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딸과 함께 극단적 선택? 그게 아니다!!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0.11.03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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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에 의한 자녀 살해가 정확한 표현

뉴시스가 3일 보도한 <남편 외도로 딸과 극단적 선택 시도한 아내, 집행유예>가 이날 오전 상당 기간 동안 포털 사이트 다음 많이 본 기사 상위권에 랭크됐다. 자극적인 제목 탓에 독자들의 눈길을 끌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무언가 찜찜함이 남는다.  딸과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니... 뉴스톱이 팩트체크 했다.

①딸과 함께 극단적 선택? - 사실 아님

뉴시스 보도를 옮겨보자. 

대구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이진관)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지난 7월15일 지적장애 3급 딸과 함께 차 안에서 수면제를 먹고 극단적 선택을 하려던 혐의로 기소됐다.

피해자의 양육 과정에서 누적된 스트레스, 남편외도로 인한 이혼 준비 등 극심한 우울감에 빠져 지내던 중 이혼하게 되면 홀로 피해자를 돌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에 딸과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려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보도는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다. A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살인미수이다. 검찰이 A씨를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했고 법원은 A씨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그렇다면 A씨가 살해하려 했던 대상은 누구인가? 바로 A씨 딸이다. 3급 지적장애를 가진 바로 그 딸이다.

그렇다면 기사에 쓰인 "딸과 함께 극단적 선택"이라는 표현은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문장이 된다.   

 

②가족 동반자살→자녀 살해 후 부모 자살

기사를 사실관계에 맞게 바로잡아 보자. 제목은 <남편 외도 탓, 딸 살해 시도 자살 미수 아내, 집행 유예> 정도로 고칠 수 있겠다. 기사 본문 빨간색으로 쓰여진 문장은 "차 안에서 지적장애 3급 딸에게 수면제를 먹여 살해하려 한 혐의다. 이후 A씨도 수면제를 복용했지만 두명 다 목숨을 잃지는 않았다" 정도로, 후반부 문장은 "딸을 살해한 뒤 본인도 극단적 선택을 하려 했던 것" 정도로 바꿔야 사실관계에 부합한다.

왜 이 기사에 시비를 거는지 아는 분은 알 것이다. '가족 동반자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려는 것이다. 우리나라 언론은 부모가 아이를 살해한 뒤 본인들도 극단적 선택을 해 일가족 모두가 숨지는 사건을 '가족 동반자살'이라고 표현해 왔다. 

그러나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 동의하지 않았다면 '동반자살'이 성립할 수 없다. 특히 대항력이 약한 어린아이가 숨진 일가족에 포함돼 있다면 '동반자살'이라는 말을 사용하면 안 된다. 부모가 아이를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지, 아이가 부모와 함께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③부모라는 이유로 아이의 생명을 결정할 권한은 없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본인이 자살한다면 그 후 홀로 남게 될 피해자가 고아로 자란 본인보다 더 비참한 삶을 살 수밖에 없다는 애정 내지 동정심에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하였는데, 이는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로 여기는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녀는 부모로부터 독립된 인격체로서 스스로 생을 결정할 권리가 있고 그 누구라도 어떤 이유로도 이를 침해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정상적인 판단력이 현저히 결여된 상태에서 가장 사랑하는 딸을 살해하려는 범행에 이르게 된 것"이라며 "피해자가 특별한 후유증 없이 건강을 회복한 점, 남편도 자신의 잘못이 일부 기여한 점을 인정하며 선처를 바라는 점, 깊이 후회하며 다시는 범행을 저지르지 않을 것을 다짐하는 점 등을 종합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부모가 자살을 선택했다고 하더라도 아이의 목숨을 끊을 권리는 없다. 아이는 그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생명권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에 대해 다룬 훌륭한 기사가 있어 소개한다. 중앙자살예방센터와 한국기자협회가 주관하는 2020년 2분기 자살예방 우수보도상을 수상한 기사다. <일가족 동반 자살? 엄연한 자녀 살해!>

  

출처: 서울신문 홈페이지
출처: 서울신문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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