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조기 승인이 우려되는 이유

  • 기자명 박한슬
  • 기사승인 2020.09.08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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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속도를 올리고 있지만, 최근 코로나19 재감염 사례가 각국에서 보고되며 백신 개발이 코로나 종식을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코로나 재감염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백신 접종 시에 우리 몸에서는 어떤 반응이 나타나는지를 정리했습니다.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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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에도 범주가 있다

면역(immunity)이란 뭘까요? 일반적으로 특정 미생물에 대해 면역을 가졌다는 건 특정 미생물이 인체에 침입할 시, 이를 격퇴하여 병에 걸리지 않는 능력을 갖췄다는 의미로 통용됩니다. 그래서 특정한 감염성 질환을 한 번이라도 앓았거나, 백신을 이용해 예방접종을 하는 경우 그 질환에 면역이 생겼다고 얘기를 하죠. 그런데 구체적으로 짚어보면 면역에도 나름의 범주가 있습니다. 미생물을 격퇴할 능력을 갖췄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이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격퇴하는지와 면역 능력의 지속기간에는 차이가 있거든요.

첫 번째는 면역의 지속기간에 따른 범주 구분입니다. 감염에서 회복된 직후 혹은 백신을 접종한 직후 면역이 생기면, 이 면역은 얼마나 지속될까요? 정답은 ‘경우에 따라 다르다’입니다. 면역의 핵심은 ‘기억세포(memory cell)’라 불리는 면역세포들입니다. 우리 몸에 외부 미생물이 침입하면 면역세포들은 이에 대응하여 여러 가지 방어수단을 사용하는데, 그렇게 전쟁을 한 번 치르고 나면 일부 면역세포는 침입자에 대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기억세포로 전환되어 다음 전쟁에 대비합니다. 그래서 해당 미생물이 침입할 시 감염을 쉽게 막을 수 있는 거죠.

문제는 이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억세포의 수명이 감염을 일으킨 미생물(세균, 바이러스 등)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물론 침입한 미생물의 양이나 빈도에 따라서도 매우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가령 우리가 매년 접종하는 인플루엔자 백신의 경우, 백신 접종으로부터 12주가 지나면 백신 접종의 효과가 약 50% 수준으로 감소하게 됩니다. 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한 사람이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서 인플루엔자에 감염될 가능성이 50% 정도만 낮다는 겁니다. 반면에 어릴 때 접종하는 홍역의 경우, 홍역을 앓거나 홍역 백신을 접종하는 경우 기간에 무관하게 평생 지속되는 면역을 얻을 수 있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벌어지는 걸까요?

과학자들이 많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뾰족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몇 가지 영향요인은 밝혀냈습니다. 우선 짧은 기간에 접촉 빈도가 높으면, 다시 말해 1차 접종 후 적절한 기간 내에 2차 접종을 하는 경우 면역의 강도와 기간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죽은 미생물이나 미생물의 일부를 백신으로 주입하는 것보단, 살아있는 미생물의 형태로 백신을 접종할 때 면역의 강도와 기간이 더 길어진다는 점입니다. 현재 과학자들은 코로나19를 일으키는 SARS-CoV-2 바이러스의 경우, 면역이 생기더라도 면역이 시간에 따라 감퇴하는 면역약화(waning immunity)의 범주에 포함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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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이 있어도 감염의 정도는 달라져

두 번째는 면역의 강도에 따른 범주 구분입니다. 앞서 면역의 핵심은 기억세포라고 불리는 면역세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기억세포는 본인이 기억하고 있던 미생물이 인체에 다시 침입하는 경우, 이에 대응할 수 있는 항체(antibody)를 생성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때 생성된 항체가 실제로 감염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격퇴할 수 있는지는 미생물의 종류에 따라서도 다르고, 백신에 따라서도 다릅니다. 심지어는 환자 개개인에 따라서도 조금씩 차이가 발생하죠. (뉴스톱 기사 '코로나19 항체치료제, 어디까지 왔나' 참고)

가장 이상적인 건 면역계가 생성한 항체가 별다른 인체 영향 없이 미생물을 완전히 격퇴하는 것이지만, 코로나19는 그보다는 강도가 낮은 면역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큽니다. 코로나19 감염 자체는 막아내지만, 격퇴에 시간이 걸려 ‘가벼운 감기 증상’과 같은 정도의 질환을 앓는 것입니다. 인플루엔자 백신의 접종 효과가 시간에 따라 점차 감소하긴 하지만 접종 시에는 이와 같은 방식으로 면역이 작동하여 실제로 인플루엔자에 걸리더라도 가볍게 앓고 지나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코로나19 백신이 시간에 따라 접종 효과가 감소하더라도 접종하는 것이 바람직한 이유죠.

문제는 이런 긍정적인 형태의 항체 작용만이 아니라, 부정적인 형태의 항체 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항체의 영향으로 면역 과민반응이 발생하면 과활성화된 면역계가 오히려 인체에 해를 끼치는 면역 증강(antibody-dependent enhancement) 현상이 발생할 수 있거든요. 가령 1980년대 에이즈가 발견된 후 에이즈를 유발하는 HIV에 대한 백신을 개발하려는 시도는 무척 많았지만, 아직 성공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여기에는 HIV의 변이가 너무 빠르다는 점도 한몫을 했지만, HIV가 속한 분류군의 바이러스들이 면역 증강으로 인해 더 치명적인 결과를 낼 수 있어 백신 접종이 위험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코로나19는 어떨까요?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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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재감염 사례, 의도치 않은 백신 위험성에 대한 경고

재감염(reinfection)이란 같은 병원체가 다시 감염을 일으키는 것을 말합니다. 가령 홍콩에서 보고된 환자의 사례를 살펴보면, 33세의 홍콩 남성은 올해 3월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완치되었습니다. 그런데 약 5개월이 8월경, 해당 남성이 다시 코로나와 유사한 증상을 보여 검사를 해보니 다시 코로나 확진 판정이 나온 겁니다. 이 경우 가능성은 두 가지였습니다. 그가 이전에 받았던 완치 판정이 불완전한 것이어서 3월부터 쭉 감염된 상태로 있었거나, 아니면 8월에 새로 감염이 된 것이죠. 그런데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분석해보니 해당 남성이 3월에 감염되었던 코로나19 와는 약간 다른 바이러스임이 확인됐습니다. 재감염이 명확한 겁니다.

이 환자의 사례를 볼 때, 코로나19에 대한 면역은 ‘기간’의 측면에서 5개월 이상 가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기존에도 코로나 면역의 지속기간이 3개월 정도일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되었는데, 이에 부합하는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다음으로는 면역의 강도인데, 홍콩에서 재감염이 확인된 환자는 중증으로 전환되지 않고 비교적 경미한 증상을 보이다 회복되었습니다. 즉 약간 강도가 낮긴 하더라도 경미한 질병 증상을 겪다 회복될 정도의 면역은 발동하고 있다는 것이죠. 문제는 미국과 이탈리아에서 보고된 재감염 사례입니다.

두 사례에서 환자들은 첫 감염 때보다 더 심한 증상을 겪었습니다. 25세이던 미국인 재감염 환자는 젊은 나이임에도 사망에 이르렀고, 84세의 이탈리아 여성은 첫 감염 시 자가격리 중 회복되었으나 2차 감염 시 입원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증상이 악화 되었습니다. 앞서 설명했던 항체에 의한 면역 증강 현상의 전형적인 예인 겁니다. 이 사례들을 종합할 때, 코로나에 대한 면역은 3개월 정도 지속되는 것으로 추정되며(이탈리아 재감염 환자는 3개월 만에 감염) 경우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면역 증강 반응으로 인해 재감염 시 목숨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지시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현재는 백신을 서둘러서 개발하고 승인받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지만, 만약 백신 접종으로 인해 형성되는 항체가 면역 증강을 유발한다면 백신 접종자들이 오히려 더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죠.

중국러시아에서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백신을 임상적 검증의 최종 단계인 임상3상 시험도 거치지 않고 자국민에게 투여하는 중이고, 미국 식품의약청(FDA) 역시 백신의 조기 승인 압력을 강하게 받고 있습니다. 백신 개발의 속도도 중요하겠지만, 백신 투여로 인한 면역 증강 등의 부작용이 발생한다면 백신 접종이 오히려 건강에 큰 악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각국의 백신 조기 승인에 우려를 표하고 있지만, 코로나를 조기 종식해야 한다는 정치적 압력 앞에는 무력해 보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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