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찌개·반찬 같이 먹는 韓 식습관이 코로나 확산 불렀다?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1.01.05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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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는 3일 "찌개·반찬 같이 먹는 韓 식습관이 코로나 확산 불렀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뉴스톱이 팩트체크했다.

 

출처:머니투데이 홈페이지
출처:머니투데이 홈페이지

◈비말이 음식 통해 타인에게 전파

머니투데이는 "의료계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 확산 원인 중 하나로 한국인 특유의 식습관이 꼽힌다"고 보도했다. "음식을 각자 덜어먹기보다는 큰 냄비에 끓여 숟가락으로 같이 떠먹는 식습관이 비말(침방울)이 음식을 통해 타인에게 전달돼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머니투데이는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를 인용해 "가족 간 감염이 높게 나타나는 이유 중 하나가 하나의 음식을 같이 나눠 먹는 것"이라며 "침을 통해 직접 감염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고 보도했다. 이외의 근거는 기사에서 찾아볼 수 없다. 

 

◈질병관리청, 美 CDC, WHO... 음식 통한 전파 증거 없다

우리나라 질병관리청은 음식으로 인한 코로나19 감염 전파 가능성을 낮게 본다. 질병청은 "현재까지 코로나19가 음식을 통해 전파된다는 증거는 없다"며 "바이러스가 있는 음식의 포장 용기 표면이나 물체를 만진 후 자신의 입, 코 또는 눈을 만지면 코로나19에 걸릴 수 있지만, 물체의 표면에서 이러한 코로나바이러스의 생존력이 높지 않기 때문에 식품이나 포장 용기를 통해 확산될 위험은 매우 낮다"고 밝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식품(냉동 식품 및 농산물 포함)의 섭취 또는 식품 포장 취급으로 인해 COVID-19를 앓을 위험은 매우 낮은 것으로 생각됩니다"라고 밝혔다.

WHO도 부정적이다. WHO는 "It is highly unlikely that people can contract COVID-19 from food or food packaging."이라고 밝힌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사람들이 식품 또는 식품포장으로 인해 코로나19에 걸릴 가능성은 매우 낮다" 정도가 된다.

이들의 공통적인 근거는 코로나19는 비말 또는 접촉전파가 주된 감염경로이고, 식품 표면에서 바이러스가 오래 살아남지 못하고 증식할 수 없다는 점이다.

 

◈싱가포르, 중국, 한국 식약처... 증거는 없지만 음식 공유는 반대 

싱가포르 식품청(Singapore Food Agency)는 "전 세계 과학계와 보건당국이 현재까지 아는 바로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음식을 통해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공 위생 관행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음료수 또는 음식을 나눠먹지 말라고 권고한다.

중국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공콰이(公筷: 서빙 젓가락) 문화가 도입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엔 식탁에 공유 반찬을 놓고 자신의 젓가락으로 덜어먹는 한국과 비슷한 식문화를 유지했다. 그러나 감염 확산에 대한 공포로 인해 중국 정부가 덜어먹는 용도의 '서빙 젓가락'을 쓰자는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펼쳤고 중국 국민도 이를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나라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도 1인 반상 제공을 권장하고 있다. 정부는 이용객이 많은 전국 음식점 6800여 곳을 대상으로 덜어 먹는 기구, 개인용 반찬 제공 여부 등을 조사했다.  음식점 영업자의 실천을 유도하기 위해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의 영업자준수사항에 덜어 먹는 기구, 1인 반상 제공 등을 권장사항으로 추가하고, 실천업소에 대해서는 행정처분 감면 및 모범업소·위생등급 평가 시 가점 부여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예정이다.

 

◈확진자 썼던 젓가락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RNA 검출

홍콩중문대 연구팀은 지난해 9월 코로나19 환자가 사용한 일회용 나무젓가락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조각을 검출해냈다. 그레이스 류 박사 등 홍콩중문대 의대 연구팀은 미국CDC에 투고한 논문에서 일회용 나무젓가락에 의한 코로나19 전파 위험성을 지적했다.

연구팀은 "연구 대상자가 소수라는 점, 바이러스가 감염성이 있는지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은 것은 이번 연구의 한계"라면서도 "젓가락이나 다른 식사 도구가 바이러스 전파 경로일 가능성은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확진자가 사용한 식기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발견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확진자와 함께 식사했을 때 반찬 또는 찌개를 공유했다고 감염 전파가 일어나느냐는 점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음식 공유가 감염 전파로 확인된 사례는 없다. 가능성의 영역이라는 뜻이다.

김우주 고대 의대 교수는 뉴스톱과 통화에서 "확진자가 사용한 젓가락에 침이 묻고 반찬으로 옮겨졌다가 함께 식사하는 사람으로 옮겨질 수 있다"며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눈, 코, 입 점막에 있는 수용체와 결합하기 때문에 바이러스에 오염된 음식을 통해 감염이 일어날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김 교수는 "식사 도중 대화에 의한 비말 전파나 악수 등 접촉으로 인한 감염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종합하면, 확진자와 같이 식사를 하더라도 음식 공유를 통해 바이러스에 전염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이 방역당국의 공통된 의견이다. 하지만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전문가의 의견도 있다. 따라서 '찌개·반찬 같이 먹는 식습관이 코로나 확산 불렀다'는 주장은 절반의 사실로 판정한다.

감염가능성이 낮다고 하더라도 밥 먹던 숟가락으로 함께 먹는 찌개를 푹 떠먹고, 반찬을 공유하는 전래의 식습관은 이제 버려야 할 시간이 왔다. '한솥밥'이라는 미사여구로 비위생, 감염 위험을 미화할 수 있는 시대가 끝나버린 것이다. 비록 현 시점에서는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명확한 증거는 없지만, 기후위기와 함께 빈번하게 찾아올 미래의 감염병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선 반드시 개선해야 할 습관인 것은 명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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