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스티브 승준 유'와 '유승준' 중 어느 것이 맞나?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0.10.15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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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종화 병무청장이 병역 면탈로 입국이 금지된 가수 유승준(44)의 입국금지가 계속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13일 재확인했다. 

이날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 병무청 국정감사에서 관련 질의를 받고 "유승준이라는 용어를 쓰고 싶지 않고 (정확한 명칭은) 스티브 유라고 생각한다"며 "스티브 유는 숭고한 병역 의무를 스스로 이탈했고, 국민에게 공정하게 병역의무를 이행한다고 누차 약속해놓고도 그것을 거부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에 대해 유승준은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유승준이 아닌 스티브 유로 불려도 저의 뿌리는 대한민국에 있고, 고국을 그리워하는 많은 재외동포 중 한 사람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자신이 스티브 유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 반대한 것은 아니지만, 유승준이란 이름에 애착을 보인 것이다. 한국 국적을 포기한 재외동포의 이름을 한국명 혹은 외국명 중 어느 것으로 불러야 하는 것이 맞는지 뉴스톱이 확인했다.

 

①스티브 승준 유? 유승준?

먼저 유씨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살펴보자. 유씨가 LA총영사관의 비자발급거부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냈던 그 소송이다. 판결문에 원고는 '스티브 승준 유(한국명: 유승준)'으로 표기돼 있다. 대한민국 대법원은 유씨의 이름을 '스티브 승준 유'로 인식하고 있다. 공식 이름은 '스티브 승준 유'인데 이중에서 '승준'은 소위 영어의 미들네임에 해당하고, 퍼스트 네임이라고 불리는 '실제 이름'은 스티브다. 

논란이 됐던 사안인 만큼 당시 대법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판결 취지를 설명했다. 그런데 눈에 띄는 것은 유씨에 대한 대법원의 인식이다. 대법원은 "원고(스티브 승준 유, 한국명: 유승준)는 1976. 12. 15. 대한민국에서 태어 났으나, 2002. 1. 18. 미국 시민권을 취득함으로써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 외국국적의 재외동포임"이라고 설명했다.

본인의 필요에 따라 외국 국적을 취득한 '외국인'을 굳이 한국명으로 표기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다. 독자들이 외국명만 보고는 쉽게 인식할 수 없을 때는 괄호 안에 한국명을 병기하면 그만이다. 따라서 언론이나 일반인이 <유승준>이라고 표기한다고 해서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원칙적으로는 <스티브 유(유승준)>이라고 적는 것이 정확한 표기법이다. 병무청장이 "유승준이 아니라 스티브 유"라고 한 것은 정확한 인식이라고 볼 수 있다.

 

②크리스티나 김? 김초롱?

재외동포 스포츠 스타의 사례도 마찬가지이다. 2000년대 초반 크리스티나 김(한국명 김초롱)은 이중국적을 보유하면서 한국과 미국의 국가대표로 국가대항전에 출전한 적이 있다. 2004년 핀크스컵 한일대항전에 한국 대표로 출전한 김씨는 2005년 유럽과 미국간 대항전인 솔하임컵에 미국 대표로 출전하며 스포츠팬의 공분을 샀다.

당시 한일대항전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자청한 크리스티나 김은 "나는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는 한국인입니다"라고 직접 밝혔다. 하지만 이듬 해 얼굴에 성조기를 그려 넣고 유럽-미국 대항전인 솔하임컵에 출전한 게 눈 밖에 났다.

골프를 다루는 미디어들은 유독 한국계 선수들에게 관대했다. 재외동포 선수들이 우승한 횟수를 포함해 '한국(계) 선수 우승 일지'를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논란 이후 대부분 언론은 '김초롱'으로 표기하던 김씨를 '크리스티나 김'으로 표기한다.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재외동포법)은 재외동포를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1.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외국의 영주권(永住權)을 취득한 자 또는 영주할 목적으로 외국에 거주하고 있는 자(이하 "재외국민"이라 한다)

2. 대한민국의 국적을 보유하였던 자(대한민국정부 수립 전에 국외로 이주한 동포를 포함한다) 또는 그 직계비속(直系卑屬)으로서 외국국적을 취득한 자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이하 "외국국적동포"라 한다)

재외동포법은 부동산 거래, 금융 거래 등에 있어서 내국인과 동등한 대우를 받는다. 출입국과 체류 등에 있어서도 다른 외국인에 비해 우대를 받는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재외동포에겐 재외동포체류자격을 부여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재외동포법 5조②항) 병역을 이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했거나, 대한민국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외교관계 등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가 해당된다.

모종화 병무청장은 "(스티브 유가) 입국해서 연예계 활동을 한다면 이 순간에도 병역의무를 하는 장병들이 얼마나 상실감이 크겠느냐"는 말로 국민 정서를 대변했다. 정부는 스티브 유에 대한 입국을 허가하면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병역의무를 면탈하기 위해 해외로 도피하고 외국국적을 취득한 재외동포의 이름을 굳이 한국어로 표기해야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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