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탈석탄 정책이 LNG 가격 올렸다?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1.01.15 10:4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경제는 11일 <[단독] LNG 가격 한달새 3배 급등…도시가스·전기 요금 오르나>기사를 발행했다. 이어 조선일보 계열사 조선비즈도 같은 날 <한파·탈석탄 정책에 LNG 가격 급등…전기요금 오를듯>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아시아 지역 LNG(액화천연가스) 현물거래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도시가스와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를 인용했는데 석연치 않다. 뉴스톱이 팩트체크했다.

출처: 한국경제 홈페이지
출처: 한국경제 홈페이지

 

◈가스공사가 "탈석탄 정책으로 비싼 LNG 사와야한다"고 말했나?

한국경제와 조선비즈는 FT에 인용된 가스공사 관계자의 발언을 다음과 같이 재인용했다. 두 매체가 한글자만 다르게 똑같이 발언을 재인용했다. 한경은 '주고서라도', 조선비즈는 '내고서라도'라고 옮겼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8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정부의 탈석탄 정책으로 LNG 수요가 늘면서 비싼 현물 가격을 내(주)고서라도 재고를 쌓아놓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두 매체가 인용한 FT 원문을 살펴보자. 제목은 <LNG prices hit record as cargo shortage amplifies cold weather effect>이다. 한국식 기사 제목으로 번역하면 <LNG 가격 사상 최고치 기록...운송선 부족이 한파 영향 증폭> 이 정도 되겠다. 

South Korea’s state-run utility Kogas said that while it buys 70 per cent of its LNG supply through long-term contracts it needs to access the remainder in the spot market regardless of price. “We still have enough inventories. But demand for LNG is bound to increase further, given the government policy to reduce coal power,” Kogas said. “If we face supply shortages due to the cold winter, we will have to buy more on the spot market to match demand, even if prices are high.”

(한국의 국영 에너지 기업인 한국가스공사는 LNG 공급의 70%를 장기계약을 통해 구매하지만 나머지는 가격과 상관없이 현물 시장에 접근해야 한다고 언급한다. "우리는 아직도 충분한 재고를 갖고 있다. 그러나 석탄 발전을 줄이려는 정부 정책에 따라 LNG 수요는 더 증가할 것이다"라고 가스공사는 말했다. "추운 겨울 때문에 공급부족에 직면한다면 가격이 높더라도 현물시장에서 더 구입해야 한다.") 

FT보도는 동북아지역 특히 한중일 정부가 탄소중립 선언을 하면서 이 지역의 LNG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봤다. 하지만 한국가스공사 관계자의 발언 부분은 이를 재인용한 한국경제와 조선비즈와 결이 다르다.

FT 기사에서 한국가스공사는 "재고가 충분하다"고 먼저 밝히고 있다. 이후 가정법으로 "추운 겨울 때문에 공급부족에 직면한다면~"이라고 조건을 제한했고, 그런 상황이 오면 가격이 높더라도 현물 시장에서 가스를 더 구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탈석탄 정책으로 LNG 수요가 늘면서 비싼 현물 가격을 내고서라도 재고를 쌓아놓을 수밖에 없다"는 조선비즈, 한경의 재인용문과는 뉘앙스가 완전히 다르다.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사실 관계를 왜곡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한국경제와 조선비즈는 FT를 인용한 보도에서 한국가스공사의 발언을 원문과 다르게 인용했다. 

외신보도를 재인용하면서 주요 발언은 입맛에 맞게 왜곡하는 것은 언론윤리를 저버리는 행위임과 동시에 건전한 공론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