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뿌리는 '전시 방역', 언론과 지자체가 공범이다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0.11.12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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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소독은 개인위생과 함께 코로나19를 예방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지자체와 언론의 방역소독에 대한 이해는 굉장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방역 효과는 없고 예산을 낭비하고 오히려 주민 건강만 해치는 길거리 소독이 아직도 횡행하고 있다. 자치 행정을 홍보하는 데만 급급한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다. 뉴스톱이 최근 사례 2곳를 짚어봤다.

①용산구 핼러윈 소독차 방역+ 전신소독기

서울신문은 11일 <'핼러윈 악몽' 씻은 용산 방역 클라쓰>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코로나19 감염 전파 우려가 컸던 핼로윈 기간 전후로 용산구의 방역활동이 성과를 거둬 핼러윈데이발 코로나 감염 전파 사례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이 지난달 30일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에 설치된 방역게이트를 점검하고 있다. 이곳에서 소독과 체온 측정을 동시에 할 수 있다. 출처: 용산구청
성장현 용산구청장이 지난달 30일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에 설치된 방역게이트를 점검하고 있다. 이곳에서 소독과 체온 측정을 동시에 할 수 있다. 출처: 용산구청

용산구의 핼러윈 방역은 과연 '모범적'이었을까? 절반의 사실에 그친다. 용산구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방역소독차를 동원하는 등 길거리 방역을 실시했다. 뉴스톱이 이미 지적한 대로 길거리 소독은 질병관리청과 환경부가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고, 오히려 뿌려진 소독약이 환경과 주민 건강에 위해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게 골자다. 한마디로 쓸데 없는 돈낭비이며 주민 건강을 해치는 일이라는 뜻이다.

게다가 전신소독기를 설치해 운영했다. 전신소독기도 방역당국이 권장하지 않는다고 지침에서 분명히 밝히고 있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소독약을 뿌린다고 몸 속에 있는 바이러스를 잡을 수 있지도 않고, 오히려 눈, 호흡기, 피부 등에 자극을 일으킬 가능성을 우려한다.

뉴스톱의 질의에 대해 용산구는 다음과 같이 답변을 보내왔다.

의견 주신 내용대로 길거리 방역은 지침에 따라 특별한 상황이 아닌 경우에 실시를 자제하는 것이 맞고, 우리 구 방역소독반의 경우도 코로나19 상황이 심각단계로 상향된 2월 이후로 이번까지는 한번도 실시한 적이 없음를 먼저 알려드립니다.

아시다시피 우리 구는 5월 이태원 클럽발 사태가 일어나면서 지역사회 코로나 확진자가 다수 발생하면서 주변 상권에 심대한 피해가 발생하였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 10월 말 핼러윈데이를 맞아 다수의 인파가 이태원 일대를 방문할 경우, 지난 번 클럽발 코로나 사태가 반복되어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언론은 물론, 지역 주민, 지역상인회 등으로부터 제기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 구에서는 핼러윈데이 대응 특별방역대책을 수립하였고, 저희 부서에서도 특별 방역소독 계획을 수립하여 소독을 실시하기로 하였습니다.

우리 구에서는 핼러윈데이 대응 특별방역대책을 수립하였고, 저희 부서에서도 특별 방역소독 계획을 수립하여 소독을 실시하기로 하였습니다.

당초 계획은 30일부터 시행하여 전일 많은 인파가 방문한 이태원역 인근 공용시설 및 공중화장실, 지하철 역사, 밀집지역 골목 등을 위주로 소독을 실시할 예정이었나, 26일 경부터 많은 언론사로부터 방역소독 현장 취재요청이 있었고, 29일 다수 언론사의 취재협조 요청이 있어 홍보효과 등을 고려하였을 때 이에 응하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였습니다. 요청에 따라 가동할 수 있는 방역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인근 매장과 거리 등에 짧은 시간(2~30분 내외) 방역 소독을 실시하였습니다. (중략)

 

코로나19 방역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의견을 주심에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우리 구는 이번 핼러윈데이 이후로 길거리 방역소독을 실시할 계획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모든 방역소독은 지침에 맞게 지역사회 주민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실시하도록 하겠습니다.

-용산구의 안전신문고 답변 내용 (2020.11.6)

용산구의 설명은 한마디로 언론때문에 했다는 것이다. 용산구는 길거리 소독을 자제를 권고한 방역당국의 지침을 알고 있었다. 효과도 없고, 주민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지만 "언론이 요청했기 때문에", "홍보효과를 고려해" 길거리에 소독약을 뿌렸다. "이후로 길거리 소독 계획이 없다"고 한다. 칭찬 받아야 할 행정이 아니라 징계를 고려해야 할지도 모른다.

사정이 이런데도 서울신문은 용산구의 핼러윈 방역을 찬양한다. 지자체와 언론이 '예산낭비 방역 쇼'를 합작한 셈이다. 

 

②광주교도소 앞 길거리 소독

구글에서 '광주교도소 소독' 으로 이미지 검색한 결과
구글에서 '광주교도소 소독' 으로 이미지 검색한 결과

지난 6일 광주광역시 북구 보건소 직원들이 교도소 앞 진입로에 소독약을 뿌렸다. 한눈에 봐도 어설프다. 직원 5명이 옆으로 나란히 펼쳐 서서는 화분에 물을 줄 때 쓰일 것 같은 분무기를 들고 소독약을 뿌리고 있다. 분무기를 쥐지 않은 손에는 걸레를 쥐고 있었다. 바람이 강하게 불었는지 소독약 분무액이 날리고, 뒷편으로는 트럭 양 옆구리에서 소독약을 뿌려댔다. 

이 장면도 마찬가지다. 방역당국의 지침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위다. 뉴스톱은 북구보건소에 길거리 소독을 하게 된 배경을 물었다. 북구보건소는 "길거리 소독이 효과가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면서도 "전국 지자체가 다 마찬가지겠지만 홍보효과를 위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길거리소독 장면은 연합뉴스, 뉴시스 등 통신사 다수와 조선일보 등 일부 전국지가 촬영해 사진 기사로 보도했다.

취재진이 길거리 소독 장면을 연출해달라고 요청했는지 묻는 질문에는 "답변하기 곤란하다"면서 "우리가 방역소독 하는 것을 외부에 알리기 위해 먼저 언론에 요청해 홍보를 하지는 않는다"고만 말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지자체와 언론이 모두 문제다. 언론은 이런 식의 전시행정을 보도하지 않아야 한다. 언론이 보도하지 않는다면 굳이 지자체가 효과가 없고 방역당국이 금지하고 있는 이런 식의 방역을 실시하지 않을 것이다.

12일 현재 감염 경로가 확인되지 않은 환자는 12%에 이른다. 어디서 걸렸는지도 모르게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들이다. 지자체가 길거리 소독이라는 전시방역행정 대신, 사람들의 손이 많이 닿는 곳을 꼼꼼하게 걸레로 닦는 '실질적 방역'을 한다면 늘어가는 '깜깜이 감염'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알아야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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