 기사가 화제가 되고 있다. 조 전 장관은 “조작기사라면 처벌받아야 한다”며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조선일보 기사가 맞는지 뉴스톱이 조선일보에 확인을 요청했으나 구체적인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조 전 장관의 소셜미디어 모습
조 전 장관의 소셜미디어 모습

사건의 경위는 이렇다. 조국 전 장관이 29일 오전 “의사 및 의대생 단톡방에 대거 회람되고 있는 신문기사입니다”라며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조선일보의 기사를 첨부했다. 사진 속 기사 제목은 <조민, 세브란스병원 일방적으로 찾아가 "조국 딸이다, 의사고시후 여기서 인턴하고 싶다">였다. 바이라인에는 박상현 기자, 황지윤 기자라고 표기돼 있다. 둘다 조선일보에 근무하는 기자다. 기사 내용은 조국 딸 조민씨(29)가 실기시험을 앞두고 신촌세브란스 병원에 찾아가 담당 교수를 만나 인턴의사를 밝혔다는 내용이다. 해당 기사는 조씨를 면담한 피부과 과장급 A 교수의 말도 소개했다. 기사는 “피부과 A 교수는 ’세브란스에 연고가 없는 조씨가 갑자기 우리 병원을 찾아와 당황스럽고 부담스럽다‘는 뜻을 밝혔다”고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조국 전 장관은 “제 딸은 세브란스 병원을 방문한 사실 자체가 없으며, 병원 관계자 누구도 만난 적이 없습니다. 이하가 신문 기사가 맞다면, 두 기자가 민형사적 책임을 져야 합니다. 만약 조작기사라면 조작자가 처벌받아야 합니다”고 밝혔다. 조국 전 장관은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금 전 올린 제 딸이 세브란스 병원 피부과를 찾아가 인턴을 부탁했다는 완벽한 허위기사가 실린 오늘 8.27.자 <조선일보> 종이신문 원본을 확보했습니다. <조선일보> 및 박상현, 황지윤 두 기자에게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묻겠습니다"라고 적었다. 

해당 기사가 나온 신문의 모습
해당 기사가 나온 신문의 모습

조선일보 8월 28일자 신문을 캡처한 여러 사진을 종합해보면, 조선일보는 초판(가판)에 조민씨 기사를 게재했으나 이후 수도권판에서는 해당 기사를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 원래 일간지는 여러 차례 인쇄를 하며 회사에 따라 많게는 대여섯번 인쇄를 한다. 이를 신문업계에서는 판갈이라고 보통 부른다. 전날 저녁에 찍은 신문은 인쇄공장에서 먼 지역에 보낸다. 수도권 신문의 경우 전날 오후 11시에서 다음날 새벽 2시 사이에 인쇄를 해 배달하기도 한다. 판갈이 할 때마다 지면에 들어가는 기사가 바뀌는 일은 흔한 일이다. 조선일보는 가판에 기사를 실었지만 취재가 부실해 기사가 문제가 될 것을 인지하고 기사를 아예 빼버린 것으로 보인다.

여러 정황을 볼 때 조선일보 기사의 취재가 부실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정기양 연세대학교 의대 피부과 교수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렸다. 그는 “우리 교수들 모두에게 확인해본 결과 아무도 만난 사람이 없다고 하니 제보가 그렇게 믿을만하면 차라리 조민 당사자에게 확인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우리 피부과 교수 모두 조민의 발뒤꿈치도 본 적이 없는데 어느 익명의 제보자의 헛소리 한 마디에 우리 교실이 인구에 회자되는 것도 불쾌”라고 했다. 그는 “졸업도 안 하고 국가고시도 통과하지 않은 학생이 혹시라도 피부과교수에게 인사를 한다고 해도 전공의 선발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는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정기양 교수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쓴 글
정기양 교수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쓴 글

하지만 이미 이 기사는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 널리 퍼진 상태다. 강용석씨는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를 통해 해당 주장을 소개하며 “그 와중에도 조국과 조민 이 가족은 자기들의 계획을 차분히 차근차근히 진행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고 했다. 유튜브 ‘조국딸조민 의사면허TV’에서도 해당 내용을 유포하고 있다. 

그런데 이 기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자가 직접 확인한 것이 하나도 없다.  "~했다는 것이다" "~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전언만 가득하다. 이 기사가 사실이라면 팩트확인을 전혀 안하고 풍문으로만 쓴 부실한 기사인 것이다. 결정적으로 조국이나 조민 등 당자사의 반론이나 해명이 전혀 없다.  만에 하나 이 기사의 내용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사실확인도 안한 질나쁜 기사임에는 틀림없다. 조선일보가 이 기사를 쓴 것이 사실이라면 사람들이 가짜뉴스 유포자라고 비판해도 할 말이 없는 것이다. 

<뉴스톱>은 해당 사실을 접하고 사실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조선일보 편집국 사회부와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다. 전화를 받은 사회부 기자는 “10분 쯤 뒤에 담당자가 올 것이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조선일보의 점심시간이 지나 다시 전화를 연결했을 때는 “해당 사안은 독자센터로 연결해야 한다”고 하며 독자센터로 전화를 연결시켰다. 하지만 독자센터에 해당 기사의 출고 여부를 묻자 담당자는 “기사를 찾을 수가 없다”고 했다. 메모를 남겨 답을 받고 싶다고 하자 “메모는 확실하게 전달하겠으나 답을 들을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신문사에는 전날 인쇄한 모든 신문 판본이 항상 남아있다. 확인할 수 없다는 건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다. 내부에서 대응방안을 조율하기 위해 시간을 번 것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

*기자 작성: 권성진, 에디팅: 김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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