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초등학생도 쿠팡이츠의 배달 라이더가 될 수 있다?

  • 기자명 이나라 기자
  • 기사승인 2020.10.30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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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장기화로 ‘비대면 소비’가 일상을 지배하기 시작하며, 배달 업계는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우아한형제들·딜리버리히어로에서 운영하는 주요 배달앱(배달의 민족·요기요·배달통·푸드플라이)의 월 결제 금액이 사상 최대치인 1조 2050억을 기록하기도 했다. 배달 수요가 늘어나면서, 업체들은 ‘라이더’(배달원)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배달의 민족은 최근 라이더 1000여 명을 추가 모집해 3000명으로 늘렸고, 다른 배달 업체들 역시 상시모집을 통해 라이더 구하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라이더 공급이 배달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지난 26일, <뉴스톱> 앞으로 “배달대행 업체 중 하나인 ‘쿠팡이츠’의 배달 라이더는 초등학생도 가능하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자신을 음료 매장 운영자로 소개한 제보자는 매장을 찾은 쿠팡이츠 라이더가 초등학생이었다고 밝혔다. 제보자는 “처음엔 부모의 명의를 도용한 줄 알았으나, 해당 초등학생이 자신의 친구도 오늘부터 일을 시작했다고 자랑하더라”며 “나이 제한이 없느냐고 물으니 없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전거를 타고 배달을 간다고 하는데, 이래도 되나 싶었다”며 “잠깐의 동영상 교육만 시청하면 나이 제한 없이 어린 아이라도 배달 업무에 투입되는 건 문제인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연령 제한 등의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과연 배달대행 업체인 ‘쿠팡이츠’에서는 초등학생도 라이더가 될 수 있을까. <뉴스톱>이 팩트체크 했다.


◈ 초등학생도 배달 라이더가 될 수 있을까

근로기준법 제64조에 따르면, 15세 미만인 사람과 중학교에 재학 중인 18세 미만인 사람은 근로자로 사용할 수 없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급한 취직인허증을 지닌 사람은 예외다. 즉, 15세 미만이거나 중학교에 재학 중인 18세 미만인 사람들은 취직인허증 없이는 근로자로 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제66조에 따라 그 나이를 증명하는 가족관계기록사항에 관한 증명서와 친권자 또는 후견인의 동의서를 사업장에 갖추어 두어야 한다.

취직인허증이 있더라도 무제한으로 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제69조에 따르면, 15세 이상 18세 미만인 사람의 근로시간은 1일에 7시간, 1주에 35시간을 초과하지 못한다. 다만,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따라 1일에 1시간, 1주에 5시간을 한도로 연장할 수 있다. 제70조 2항에서는 사용자는 임산부와 18세 미만자를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의 시간 및 휴일에 근로시키지 못하게 규정하고 있다. 임금은 성인과 마찬가지로 최저임금이 보장된다.

 

쿠팡이츠 배송사업자 이용약관 갈무리
쿠팡이츠 배송사업자 이용약관 갈무리

 

'쿠팡이츠' 역시 미성년자의 경우 라이더 자격을 제한하고 있다. '쿠팡이츠 배송사업자 이용약관' 제5조에 따르면, "미성년자일 경우 회사는 배송사업자의 자격을 제한하거나 회사 배송 프로그램(앱)의 접속 권한을 상실ㆍ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쿠팡이츠' 관계자 역시 <뉴스톱>과의 통화에서 "미성년자는 쿠팡이츠 배달파트너로 등록할 수 없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등록 과정에서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해야 해서, 미성년자일 경우 아예 가입할 수 없는 구조"라면서도, "부모 등 성인의 정보를 도용해서 가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막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미성년자가 배달파트너로 활동하는 게 발각될 경우, 즉각적으로 위탁업무 정지 처분을 내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 쿠팡이츠 배달파트너로 직접 등록해보니

 

쿠팡이츠 배달파트너 어플 화면 갈무리
쿠팡이츠 배달파트너 어플 화면 갈무리

 

문제는 업무 중지 처분은 사후적 대책일 뿐, 사전에 미성년자의 진입 자체를 막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라이더로 등록되는 과정을 알아보기 위해 직접 ‘쿠팡이츠 배달파트너’ 어플을 설치해봤다. 가장 먼저 안전 운전과 빠르고 정확한 배송, 고객 응대, 개인정보 보호 등의 주의사항이 담긴 1분 남짓의 ‘쿠팡이츠 배달 파트너 액션가이드’ 영상을 시청해야 한다. 이후 개인정보 페이지에서 이름과 주민번호, 이메일을 입력한 뒤 수수료를 받을 계좌번호를 등록한다. 마지막으로 배송 희망 지역과 배송 수단을 선택한 후, 배송사업자 이용약관, 보안 확약서, 개인정보 처리업무 위탁 등의 내용이 담긴 계약서에 동의하면 바로 배달파트너로 등록을 완료할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은 3분 안에 이루어졌다. 부모의 이름과 주민번호, 계좌번호만 알고 있다면 미성년자도 충분히 복잡한 절차 없이 라이더로 등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외에 신분이나 자격을 증명해야 하는 과정은 없었다. 

 

 

가입을 완료하면, 2시간 가량의 특수형태근로 종사자교육을 수료할 것을 권장한다. 교육은 산업재해 발생 원인 및 예방, 교통안전관리, 직무 스트레스의 예방과 관리, 차량운행 및 정비로 이루어져 있으며, 60점 이상의 점수를 받아야만 수료할 수 있다. 다만, 교육을 수료하지 않더라도 라이더로 활동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쿠팡이츠' 측은 교육을 수료하지 않으면 활동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교육을 수료하지 않았음에도 어플에서는 계속해서 주문이 들어왔다는 알림이 울렸다.

 

쿠팡이츠 특수형태근로종사자교육 화면 갈무리
쿠팡이츠 특수형태근로종사자교육 화면 갈무리

 

◈ 배달 라이더 자격 요건 강화해야

누구나 특별한 자격이나 조건 없이 배달 라이더가 될 수 있는 만큼, 이로 인한 사건·사고들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SNS상에서는 배달 라이더가 배달 음식을 몰래 훔쳐 먹는 이른바 ‘배달거지’ 피해 사례가 이어지며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일부 업체들은 상품에 ‘안심 스티커’를 부착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지만, 많은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잃어야 했다. 그뿐만 아니라 고객의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성희롱 등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이가 있으니 노크를 부탁드린다”라는 배달 요청사항을 적은 고객의 영수증에 배달원이 “젊은 과부입니다”라는 메모를 적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이런 사건들이 반복해서 일어나자, ‘배달업체에서 성범죄자가 일을 못 하도록 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국민청원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자신을 "용인에 사는 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로 소개한 청원인은 "최근 동네에서 성범죄자가 배달대행 이름이 써진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이어 "배달업은 택배업과 마찬가지로 고객과 면대면 하는 서비스직"이라며 "고객의 집 주소와 전화번호, 가족구성원까지도 알 수 있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성범죄자인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해당 청원은 현재까지 3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현행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56조 성범죄자 취업제한 대상기관에 배달대행업종은 포함돼 있지 않다. 또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제9조 2항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을 에 따른 죄를 범한 사람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의 운전업무에는 종사할 수 없"지만, 여기에 '이륜차(오토바이)'는 해당되지 않는다.


정리하자면, 규정 상 미성년자는 '쿠팡이츠'의 라이더가 될 수 없다. 법률 상으로도 15세 미만, 혹은 중학교에 재학 중인 18세 미만인 경우 취직인허증 없이는 근로자로 일할 수 없다. 다만, 가입 절차가 까다롭지 않기 때문에 미성년자들도 부모 등의 개인 정보를 도용해 활동할 가능성이 있다. 이 외에도 음주 운전이나 성 범죄 등의 범죄 이력을 검증하는 과정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길어지는 감염병 사태에 '비대면 소비'는 우리의 일상이 되어가는 중이다. 하지만 규제 마련과 문제 개선에 대한 노력 없이는, 배달 대행 플랫폼과 같은 신산업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 어렵다. 배달 대행 업체들은 단기간 고효율을 추구해야 하는 배달 라이더들과, 이들과 직접 대면해야 하는 소비자들의 안전을 위한 적절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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