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1위 방역업체의 공기소독기, 정말 효과있을까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0.11.2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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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小雪)이 지나서야 끝나버린 가을야구. NC다이노스의 한국시리즈 우승 소식을 스마트폰으로 접했다. 그러다 눈에 띄는 광고를 발견했다. 국내 1위 방역업체 C사의 공기소독기를 홍보하는 배너광고다. 이 광고는 "우리매장, 바이러스가 걱정이라면 ㅇㅇㅇ 공기소독기를 무료로 사용해보세요!"라는 문구로 눈길을 끈다. 그러나 동의할 수 없다.

출처: 모바일다음 캡처
출처: 모바일다음 캡처

 

◈C사의 공격적 마케팅 - 공기소독기 무료로 써보세요

C사는 최근 포털사이트 '다음' 모바일에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자사의 방역 솔루션인 '바이러스케어 시스템' 홍보에 나선 것이다. 클릭하면 '바이러스케어 첨단장비 무료체험'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는 C사 홈페이지로 접속된다.

사업장 200곳에 자외선 공기살균기, 자동분사형 공기소독기, 자동 손소독기를 설치해 일주일간 체험할 수 있게 해준다는 내용이다. 가정집을 대상으로 하는 무료체험도 진행 중인데 UV파워 공기살균기, 자동분사형 공기소독기를 체험하게 해준다.

이 장치들을 대여한 사업주 또는 가정은 일주일 동안 뭘 체험하게 될까? '이 기계들을 가동시키면서 지냈더니 안심이 되네...',  '이 기계를 설치하고 일주일을 지냈더니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어, 이 기계 정말 훌륭한데... ' 이런 소비자들의 반응을 의도한 것일까? C사의 '바이러스케어 시스템'에 대해 알아봤다.

출처: C사 홈페이지
출처: C사 홈페이지

 

◈자동분사형 공기소독기 - 흡입독성 시험결과 없음

뉴스톱은 공기살균기의 실태에 관해 여러차례 보도한 바 있다. 방역 당국은 약품을 공기 중에 뿌리는 형태의 공간소독(공기소독)을 권장하지 않는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잡는데 효과적이지도 않을 뿐더러 살균제가 눈, 호흡기, 피부 등에 자극을 주는 등 인체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C사가 무료체험을 통해 빌려주는 자동분사형 공기소독기는 벽에 설치된 기계로 살균제를 주기적으로 공기 중에 뿌리는 방식이다. 살균제는 에탄올을 주성분으로 분사제, 향료, 탈취성분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이 제품의 흡입독성에 대한 시험결과는 없다. 이에 대해 C사는 "에탄올은 업체가 별도의 흡입독성 시험을 하지 않아도, 정부가 이미 공기소독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근거를 갖고 인정한 성분"이라며 "공기소독용 살균제 고시는 정부가 국내외 연구결과를 토대로 위해성 평가를 완료한 결과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에탄올은 공기소독용 외에도 어린이용품 전용, 칫솔과 혀크리너 살균용, 일반용 등 살균제에 모두 사용가능 주성분으로 포함된 안전한 물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의견을 다르다. 한국방송통신대 박동욱(환경보건학과) 교수는 뉴스톱과 통화에서 "알코올 이외에도 각종 첨가제가 포함돼 있는데 흡입 독성 시험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C사 관계자는 "공기 살균기의 살균제 성분인 에탄올은 산업안전보건공단의 물질안전자료 및 유럽환경청(ECHA),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에서 흡입 독성이 있는 물질로 분류돼 있지 않아 흡입독성 시험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주성분인 에탄올 외 탈취제와 향료 등 부가 성분도 모두 살균제, 방향제, 탈취제로 각 안전기준을 통과했으며, 유해물질 등 총 26종의 (가습기 살균제) 이슈 성분을 전혀 함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C사는 "에탄올을 제외한 기타 첨가제에는 살균 성분이나 흡입독성을 일으키는 성분이 들어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자동분사형 공기소독기 - 얼마나 뿌려야 효과 있나

C사의 광고에는 얼마만한 공간에 얼마만큼을 뿌려야 살균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검증도 없다. 환경부는 '코로나19 살균·소독제품 오·남용 방지를 위한 안내 및 주의사항'에서 "소독제의 성분이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효과를 보이는 농도라면 피부, 눈, 호흡기에도 자극을 주게 됩니다. 따라서 공기 중에 분무·분사 등의 인체 노출 위험이 높은 소독방식은 권장하지 않습니다"라고 안내한다. 

뉴스톱의 질의에 대해 C사에 따르면 ㅇㅇㅇ 공기 살균제의 에탄올 함량은 19~30%이다. 정부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소독용으로 제시하고 있는 에탄올계 소독제의 소독방법은 <에탄올 함량 70~90%, 1분 이내 처리>이다. 이 기준도 물체 표면을 닦을 때, 즉 바이러스에 직접 닿을 때 적용되는 것이다. 공기소독용으로 에탄올을 사용한다면 엄청난 양을 뿌려야 공기 중의 바이러스를 잡을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때문에 환경부는 "어린이, 노인 등 노약자는 감염 뿐 아니라 소독제 성분 노출에도 취약합니다. 어린이집, 학교, 노인정 등에서는 소독제를 과량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공간 소독을 자제하시기 바랍니다"라고 권고한다.

이에 대해 C사 측은 "고려대의대 바이러스병연구소와 함께 880리터 부피의 실험공간(챔버)에서 코로나19 살균력 분석 연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취재가 진행된 뒤 C사가 뉴스톱에 공개한 실험결과에 따르면 "실험공간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부유시킨 뒤 공기살균기를 30분간 가동한 결과, 평균 86.9%의 살균효과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880리터는 양문형 냉장고 정도 부피이다. 

C사가 실험공간을 60㎥(약 18.2평)로 늘리고 1시간 동안 ㅇㅇㅇ 살균기 2대를 작동시킨 부유 세균을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에선 48.1%의 부유세균 저감율을 기록했다.  

◈자외선 공기살균기 - 실험 조건에 주목

C사의 자외선 공기살균기는 에어컨 실내기처럼 벽에 달아놓고 사용하는 제품이다. 오염된 공기를 강제 흡입해 카본필터로 1차 걸러낸 공기를 자외선 램프로 살균하는 원리다. C사는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바이러스병 연구소와 공동연구, 880리터 챔버에서 코로나19, 인플루엔자(H1N1) 바이러스를 99.9%이상 살균"이라고 광고한다.

이 문구의 의미는 880리터 부피의 실험 공간에 바이러스를 집어넣고 공기살균기를 가동했을 때 99.9% 이상 살균 효과를 냈다는 것이다. 광고 내용과 C사 홈페이지 제품설명엔 실험 시간에 대한 정보는 없다. 뉴스톱의 질의에 대해 C사는 "30분 동안 실험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880리터에 주목해보자. 앞서 언급한 것처럼 양문형 냉장고의 크기 정도 되는 공간이다. 이 시스템이 설치돼 사용될 공간은 양문형 냉장고보다는 비교도 되지 않게 클 것이다. 사업장에 이 살균기를 한 대 설치한다고 바이러스가 모두 사라졌다고 안심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끊임없이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는 사업장은 수시로 문이 열렸다 닫히기를 반복하기 때문에 이 기계가 처리해야할 공기량은 무한대로 늘어난다. 실험실에서 양문형 냉장고 크기의 챔버로 실험한 결과를 실생활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C사는 "당연히 실생활 공간을 고려해 실험 공간이 크게 설정돼야 하지만 전염성이 높은 신종 바이러스 연구는 고위험 병원체 연구시설인 생물안전 3등급(BSL-3) 실험실 이상에서만 취급이 가능하다"며 "이 시설은 에어로졸 확산 위험이 우려되는 미생물을 다루는 설계로 문, 창문, 벽, 천장, 환기장치, 공기흡기구 분산, 경보시스템 등에 대한 까다로운 규정을 지키느라 실험실 규모가 크지 않다"고 해명했다.

실생활 공간 규모의 실험을 통해 성능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주장이다.

출처:C사 홈페이지
출처:C사 홈페이지

 

◈24시간 상시관리 구역 인증? - 방심 유발

C사의 바이러스케어 시스템을 설치하면 '이곳은 C사 첨단 바이러스케어 시스템이 가동 중입니다'라는 스티커를 사업장 출입문에 부착하게 해준다. C사는 "고객들이 감염원으로부터 안전하고 위생적인 사업장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활용해 보세요"라고 사업주에게 어필한다. 

C사 바이러스케어 시스템이 사업장과 가정에서 실질적으로 감염 위험을 현저히 낮춘다면 환영할 만한 일이다. 방역 당국도 적극 이 시스템을 권장해야 하고 통제불능 상태에 빠진 미국, 유럽 등 세계 각국에도 적극 수출해야 한다.

그러나 WHO와 우리나라 질병청 등 권위있는 방역 당국은 '공간 소독', 특히 공기 중에 약품을 뿌리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소독에 대해 오히려 '하지 말라'고 자제를 권고하는 상황이다.

코로나19가 비말과 간접접촉으로 전파된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밀폐된 공간에 한정해 에어로졸로 인한 공기감염 사례가 보고되고 있긴 하다. 그러나 밀폐된 공간의 감염 우려를 낮춘다며 얼마나 뿌려야 살균이 되는지도 모를 소독약을 상시 공기 중에 뿌리는 기계를 설치해야 하는 것은 넌센스다.

C사 바이러스케어 시스템에는 공기소독기, 공기살균기 이외에도 표면 소독, 손소독기 설치 등의 프로그램이 있다. C사의 표면 소독은 사업장의 영업 시간 전후로 이뤄진다. 손님이 있는 상태에서 소독약을 뿌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매일 1회 매장 전체에 표면 소독을 진행한다고 쳐도 감염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없다.

드나드는 손님 가운데 누가 보균자일지 모를 가능성 때문이다. 아침에 소독을 완료했다고 해도 보균자가 오염된 손으로 여기저기 만지면 표면에 바이러스가 묻게 된다. 결국 손님이 바뀔 때마다 매번 표면 소독을 해야 실질적으로 감염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냐?

이런 특성 탓에 손님들이 끊임없이 드나드는 사업장에서 표면 소독으로 비지니스 모델을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소독 요원이 대기하고 있다가 손님이 일어서면 재빨리 테이블과 의자 등을 닦아 살균하는 방식 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살균로봇이 개발된다는 소식이 들리긴 하지만 상용화까지는 먼 일이다.

추워서 고통스럽더라도 자주 환기를 시키고, 번거롭고 일손이 많이 들어도(인건비가 지출돼도) 손님이 지나간 자리는 꼼꼼히 소독약 걸레로 닦아내는 것이 실질적으로 감염 위험을 낮추는 방법이다.

업장의 밀집도를 낮추고 이용객들은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면 마스크를 벗지 않고 다중시설 이용 전후 손씻기를 철저히 하는 것. 그것만이 백신이 올 때까지 우리를 코로나19로부터 지키는 방법이다.

뉴스톱은 사람이 있는 공간에 대한 공기소독은 할 필요도 없고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우리 방역 당국과 환경 당국이 여러 지침을 통해 내리고 있는 해석과 일맥 상통한다. 공기 소독이 바이러스를 잡는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고, 인체에 대한 위해 우려를 증가시킨다는 입장인 것이다.  

사람의 생명과 건강에 관계된 일이라면 '없는 것보단 낫지 않냐' 대신 '귀찮아도 안전한 게 낫다'를 선택하는 게 더 현명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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