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한국경제신문이 한국 실업률 통계를 왜곡했다?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20.12.15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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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페이스북 이용자가 한국경제신문이 오보를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뉴스톱에서 확인했습니다.

페이스북 게시글 갈무리
페이스북 게시글 갈무리

해당 게시물은 “또 한국경제신문이 한국경제하고 있는데... 대체 왜 데이터를 가지고 왜곡을 넘어서 거짓 정보를 흘리는지 모르겠다. 2020년 2월 실업률 미국이 3.5%인 것은 맞는데, 동기간 한국 실업률은 3.3%였다. 소스는 OCED.org이다.”는 내용과 함께 한국경제신문 기사 링크와 기사 일부를 갈무리한 이미지를 게시했습니다.

해당 기사는 한국경제가 12월 12일에 발행한 ‘대선 불복에 가려진 트럼프의 놀라운 경제 성적’입니다(기사 아카이브).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는 실패했지만 경제성과는 좋았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오보라고 지적을 받은 부분은 기사 중간에 미국 경제 호황의 근거로 내세운 실업률에 대한 내용입니다.

“미국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고용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직전이던 2월 실업률은 ‘완전 고용’ 수준까지 떨어졌지요. 단 3.5%였습니다. 당시 ‘최선을 다한’ 통계로도, 한국 실업률은 4%대였지요.”

2020년 2월 실업률이 미국은 완전고용 수준인 3.5%까지 떨어진 반면, 당시 한국은 4%였다는 것입니다. 미국 노동통계국 (Bureau of Labor Statistics)자료에 따르면 2020년 2월 미국의 실업률은 3.5%가 맞습니다. 그리고 2020년 2월 한국의 실업률은 정확하게 4.1%였습니다. 통계청 자료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4.1%가 아닌 4%대라고 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그런데 페이스북 이용자는 이마저도 틀리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OECD가 지난 4월 9일 발표한 회원국의 실업률 동향에 따르면, 한국의 2020년 2월 실업률은 3.3%로 집계됐습니다.

출처: OECD 홈페이지
출처: OECD 홈페이지

한국경제신문에 따르면 한국의 2020년 2월 실업률은 미국의 3.5%보다 높은 4%대인데,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4.1%이고 OECD에 집계된 자료는 미국보다 낮은 3.3%입니다. 그러면 왜 이런 차이가 났고 이 기사에서 한국의 실업률은 3.3%와 4.1% 중 어느 것을 쓰는게 맞을까요.   

통계청 관계자는 뉴스톱과의 통화에서 “통계청의 실업률 발표는 15세 이상 인구 모두를 대상으로 하지만, OECD는 15세에서 64세까지의 인구를 기준으로 한다”고 답했습니다. 한국경제 기사에서 ‘한국의 2020년 2월 실업률은 4%대’라는 것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미국과 동등한 비교는 될 수 없습니다. 같은 OECD통계를 출처로 비교하면 미국은 3.5%, 한국은 3.3%가 맞습니다.

통계청 수치 인용이 틀린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한경이 한국실업률을 정확히 4.1%라고 하지 않고 "4%대"라고 쓴 것은 4.0%에서 4.9%까지 해석될 여지를 남겨 미국과 더 큰 차이가 나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것은 아닌가 의심됩니다. 또 다른 페이스북 이용자는 해당 게시물을 공유하며 “거짓말을 해도 괜찮습니다. 어차피 대중은 개돼지니까요.”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한국경제신문이 거짓정보로 통계를 왜곡했다"는 주장은 '절반의 사실'로 판정했습니다. 한국 통계청 기준에 따르면 지난 2월 한국 실업률이 4%대라는 것은 틀린 것은 아닙니다. 다만 공정한 비교를 위해서라면 OECD기준에 따라 한국 실업률이 3.3%라고 하는 것이 맞습니다. 

* 2020.12.23. 15:00 내용 추가
기사 발행 후, 논란이 된 기사를 작성한 한국경제신문 조재길 기자로부터 메일과 댓글로 반론이 전해졌습니다. 추가취재와 반론 보장 차원에서 아래에 추가합니다. 뉴스톱은 기사 내용 추가 및 수정에 있어서 IFCN(International Fact-Checking Network: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의 규정을 준수합니다.

조 기자의 반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미국의 실업률 통계는 OECD 자료가 아닙니다. 미국 정부, 즉 미국 노동부의 공식 통계 자료입니다. 한국 실업률은 한국 정부, 즉 한국 통계청 자료이구요. 둘 다 같은 기준입니다. OECD의 미국 실업률 통계는 미국 노동부 발표 자료와 숫자가 같았을 뿐입니다. 결과적으로, 왜 같은 OECD 자료로 비교하지 않았느냐는 주장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우선 <뉴스톱>은 소셜미디어 이용자의 "한국경제가 데이터를 가지고 왜곡을 넘어서 거짓 정보를 흘렸다"는 내용을 검증했습니다. 조 기자가 밝힌 것처럼 한미 양국의 실업률 데이터가 틀린 것은 아니지만, 공정한 비교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해 절반의 사실로 판정했습니다.

조 기자는 기사에서 제시한 통계수치는 모두 정부의 공식 통계이고 같은 기준이라고 했습니다. 뉴스톱 기사에서도 확인한 대로 한국과 미국 정부의 공식 통계가 맞습니다. 하지만 같은 기준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 한국 통계청의 실업률 기준은 15세 이상 인구인데, 미국은 16세 이상 인구입니다.

소셜미디어 이용자가 제시한 OECD 회원국 실업률의 경우, 각 나라가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OECD가 자체 기준에 맞춰 공개합니다. 하지만 각 나라가 제출한 자료가 OECD 기준에 맞지 않는 경우, 해당 국가가 제출한 원래 자료를 그대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OECD의 각국 실업률 비교표를 보면 대부분 나라에서 15세 이상을 기준으로 실업률을 측정하고 있지만, 미국만 16세 이상을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통계청에서 제공하는 국가통계포털(KOSIS) OECD 실업률 자료에서도 “노동·임금 분야 통계는 각 국가마다 조사방법 및 작성기준이 상이하므로 국제비교시 유의를 요함. 국가마다 조사 연령의 차이가 있어 국가간 비교를 위해 연령 계층별 자료 중 15세 이상의 자료를 수록. 단, 관련자료가 없는 경우에는 자국의 기준에 따라 관련자료를 수록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반론을 제기한 조 기자는 기사에서 제시한 한국과 미국의 실업률 지표 모두 국가 공식 통계이므로 왜곡이나 거짓은 없다고 했습니다. 또 이를 지적한 소셜미디어 이용자는 OECD가 제기한 비교지표를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그런데 OCED통계마저도 미국에 유리한 수치가 나올 수 있습니다.)

<뉴스톱>은 소셜미디어 이용자의 근거를 기반한 주장을 ‘절반의 진실’로 판정했습니다. 하지만 팩트체크 판정은 초점을 어디에 맞추냐에 따라 같은 팩트(사실)을 가지고도 다른 판정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소셜미디어 이용자의 주장(“한국경제가 데이터를 가지고 왜곡을 넘어서 거짓 정보를 흘렸다”)에서 ‘거짓 정보’에만 초점을 두면 판정결과는 ‘거짓’에 가깝지만, ‘왜곡’에 초점을 둘 경우, (한국의 실업율 수치를 4.1%가 아닌 4%대로 한 것 등을 감안하면) 일부 가능성 있는 주장이 됩니다. 뉴스톱의 판단은 이렇습니다. 독자들의 판단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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