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트럼프 " 내 몸 속엔 DNA가 아닌 USA가 흐른다"

  • 기자명 이나라 기자
  • 기사승인 2020.10.0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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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을 받았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흘 만에 퇴원해 집무실로 돌아왔다. 지난 4일에는 자신의 트위터에 4분 남짓의 동영상을 올리며 "병원에 도착했을 때 몸이 안 좋다고 느꼈지만, 지금은 한결 나아졌다"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아직 완치 판정을 받지 못한 상태지만,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와의 여론조사 격차가 점차 큰 폭으로 벌어지면서 조급함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DJ FOLK 트위터 갈무리
DJ FOLK 트위터 갈무리

그런데 트럼프의 영상이 공개된 이후, 트위터를 비롯한 각종 SNS에서는 자막이 입혀진 영상 캡처본이 돌기 시작했다. 자막에는 "The doctors said they've never seen a body kill the Coromavirus like my body. They tested my DNA and it wasn't DNA. It was USA."라고 적혀있다. 해석하자면, "의사들은 내 몸처럼 코로나 바이러스를 죽이는 것을 본 적 없다고 말했다. 그들은 내 DNA를 검사했는데, 그것은 DNA가 아니었다. 미국(USA)이었다"는 뜻이다.

대통령의 발언이라기엔, 너무나 얼토당토않은 궤변이다. 그러나 평소 트럼프는 코로나19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발언하거나, 공식 석상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는 등 코로나 바이러스의 심각성을 경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는 일관적으로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이어오기도 했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트럼프가 해당 발언을 했다는 데 일말의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트럼프라면 충분히 할 만한 발언이라는 것이다. 트럼프는 진짜 자신의 몸 속에 흐르는 게 DNA가 아닌 USA라고 말했을까. <뉴스톱>이 팩트체크 했다.


 

 

해당 사진은 지난 4일 트럼프의 트위터에 올라온 영상의 캡처본이다. 코로나 확진을 받은 후 병원에 입원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영상에서 넥타이를 하지 않은 양복 차림으로 등장했다. 다소 수척해진 모습의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나는 돌아가야 한다"며 "향후 며칠간이 진정한 시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곧 돌아갈 것으로 본다"면서 "(대선을 위한) 캠페인을 처음 방식 그대로 완수하기를 고대한다"고 덧붙였다. 함께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부인 멜라니아 여사의 근황에 대해서도 "멜라니아는 아주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상 어디에도 트럼프의 "그것은 DNA가 아니었다. 미국(USA)이었다"는 발언은 찾아볼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 발언들을 검색 가능한 데이터베이스로 공개하는 사이트인 'Factba.se'에 'DNA'를 검색한 결과, 트럼프가 마지막으로 'DNA'가 포함된 발언을 한 건 지난 1월 6일 방송인 러시 림보(Rush Limbaugh)와의 인터뷰에서였다(14분 52초~15분 2초 인터뷰 참고). 즉, 사진 속 자막은 실제로 트럼프가 한 발언이 아니다.

iFunny 웹사이트 갈무리
iFunny 웹사이트 갈무리

SNS에서 떠돌았던 캡처본은 누군가 재미를 위해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구글 이미지 검색을 해보니, 인터넷 상의 밈(Meme)을 소개하는 웹사이트인 'iFunny'에 해당 캡처본과 함께 두 장의 캡처본이 더 올라와 있었다. 세 장의 사진 속 자막을 모두 해석하면, "나는 단지 여러분에게 모든 걸 말해주고 싶다.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의사들은 내 몸처럼 코로나 바이러스를 죽이는 것을 본 적 없다고 말했다. 그들은 내 DNA를 검사했는데, 그것은 DNA가 아니었다. 미국이었다./그들은 조 바이든이 이 바이러스에 걸렸다면 지금쯤 여러 번 죽었을 거라고 했다. 그의 아들 역시 죽었을 것이다. 모든 민주당원 역시 마찬가지다."라는 뜻이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이후에도 이를 가볍게 여기는 트럼프를 비판하기 위함인지, 단순히 재미를 위한 것인지, 만든 이의 의도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트럼프가 이런 황당한 말을 했다는 것에 대해 아무도 위화감을 느끼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미국에서는 약 3만 명의 팔로워를 가진 미국의 DJ가 자신의 트위터에  해당 캡처본을 올리는 등, 이미 트럼프가 해당 발언을 했다는 것이 기정사실로 된 상태다. 다수의 국내 커뮤니티에도 해당 캡처본이 올라왔는데, 댓글들 역시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평소 트럼프의 기상천외한 행동과 발언에 전 세계인들이 일종의 면역력이 생긴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트럼프는 코로나19에 확진된 이후에도 납득하기 어려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완치 판정을 받지도 않은 상태에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위한 깜짝 퍼레이드를 벌이며 빈축을 사기도 하고, 백악관에 돌아와 보란 듯이 마스크를 벗은 후 거수경례를 하기도 했다. 심지어 아직 코로나19를 완전히 극복하지도 않았는데 '코로나 극복 기념' 100달러(약 11만5천 원) 기념주화를 만들 것이라는 보도가 전해지며 전 세계적인 비난을 받고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공포심을 낮추고, 자신의 건강을 강조하는 것이 지지율 상승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정치적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750만 명을 앞두고 있고, 사망자는 벌써 20만 명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가 지속적으로 코로나19를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여기는 행동과 발언을 하는 것은, 대통령이 나서서 국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It wasn't DNA. It was USA"라는 발언은 실제로 트럼프가 한 말은 아니다. 그러나 트럼프가 이런 황당한 발언을 했다는 것을 모든 사람들이 일말의 의심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다. 최근 WHO가 "전 세계 인구의 10%가 코로나19에 감염됐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를 대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진지한 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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